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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제주 올레·오름

눈덮인 사려니 숲길 두번이나 찾아 걷다, 옆지기와 떠난 제주여행(6)

by 강가딩 2012. 2. 16.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사려니 숲길을,

이번 제주여행에서 두번이나 걸었다

 

제주에 도착한 첫 날 제일 먼저 찾은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

찾아오는 도중 길과 자동차에 익숙치 않은데 눈까지 퍼붓기 시작한다.

다음에 올까 망설이다 눈 오는 사려니를 걷고 싶은 욕심에 길을 나섰는데,

20분 정도나 걸어갔을까

옆지기가 천미천이 과연 얼어 있을까 발을 내딛어 시험해보다 빠지는 바람에,

부득불 돌아오고 말았다.

 

사려니 숲길이 개발되어 개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몇년 전 와본 적이 있었다(2009년 5월, http://blog.naver.com/hidalmuri/70048218507)

하지만, 많은 인파로 인해 매우 잘게 부서진 현무암 돌멩이 사이에서 일어난 먼지들 때문에,

그윽한 숲이 지닌 참 맛은 커녕 짜증만 난 기억이 있었다.

 

그 뒤 누군가 눈덮인 사려니가 정말 좋았다는 얘기에,

아~~~눈이 덮여 있으면 먼지는 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눈덮인 사려니를 꼭 걷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에 온 지 3일째, 가파도나 비양도를 갈려던 당초 계획을 뒤로 하고

다시 찾았다......

 

▲ 코스: 사려니 숲길(입구~참꽃나무 숲~물찻오름입구~치유와명상의 숲(월든)~원점회귀)

▲ 도보 거리/시간: 약 13km, 약 4시간 30분

▲ 언제, 누구와: 2012년 2월 11(토) 옆지기와

 




눈내리는 사려니 숲길

 

아직 적응이 안된 몸뚱아리를 완전 무장을 하고, 출발합니다

 

 

차를 가져왔기 때문에 치유의 명상의 숲에서 돌아올려고 했습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왔다면 붉은오름 근처의 남조로 방면으로 나가면 됩니다

 

눈이 제법 덮여 있고,

아직도 내리고 있어 오늘 길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되돌아 올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치 못했습니다

 

눈덮인 게시판(첫날)과,

 

눈이 녹은 두번째 찾아온 날의 게시판

 

바로 여기서 빠졌습니다

얼마나 발이 시러웠겟습니까.

신발을 벗어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손난로를 발에 대고 돌아왔습니다

 

두번째 다시 온 날,

이 날은 토요일이어서 몇대 수용하지 못하는 주차장이 만원입니다

길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덮여 있지만 나무에는 거의 다 녹았습니다

오늘은 이 시를 읽으면서 걸어보죠....

 

저녁숲(도종환)

모란꽃도 천천히 몸을 닫는 저녁입니다

            같은 소리로 우는 새들이 서로 부르며

            나뭇가지에 깃들이는 걸 보며 도끼질을 멈춥니다

            숲도 오늘은 여기쯤에서

            마지막 향기를 거두어들이는 시간엔

            나무 쪼개지는 소리가 어제 심은 강낭콩과 감자에게도

            다람쥐와 고라니에게도 편하지 않을 듯싶습니다

 입구에는 도종환 시인의 저녁숲이란 시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흩어진 장작을 추녀 밑에 가지런히 쌓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주류사회에서 두 번씩이나 쫓겨난 뒤

            버몬트 숲속으로 들어갈 때는

            진보에 대한 희망도 길도 잃었고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었지만

            그 대신 거대한 광기와 파괴와 황폐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에 이마를 씻고

            바위 위에 앉아 생각해보니

 

당신처럼 오늘 하루 노동하고 읽고 쓰고

            자연과 사람의 좋은 만남을 가지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흩어진 나무토막과 잔가지들을

            차곡차곡 쌓듯 내 삶도 이제는

            흐트러지지 않고 질서가 잡힐 것이며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천천히 그리고 간소하게 저녁을 맞이할 것입니다

 

            어둠이 숲과 계곡을 덮어오자

            땅 위에 있는 풀과 나무들이 일제히 별을 향해

            손을 모읍니다

            우리 모두 똑같은 생명을 지닌 한 가족이며

            크고 완전하고 넓은 우주의 품에 들어

            넉넉하고 평온해지기를 소망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밤은 아직 구름에 가린 별들이 많고

            내 마음에도 밤안개 다 걷히지 않았지만

            점차 간결한 삶의 단순성에 익숙해지고

            일관성을 잃지 않으며

 

내 눈동자가 우주의 빛을 되찾으면

            별들이 이 골짜기에 가득가득 몰려올 것임을 믿습니다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것들 중에

            빠져나갈 것은 빠져나가고

            제자리로 돌아올 것은 돌아와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얼굴도 웃음도 제 본래 모습을 되찾고

            의로움도 선함도 몸속에서 원융하여

            당신처럼 균형잡힌 인격이 되어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면

            여름산도 가을숲도 다 기뻐할 것입니다

 

  생의 후반에 당신을 알게 되어서 기쁩니다

            생사의 바다를 건넌 곳에서도 편안하시길 빕니다

            숲속에서도 별밭에서도 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을 당신을 그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물찻오름 입구입니다

 

물찻오름은 올 말까지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물찻오름에서 왼편으로 구부러진 내리막을 한참(?) 가다보면치유와 명상의 숲,

월든을 만납니다

 

눈이 덮여 있어 그 진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이,

 

 

사려니 오름으로 올라가는 길을 만납니다

 이 길은 제가 간 날 통제되어 있었습니다

 

그 길 건너에 햇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빽빽한 삼나무 숲길이 나타납니다

 

 

 

 

남조로와 사려니 오름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서 출발지로 회귀합니다

 

남조로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주말을 이용하여 한라산 등산을 위해 뭍에서 온 산꾼들은 보통,

토요일은 올레, 일요일을 한라산 등반을 합니다

저도 작년 1월에 그렇게 왔다 갔습니다

한데 바로 이 남조로 방면에서 제법 많은 산악회원들이 올라와 걸어갑니다

이제 올레에서 오름이나 숲길 걷기도 추가된 듯 합니다

 

도보꾼 입장에서 보면 길을 찾고 걷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숨어 있기 바라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닥치는 것이 반갑지만도 않습니다

 

 바로 이 삼거리에 있는 정자에서 휴식 겸 점심을 먹습니다

 

아주 간단한 점심입니다

한데 제주도 수수떡과 송편이 참 맛있네요

올레 빵도 맛있던데...

혹 제주에 오거든 한번 맛보시기 바랍니다 

 

회귀하는 길은 올 때와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특히 숲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눈이 청명해지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