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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호남권 둘레길

마실길의 전형을 보여준 진안 고원길

by 강가딩 2012. 5. 24.


마실길이 뭔지, 그 전형을 보여주었다.

 

진안고원길 안내 지도에 써있듯이

"고개마루와 그 마루 건너에 있는 마을을 잇는 고원길을 걷는 동안,

고원길이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잇는 아기 자기한 마실길이 이어졌고.,

카메라에 담고 싶은 산골풍경에 내 마음이 저당잡히고 말았다"

 

남겨두고 온 2구간을 벌써부터 걷고 싶어진다

 

코스:

    - 1코스 고개넘어 백운길 중 영모정 ~ 신전마을 ~ 상백암마을 ~ 닥실마을 ~ 원반송마을 ~(차량 이동)~원덕현마을

    - 2코스 내동산 도는 길(원구신마을 ~ 상염북마을 ~ 내동산 임도~ 중평마을)

▲ 도보 시간/거리:

    - 오전 1코스: 7.3km, 2시간 10분(점심시간 제외)

    - 오후 2코스: 12.9km, 4시간 10분

▲ 언제, 누구와: 2012년 5월 20일(일), 인도행 대충방 행님들과

 



마치 고랭지 채소밭을 연상케 하는 고원길

 

1구간과 1-1구간 출발지는 영모정 앞이다

우린 이 앞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영모정에 들렸다

영모정은 미계 신의련 선생의 효행을 기리고자 1869년 세워졌다고 한다

 

영모정이 있는 하천 숲은 아름다운 누리숲으로 꼽힌 곳.....

 

이렇게 아름다은 하천을 보면서

 

너새(돌기와)로 만든 정자에서 시조 한 자락에 막걸리 한잔이면 신선이 부럽지 않겠다고...

그건 내 생각이고......

 

1구간 고개너머 백운길은 고개와 마을을 잇는 아기자기 하고 정겨운 고원길로,

10.2km 3시간 30분 걸린다.

 

이제 출발이다

 

출발한지 1분도 되지 않아 만나는 미룡정과 그 주변 하천...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경치를 보면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신전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

저 너머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아~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
(박재란 노래, 산너머 남촌에는)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고원길이 펼쳐진다

 

겉으로 보기엔 매우 평화롭고 목가적인, 알프스 목장같이 느껴지지만

현실은 이 곳 역시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문둥이 시인으로 알려진 한아운의 "가도가도 끝이 없는 황토길"이 생각난다

 

 

새로 만들어진 논마을 '신전' 보다는 우리 이름 '가루손'이 훨씬 좋은데...

신전마을에 가면 신전이 있는 줄 알았다...아니면 새로 터를 가꾼 화전민마을이었든가

 

 

큰메꽃?

 

신전마을을 나선다

전형적인 시골 마실길이 펼쳐진다

비록 시멘트로 포장되어 있지만 매우 정겹게 다가온다

 

백암이란 차돌을 말하는구나.....

 

예쁜 개천이 흐르는 곳에는 열에 아홉은 정자가 있다

'고개넘어 백운길'은 마실과 마실을 잇은 길이 아니라

정자와 정자를 잇는 길로 바꿔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요즘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데....

 

올망졸망한 세 자매와 산책나온 아빠

아빠의 얼굴에 항상 웃음이 깃들길 바랍니다

 

닥실고개를 넘어 갑니다

 

 올챙이도 만나고

 

인삼밭도 만나고

 

닥실고개 너머 내리막길에서는 정체 모를 물체를 만나 한참동안 설전을 하다가

 

바람에 나부끼는 호밀밭도 만나고

 

사람들이 떠난 빈 집도 만나고

 

 

양파 꽃도 만나고

 

허물어져 가는 돌담위에 담쟁이 덩굴이 생명을 불어넣는 골목길을 지나

 

 원반마을에 도착했다

 

 오전도보는 여기까지다....

여기서부터 원덕현마을까지는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2년전 섬진강의 발원지 데미샘에서 출발하여 섬진강 따라 걷기를 할 때 바로 요기를 지나쳐 걸은 적이 있다.

요기 하천 주변에서 목을 추겼는데.....

 

 오늘 우리가 들린 식당

음심도 맛있고 주인도 매우 친절하다

 

 

식당 안에 걸린 노천명 시인의 "고향"

누구든 고향이 있을 것이다

오츄 슈이치가 쓴 "죽을 때 후회화는 스물 다섯가지"란 책에는

열네번째 후회로 "고향을 찾아가 보았더라면"을 꼽고 있다

기회를 만들어 고향, 초등시절 놀았던 학교, 그리고 동네 골목을 찾아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행이 아니라고 슬리퍼(?)로 나타난 某행님

 

 점심을 먹고 내동산 도는 길을 걸었다

11.75km, 4시간 30분 걸린다

 

내동산 도는 길은 백운마을 사람들이 숱하게 넘나들었을 구신치를 넘고,

 

구신리 들판을 걸어 충목정에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내친 걸음으로 오르락 내리락 걷다보면 점촌이 눈에 들어오고,

 

아조개재를 넘으면 정겨운 모정이 있는 중평마을이 나타나는 길이다

 

 구신치 넘어가는 고갯길이 시작된다

 

구신치 고갯길

 

 

요놈의 정체는, 각도를 달리하여 찍으면 좀 더 선명한데....

 

고개를 넘어 내려오면

 

원구신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온다

 

전형적인 농촌 시골마을의 모습인 원구신 마을 

 

왜 원구신 마을이라 했을까 궁금했는데

 

내 앞자리에 앉아 함께 일하는 동료, 유영신책임을 여기서 만났다

발도 넓지...언제 여기까지 관리에 들어갔나

 

도로를 피하고 논뚝 길을 걸어

 

염북 마을로 들어섰다

누군가 말한다 "女福 마을"인 줄 알았다고

 

충목정에서 아예 자리를 폈다 

 

 

 

 단체 사진도 한방 날렸다

 

이제 여복은 다음 기회로 약속하고(언제 그 기회가 오기는 할까?)

 

내동산 임도를 향해 걷는다 

 

오르막이 심하다.

파트너는 어디다 흘리고 외간 남자 배낭끈을 잡고 올라가나? 

 

내동산 너머 가는 길의 하일라이트가 바로 이 구간이다

 

어라,,,,금방 찾았네

힘들 때는 도망가버리고 사진 찍을 때는 지남철이네...ㅋㅋㅋ

 

오동잎 아니라 연보라빛 오동꽃이 뚝뚝 떨어진다

 

우리가 자리를 폈던 여복마을이 보인다

한참을 올라왔다

 

멀리서 볼 때는 영락없는 말갈퀴였는데....

 

 

낙락장송은 아니지만 독불장군은 맞은 것 같다

 

참, 구름이 자유로운 것은 그만큼 모든 것을 비웠기 때문이라고 한다(이외수의 '코끼리 날개 달아주기'에서)

그럼 구름 한 점 없는 저 하늘은,,,,,,,,

 

우리가 대학 다닐 때 암울한 시대를 빗대어 선배들이 많이 불렀던

양병집의 노래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생각난다

(뒤에 김광석이 리메이크 했다)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네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한숨을 내쉰다 

 

요즘 보면 그 시절보다 좋아졌다는 생각이 그닥 들지 않는다

 

그래도 길은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대학시절에는 왠 검문이 그리도 많았는지,

군경합동으로 올라와서는.....

춘천가는 길목 마석에서 장발에 걸려 머리카락이 싹뚝 잘린 기억이 새롭다.....

 

이제 내리막이다.

 

 

찔레꽃 피는 시절로 들어섰다

 

 동생이 마치 언니 같은 보키와 인향 자매

그래도 정말 깍듯이 존대말 쓰면서 모신다....보키님 대단해유

 

2구간 종료지점이자 오늘 도보 종료지점인 중평마을이다

 

동네 주민의 말로는 중평마을의 마을꽃이 바로 '작약'이란다... 

 

난, 모란/목단인 줄 알았다

 

오늘 걸은 길

초록색은 오전에 걸은 길이고, 연두빛은 오후에 걸었다.

중간에 빈 부분은 도로 옆으로 걷기 때문에 밋밋하여 차량으로 이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