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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호남권 둘레길

초가을 초록빛깔의 순천만 갈대숲

by 강가딩 2012. 9. 25.


가을 햇볕이 뜨거운 날 순천만 갈대숲을 찾았다.

 

어렸을 적 순천만에 자주 갔었다.

한데, 갯벌 사이로 돌아다니는 방게와 짱둥어만이 생각날 뿐 갈대는 기억이 별로 없다.

다만 갈대로 만든 울타리와, 

광에 갈대로 만든 울타리를 쳐놓고 그 안에 고구마를 넣어 놓고 보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갈대는 보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순천만 갈대숲에서 동천을 따라 순천역까지 걸어갈 생각이었다.

동천은 나의 어렷을 적 추억이 베어 있는 곳이다.

나의 계획은 시간계산 착오로 순천역 바로 전에서 끝났다.

 

코스: 농주 마을회관~용산전망대~순천만 갈대밭~순천문학관~순천 동천~동천교~팔마대교~청우아파트앞

▲ 도보 시간/거리: 12.1km, 3시간 10분

▲ 언제, 누구와: 2012년 9월 23일(일), 나홀로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벌초갔다 오는 길에 와온 해변 근처의 농주 마을회관에서 내렸다.

대전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짜투리 시간을 빌어 순천만 갈대숲을 보기 위해서다.

 

농주 마을회관에서 마을을 막 벗어나면 보이는 표지판.

 

순천만의 아름다움과 저녁노을을 담고 보기 위해

이 좁다란 농로로 많은 사람들이 차를 몰고 들어 왔나보다

(하긴 나도 작년에 올 때는 여기까지 차를 몰고 들어왔었으니까)

 

다음 주면 추석이고,

양력과 비교하여 한달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어직 벼가 익을려면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

유난히 더운 여름, 그리고 연거푸 닥친 대형 태풍 탓인가....

 

저 산자락에 용산전망대가 있다

 

일몰까지는 시간이 이르다.

일몰을 볼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괜히 서운하다.

 

가을햇볕에 물들은 순천만

 

 

5시가 되어 가는데도 가을 햇볕은 따갑다...

 

언제,

꼭,

옆지기랑 함께

멋지게 내린 일몰을 보고 와야겠다

 

전망대를 내려가는 길

 

중간 중간 뷰포인트마다 조그만 쉼터 겸 전망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내년 2013년에 순천만에서 세계 정원박람회가 열린다.

때맞춰 형제계를 여기서 해야겠다.

 

우측으로 흘러들어오는 개천을 따라 걸어나갈 것이다

 

전망대 올라오는 사람은,  

젊거나 나이가 먹었거나 연인들 아니면 가족들이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 올라가는 출렁다리

 

초록빛깔의 갈대가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어렸을 적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갈대보다 초록빛깔 갈대와 훨씬 친하게 놀았는데....

 

S자 갯고랑 사이로 펼쳐진 갈대숲이 장관이다

 

갯고랑 위로는 찰랑거리는 가을 바람이, 

 

갯고랑 속으로는 가을 하늘과 햇볕이 함께 빠졌다.

 

그 위의 사물들은 모두 점으로 바뀐다

지나가는 배도, 사람도 모두

 

 

 

갈대 지평선

 

 

순천만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방게 잡으려는 어린 애들과

 

순천만이 한데 어우러져

가족들의 놀이터가 되고,

돌아갈 때는 모두가 하나가 된다.

 

힐링의 공간이다.

대화에 서툰 분들 순천만으로 오라.

여기에서는 굳이 말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돌아갈 때는 모두 하나가 된다.

 

휴게소에서 목을 축이면서 잠시 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여기에서 순천역까지 1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왜 그랬을까?

갈대 숲에 취해서.....

 

갈대열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순천문학관 방면으로 걸어나갔다

 

달이 차면 지고

정상이 있으면 내려가는 길도 있고

나도 이제는 내려가는 나이로 접어들었다

 

순천문학관 가는 나무데크

 

순천만 휴게소에서 출발한 시간은 5시 25분,

순천역에 늦어도 7시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이렇게 일몰이 내리고 있는대

아직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순천 문학관 바로 앞에서 우측의 동천 생태 탐방로로 내려간다

 

순천 문학관,

 작년에 들린 것으로 가름하고 눈으로 한번 훑어보고는....

 

넓고 편안한 길이라고 강조한 그 길로

 

한데, 아니다

갈대가 겉자라서 길을 덮었다

 

순천문학관에 들려 구경하고 난 후

저기 보이는 다리를 건너 동천 생태탐방로로 내려올 것을 추천한다.

 

그 때부터 편안한 오솔길이 시작된다..

 

건너편에 여자애들 셋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뭐가 좋은지 깔깔거린다.

 

 한손에 억새풀을 잔뜩 움켜진 아빠와 딸의 정다운 모습

 

맑은물 관리센터에 이르러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순천역까지는 1시간에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6시가 넘어섰다.

 

여기부터는 빠른 속보로 걸었다.

머릿 속으로는 금방 도착할 것 같은 풍덕교가 보이지 않는다

 

6시 30분이 지나니까 어둠이 내려앉는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니 마음도 불안하다.

 

당초에는 풍덕교까지 가서 시간이 남으면 아랫장에도 들려 팥죽도 먹고,

어렸을 적의 추억도 맛보고 올려 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었던 60년대 말

장대다리, 철다리, 새다리 아래의 동천은 우리의 놀이터였는데....

 

팔마대교를 통과하면서 조급해진 맘에

더이상 걸었다가는 열차시간을 놓칠 것이라 생각되어 동천에서 올라와 택시를 탔다.

기사님 '바로 요 앞이 순천역인데요....'

분명 근처에 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어두워지니 거리와 시간 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긴 순천을 떠난지 벌써 40년도 넘었구나....

내 나이도 그렇게 함께 먹었구나

 

택시에 내려 역앞에 있는 장에 들려

옆지기가 좋아하는 '광양 기정떡'을 사서 기차를 타니 7시 30분이었다....

 

길을 떠날 때는 조급함을 버리고 마음을 여유를 갖기 위해 나서는데

(걷고 싶은) 욕심이 앞서면 버리기는 커녕 조금함을 더 짊어지고 온다.....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걸을 때는 더 여유를 갖고 짧게 걸어야겠다고 또 다짐해 본다

 

오늘 걸은 길(G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