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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지리산 둘레·언저리

지리산 신선 둘레길, 마음을 버리고 오는 길

by 강가딩 2013. 6. 30.

 

수려한 비경에 신선들도 감탄하고 올라 갔다는 지리산 신선 둘레길을 걸었다.

 

남원시는 2012년 삶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중생들이,

지리산의 넉넉한 품속에서 단 하루라도 신선처럼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는 취지에서 지리산 신선 둘레길을 만들었다.

 

하지만, 장항마을에서 시작하여 철쭉 군락으로 유명한 바래봉까지 올라간 후,

용산마을이든 신덕마을이든 하산까지 포함한다면 산꾼이 아닌 도보꾼에게는 고도나 거리상 만만치 않은 길이서,

원하든 원치않든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지리산 품속에 다 던져주고 오는,

그래서 신선이 되는 길이다'

 

▲ 코스: 남원 운봉 용산마을~바래봉삼거리~팔랑치~팔랑마을~원촌마을~장항마을
▲ 거리/시간: 14.5Km, 7시간 30분(점심 포함 등)

▲ 언제, 누구와: 2013년 5월 5일(일), 인도행 대충방 식구들과 

 

 

 

 

바래봉 정상에 철쭉 세상이 펼쳐질려면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할 듯,

그 아쉬움을 달래 주기 위해 산 아래 입구에 소박한 철쭉 향연이 펼쳐졌다.

 

지리산 신선 둘레길은,

지리산 둘레길 3구간 인월~ 금계구간과 연결되는 장항마을에서 시작한다

 

1구간은 장항마을에서 바래봉까지 9.5km이고,

2구간은 1구간과 같이 장항마을에서 출발하지만

중간에 팔랑마을에서 빠져 내령마을로 내려가는 7.8km이다.

 

바래봉 철쭉제를 보러 온 인파에 섞이다 보면 예상되는 인원파악의 어려움, 번잡함....

그리고 장항마을에서 출발하면 비교적 길게 오르막을 걸어야 하는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용산리 허브테마마을에 출발하였다

 

비교적 일찍 도착한 탓에 대형 버스 주차장이 한산하였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허브 테마파크를 출발...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인증샷을 날리고

 

도열한 철쭉 사이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활짝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철쭉 군락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고도가 제법 있는 임도가 시작되면서 철쭉의 꽃망울이 감춰졌다

 

 

허브테마마을에서 바래봉까지는 대략 4km 정도

 

길은 잘 다듬어진 임도

 

하지만 들머리의 해발이 약 500m 정도이니

고도 600m 이상을 헉헉 거리며 올라야 한다

 

3월에 수술한 짱형님이 다소 무리를 하면서 몸 상태를 테스트한다

하지만, 무리는 무리....

 

시각장애인 산행 안내 봉사를 하는 돌까대장께서

시각장애인들과 산에 오를 때처럼 배낭에 줄을 매달아 힘을 덜어준다

 

내려갈 때는 배낭을 대신 짊어지는 등 돌까 대장님 덕분에 짱형님은 완주하였다.

돌까대장님 감사합니다...

그 못지않게 끝까지 완주한 짱형님이 멋집니다. 대단해요~~

 

운봉읍이 저리 가까이 보이지만....

 

나무 책을 보아도 무슨 버들인지 감이 안잡힌다....

 

바래봉 삼거리

  

바래봉 삼거리 근방도 철쭉 군락이지만 만개할려면 2주 이상은 기다려야 할 듯 하고,

제시간에 장항마을에 도착하기 위해

바래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의 주제 신선둘레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진행상 바래봉에 오르지 않고 발을 돌렸지만

아쉽기는 하다...

 

올해는 시간이 안되지만 다음에 정령치에서부터 철쭉들과 인사를 하며 걸어보리라....

바래봉과 약속 인사를 하고는....

 

팔랑치 방면으로 걷는다

저 일대가 모두 철쭉이 피어 있다고 상상하고...

 

저 길 너머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길잡이겸

천천히 걷기를 배우고 계시는 신샘님이 점심자리를 폈다...

 

점심을 먹고 팔랑마을로 빠지기 전에

부운치 방면의 능선을 보러 고갯마루를 올랐다 내려왔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팔랑치...

그 길 끝에 바가지 모양의 바래봉이 달려 있다

 

철쭉 군락지

철쭉이 만개할 때 오면 아마도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도 진홍물감의 철쭉이 아른거린다

지난해 갔었던 제암산 철쭉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눈 앞에 펼쳐놓았다

 

부운치, 세걸산 방면

 

저 끝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바로 지리산 상봉 천왕봉이다

이처럼 지리산 주능선을 깨끗히 볼 수 있는 것은 3대에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신샘님의 말씀.....

난 맨날 보여 주는 줄 알았는데......

 

이제 팔랑마을로 하산

5월의 연푸름과,

 

야생화를 즐기는

 

팔랑마을

 

 바람에 쏠린 것인가

혹은 햇볕을 보기 위한 가지들의 공존 탓인가도 궁금해진다

이 나무의 이름은 뭘까?

 

팔랑마을의 주막, 채옥산방

 

아마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을 듯...

 

 

신선이 되는 길은 결코 어렵지 않다.

첫째는 신선 둘레길을 걷는 것이고,

둘째는 저기 신선이 되는 돌 벤치에 앉아 지리산을 안으면 된다

 

아직도 길을 내면 따라다니는 필수 표지판

언제쯤 없어져도 될까?

 

녹색 물감을 풀어도 연푸름이 올라오는 4월말 5월초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몇천만 혹은 억 단위의 화소를 가진 카메라가 나와도 자연을 그대로 옮길 수 없을 지 모른다.

 

연푸름의 자연을 보는 순간

뇌에서는 이미 수많은 감상과 감성이 오가며 느꼈을테니...

 

 6·25 이후 가난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화전을 일구고 감자, 고구마 등을 재배하여,

지게로 운반하기 위해 이 고개를 넘으면서 탄식과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고 한다

 '울고 넘는 눈물고개'

 

그 뒤로는 키 큰 우리나라 소나무 적송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지리산 산신령이 천왕봉으로 가는 길에 마셨다는 참샘

 

나도 한 바가지 마시고는 모든 탄식이 씻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해 보았다.

 

 곰이 하늘을 쳐다보고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곰재 이야기도 있다.

 

 

원천 마을 내려가는 길

 

비교적 고지대에 위치한 전형적인 산촌마을인 원천마을

 

원천마을에서부터 장항마을까지 약 1.3km는 도로를 걸어야 한다

도로가 정 싫으면 이 곳에서 출발하거나 종료해도 된다.

다만, 지리산 신선둘레길을 다 걷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두고 두고 걸릴 것이다

 

일성 콘도가 보이면 장항마을에 다 온 것이다

 

지리산 둘레길 3구간 중 장항교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 서있는 신선둘레길 표지판

바로 여기서 부터 지리산 신선둘레길이 시작된다.

우리는 거꾸로 걸었다

 

도착했을 때 상당수 사람들이 몸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했다.

몸이 힘든 만큼 그 힘든 것을 지리산의 품속에 버리고 온 것이다.

지리산 신선 둘레길은 그래서 마음을 버리고 오는 길이다

 

후기

지리산 신선둘레길이 시작되는 언덕위에 있는 장항쉼터에 들렸더니 문이 잠겼디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손님이 없어 남원 읍내 나가셨단다.

 

2년전 지리산 둘레길 걸으러 왔을 때

우리가 직접 부침개를 만들어 먹고 있으니 할머니께서 올라오셔서 안주거리를 만들어 주신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그 기억을 되살려 할머니와 통화를 하고는

쉼터에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부침개와 묵을 썰고 막걸리 한잔,

간단하게 뒷풀이를 하고 왔다

물론 돈은 남겨두고 왔다

 

 오늘 걸은 길(네이버 나들이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