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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걷기/옆지기와 떠난 길

계백의 혼이 살아 숨쉬는 논산 솔바람길.....옆지기와 함께 걷는 길(22)

by 강가딩 2013. 12. 17.


계백의 혼이 살아 숨쉬는 논산의 솔바람길를 다녀왔다.

 

그리 길지 않는 논산 솔바람길에는,

돈암서원, 충곡서원, 휴정서원 등 조선을 대표하는 서원들,

백제의 대장군 계백장군 묘역과

신라군에 맞서 장렬하게 전사한 5천 결사대의 혼을 모셔놓은 충장사,

그리고 흔하지 않은 전쟁 관련 박물관 등이 있어,

나들이를 겸하여 가족이 함께 걸으면 좋을 길이었다 

 

예컨대 논산 솔바람길을 걷다보면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선조들의 충절과,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리기 위해 3년간 시묘살이 했던 지극스런 효성 등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

다시말해 걷는 기쁨과 건강을 챙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길이었다.

 

대전 가까이에 걷기 좋은 길 하나를 건졌다는 기쁨도 있었으나.

다른 지역의 솔바람길에 비해 보완할 점도 없지 않았다.

이는 아래 후기에서 간단하게 덧붙인다.


  

▲ 코스: 돈암서원~충장사(백제군사박물관)~휴정서원~탑정호 수변생태공원~계백장균묘~원점회귀 주차장

▲ 거리/시간: 약 10km, 약 3시간 40분(백제문화박물관 들려 가볍게 구경 포함)

▲ 언제/누구랑: 옆지기랑, 2013년 12월 15일(일)

 




논산 솔바람길에는 백제 군사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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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눈길에 미끄러져 무릎을 다쳤음에도 호미기맥을 걷고 집에 돌아오니,

통증이 심해 발을 들기조차 힘들었다

 

논산 솔바람길의 출발지 돈암서원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힘들고 차를 가져가야 한다

 

신샘님은 맨소래덤을 듬뿍 바르고 흰색이 나올 때까지

2~30분간 계속 문질러서 피부 깊숙히 침투되도록 하고 자라고 했다.

담날 아침에 일어나면 첨에는 통증이 심할 것인데,

어제의 절반 정도인 10~15분 정도 동일하게 한 후

그냥 들어누워 있지 말고 산행을 나가서 발을 쓰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다.

 

서원 철폐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살아남은 47개 서원에 들어간

지방교육의 산실이자 역사를 자랑하는  돈암서원

 

신샘님 말대로 새벽에 화장실 갈 때는 무척 통증이 심했으나

아침에는 그 통증이 상당 수준 가셨다.

 

아마도 내가 걷기를 하지 않았다면 죽을까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 돈암서원,

제법 규모도 컸고 관리도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출발에 앞서 잠시 돌아보았다

(화장실도 미리 보고...)

 

하지만 오늘 예정된 칠갑산 산행은 아무래도 무리일 듯 하여

부득불 불참한다고 전화를 했다.

모처럼 현철백작 선배님이 주관하는 산행이고,

그것도 내가 바람을 넣어 성사된 것이었는데 미안함이 더 했다

 

문이 잠겨 있는 숭례사의 대문 양 편의 꽃담에

서일화풍(瑞日和風: 좋은 날씨, 상서로운 구름처럼 웃음으로 남을 편안하게 하라),

박문약례(博文約禮·학문을 두루 익히고 예를 지켜라),

지부해함(地負海涵·땅이 온갖 것을 다 지고, 바다가 모든 물을 받아주듯 모든 것을 다 포용하라)이

전서체로 새겨져 있었다(가을하늘님이 댓글로 알려주었다).

 

 

 

대신 방청소를 하였다.

옆지기는 가벼운 부상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고.....

 

돈암서원 구경을 마치고 나서는데,

현판에 입덕문이라 쓰여 있다.

돈암서원을 나서면 덕으로 들어가나....ㅋㅋㅋ

 

청소가 끝난 후 조금은 불편했으나,

신샘님의 권고대로 그동안 미뤄두었던 숙제를 하기로 했다.

 

보통 길이 시작되는 들머리에 있는 안내판,

하지만  솔바람길에 대한 설명과 길 전체를 나타내는 설명 안내판은 없었다.

 

설치해 놓은 것이 없어진 것인지,

첨부터 설치하지 않은 것인지 모르지만

걷는 내내 길 안내 표지기는 잘 되어 있었으나

전체적인 길을 나타내는 설명판은 보지 못했다

 

다리 부상 덕분에 옆지기와 데이트를 할 기회를 잡았으니,

이를 새옹지마라 해도 되지 않을까

 

돈암서원 관계자에 물어 보아 들머리를 찾았다

들머리는 돈암서원을 바라보고 왼편 담으로 돌면 된다

 

나의 착각이 드러나기 시작되었다.

그 착각은 논산 솔바람길은 평지일 것이라는 전혀 근거없는 지레짐작을 한 것이었다

 

솔바람길은 소나무 사이의 오솔길을 걷는 길,

다시 말해 들머리 돈암서원에서 날머리 휴정서원까지 야트막한 산길을 걷는다

 

중간 갈림길에서 충곡서원에 들리지 않고 휴정서원 쪽으로 계속 방향을 잡았다

 

황산벌에서 신라군과 싸우다 전사한 5천 결사대의 넋과 계백 대장군을 모신 충장사

 

계백장군의 초상화 모습을 보니 마치 倭軍이 연상되었다.

왜군의 모습이,

일본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백제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따르고 간직한 것인지 모르겠다

 

계백장군의 위패와 영정

 

우린 여기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가볍게 과일과 음료를 먹으면서

늙어가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을 배우고 직접 느꼈다.

 

겨울의 삭막함을 달래 주는 화살나무 열매

 

백제군사 박물관에 들어갔다

산위에서 내려왔기에 이 곳이 유료인지 뒤에 알았다

(공짜로 들어왔다 ㅋㅋㅋㅋ)

 

부소산성 주변의 새끼성들....

그중 논산의 노성산성과 부여의 성흥산성은 솔바람길이 만들어져 있어 가본 적이 있다

 

박물관에 있는 백제군의 모형과 계백장군의 전투복 모습이 사뭇 다르다...

 

백제 군사박물관을 나와 뒷산으로 오르는 산책로로 걸었다

 

 

산 능선에 있는 황산루

 

신라와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 황산벌이 이 능선 너머로 펼쳐진다

 

황산벌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조금 있지만,

바로 여기다

 

이제 다시 솔바람길을 걷는다

왼편에 군사박물관이 보인다

 

갈림길

고정산 정상은 굳이 갈 필요가 없다.

혹여 김장생 묘를 다녀올 생각이라면 모르지만

걷기가 더 목적이라면 생략해도 좋다

 

그래도 난 언제 올지 몰라,

이왕 온 김에 옆지기는 먼저 보내고 다녀왔다

 

해발 145m의 고정산 정상이라는 쌩뚱맞은 표지판만 보고 돌아 나왔다

 

김국광, 김겸광 형제가 선영의 묘소를 수호하기 위해 3년간 시묘살이를 했던 영사암

 

영사암 올라가는 시누대 길

 

논산 솔바람길의 종착역 휴정서원

휴정서원에 관해서는 여러분이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길.....

 

이제 차를 주차해 놓은 돈암서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휴정서원에서 수변공원까지는 2.3km

 

이 길의 표적 고객과 조성 목표는,

전문 도보꾼보다는 가족끼리 와서 계백의 혼을 느끼면서 건강을 챙기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길을 기획하고 만든 관계자께서,

길이 끝나는 휴정서원에서 어떻게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당연히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휴정서원에서 돌아오는 길은 탑정호를 옆에 두고 도로를 걷는다

 

전문 도보꾼은 이 짧은 길에 하루를 투자하여 결코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짜투리 시간이 났을 때 어떤 길인지 맛을 보러 올 뿐이다.

한데  원점회귀 길 혹은 교통편이 불편하다면 참으로 당혹스러울 것이다.

 

휴정서원에 좀 걸어나오면 만나는 버스 정류장

얼마나 자주 다니는지 그리고 돈암서원에 가는지는 모르지만......

 

대중교통이 거의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점회귀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 것은,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안내 설명판 조차 설치되어 있다면)

길을 만들어 놓았으니 와서 걷고 안걷고는 수요자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소위 공급자 위주 사고가 너무 강한 것이 아닐까...

 

오는 길 도중에 매운탕집에 여러군데 있다.

미리 식사를 계산하고 와도 좋을 듯 하다

 

한번 오고 나면,

 길의 좋고 나쁨을 떠나 다시 찾아올 확률이 낮아질 것이다....

이 점, 길을 기획하신 관계자는 재고하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사소하지만 그냥 넘기기엔 약간은 찝찝한 몇몇 취약점이 보완되면 

여기를 찾은 걷기꾼들이 매우 기뻐할 것이다.

 

탑정호 수변 생태공원

 

걸어본 바 나의 추천코스는

갈 때는 군사박물관 방면으로 진행하고,

돌아올 때 수변공원에서 충곡서원으로 올라 원점회귀하면 좋을 듯.

 

넉넉하게 4시간 30분 정도 구경하면서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좋은 코스가 아닐 까 생각한다

 

난 수변공원에서 백제군사 박물관 쪽으로 걸었다

 

다만, 휴정서원에서 수변공원까지 오는 약 2.5km의 길은 도로를 걷지 않고,

탑정호를 끼고 걸을 수 있는 호반길을 조성한다면,

산과 들, 그리고 호반길에,

역사와 풍경을 겻들여진 멋진 길의 종합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깜직하지 않은가?

 

백제문화 박물관 입구를 통과할 때 유료인줄 모르고 그냥 들어갈려고 하니 제지했다.

우린 솔바람길 간다고 얘기하고 통과했다

 

계백장군 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탑정호

이제 일몰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돈암서원에 도착하니 약 4시간 가량 걸렸다.

 

중간에 두 차례 정도 쉰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부지런히 걸은 셈

다만 옆지기와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는 속도로.......

 

오늘 걸은 길(나들이 앱)

파란색은 원점회귀시 추천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