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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호남권 둘레길

정읍사 오솔길, 눈물의 고갯길이 환희의 걷기 길로 탈바꿈하다

by 강가딩 2012. 4. 16.


1300여 년 전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주제로 만들어진 정읍사 오솔길,

눈물짓던 그 고갯길이 걷는 기쁨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웰빙 길로 탈바꿈하였다.

 

당초 여수 금오도 비렁길을 갈려했으나 인원부족으로 취소되는 바람에 급벙개로 추진되었으나,

비렁길 이상의, 멋진 길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누군가는 '솔향기길'보다 훨 낫다,

또 누군가는 '이번만큼은 깃발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너무 길이 좋아서'

걷는 내내 함께한 길벗들이 망외의 기쁨을 맘껏 즐겼다

 

그리고 내린 결론,

'올 가을에 단풍이 내릴 때 다시 오자'

 

코스: 1코스 월영마을길(정읍사 공원~월영마을, 6.4km)~2코스 내장호수둘레길(4.5km)

▲ 도보 시간/거리: 12.8km, 4시간 30분

▲ 언제, 누구와: 2012년 4월 15일(일), 인도행 대충방 행님들과 급벙개로 

 

 

출발지 정읍사 공원에 있는 망부상,

망부상 동상 아래에는 행상을 나간 남편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불렀다는 

애닯은 사랑의 서사시 '정읍사'가 씌여 있다

 


 

달하 노파곰 도다샤
어리야 머리 곰 비취오시라
아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다리
져재 너러신고요
어긔야 즌듸를 드듸 욜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아 주옵시고
어긔야 멀리 멀리 비춰 주옵소서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장 보러간 우리님
어긔야 진땅에 빠질까 싶소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아으 다롱디리

 

버스 렌트와 운전에 대한 부담을 뒤로 하고, 동시에 열차의 옛 추억을 살려서

서대전발 9시 11분 무궁화를 타고 갔다

 

정읍역에 도착하여 다시 한번 재확인차 관광안내센터에 들려 정보를 추가로 얻은 후,

택시를 타고 정읍사 공원으로 이동하였다.

 

1코스 월령마을 길은 산길이어서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점심을 먹고 출발하였다

점심을 먹은 아래 식당은 정읍사 안내자료에 해물칼국수, 파전, 동동주가 맛있다고 소개된 곳,

맛집의 명성에 손색이 없었고 친절했다

 

정읍사 공원을 잠시 둘러보고 단체사진을 찍고는

 

전북과학대학 앞을 지나

 

천년고개에 도착하였다

정읍사공원에서부터 설치된 안내표지판에는 '정읍사 오솔길'이란 글귀가 어디에도 없어,

조금은 당황했지만 이 표지판을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1코스 월영마을 길은 부부의 사랑을 주제로 7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정해진 주제에 따라 오솔길을 체험함으로써 부부애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확인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 옆에 서 있는 등산로 표지판은,

이 길이 걷기 길이 아니라 산행길이 아닌가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물론 이 등산로로 걷는 것이 맞지만,

그러한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다...

  

천년고개 옆으로 산길로 접어들어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면 1구간 '만남의 길'을 만난다

 

부부(혹은 연인)으로 만나 길고 긴 인생여정을 출발하는 축복(?)의 길이다

그 출발은 아름답다...저 사진처럼

 

청초하면서 정결한 하얀 색깔의 봄 야생화 '솜나물'이 '사랑의 만남'을 축복해 준다

 

 제 2구간은 환희의 길이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이렇게 멋진 S자 소나무길이고,

 

게다가 마치 사랑의 물결이 일어나 마음 곳곳으로 퍼져 나가듯,

연푸름이 이제 막 돋아나고 있는데 어찌 기쁘지 않으리.....

 

 

3구간의 고뇌의 길이다

인생길이 항상 좋은 길만 있으리....

푹신푹신한 실크로드가 있으면, 울퉁불퉁한 너덜길도 있고, 발다박이 아프다고 아우성 치는 아스팔트 길도 있는 법

옛 속담에도 있지 않는가 '호사다마'라고


 

저런 비렁길도 줄을 벗어나지 않고 지켜 나가면,

고통 끝에 낙(樂)이 오리.....

 

고뇌의 길답게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면 제 4구간 언약의 길이 나온다

 

언약의 길 표지판 옆에 있는 '두꺼비 바위' 

마을 사람들은  시집갈 때 머리를 올린 아녀자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머리 얹은 바위,

혹은 가마를 닮았다고 해서 가마 바위라고도 부른다고 하며,

이 바위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해서, 두꺼비 바위 앞에는 사랑의 언약함과,

 

남산타워에 가보면 비집고 들어갈 자리 하나 없이 빽빽이 걸어놓은 자물쇠가 있다

아직은 길이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몇개 붙어 있지 않지만

 

제 5구간은 실천의 구간이다

업어주고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한데, 그 누구도 그런 사람이 없다

왜.....

 

대신 여기서부터 춘란의 일종인 보춘화가 군락을 이뤘다

 

6구간은 탄탄대로의 길이다

 

신작로처럼 길은 넓고, 평평하다

왜 탄탄대로라 이름붙여는지 걸어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길도 다른 구간에 비해 제법 길다

 

 

마지막 제 7구간은 지킴의 길이다

 

안내 표지판에는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는 사랑의 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황혼이혼이 많은 요즘 세태에 마지막까지 변함없는 지킴의 길이 던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7구간 마지막 끝에 달려 있는 신우대 미로를 내려가면 월명마을이다

신우대 길을 걸을 때면 어렸을 적 외갓집 올라가는 고개마루에 있는 대나무 밭이 생각난다....

그 때는 엄청 높았는데 지금 가보면 몇걸음이면 올라갈 높이인 것을

 

 

월영마을로 내려왔다

 

마을을 지나다 보니 올해 첨으로 보는 할미꽃이 눈길을 잡는다

소북하게 예쁜 꽃망울을 맺었다

주인어른께서 무려 18년이나 애지 중지 키웠단다....

 

꽃도 사람도 사랑을 받으면 저렇게 아름답게 자라난다는 사실

 

내장호수에 휴게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걸어온 정읍사 오솔길은 1코스 월영마을길(6.4km), 내장호수 둘레길(4.5km), 정읍천 자전거길(6.2km) 등 17.1km로 이뤄져 있다

 

 

2구간은 내장저수지를 한바퀴 돈다

 

걷기 좋게 수변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수양버들의 연푸름이 호수 위를 봄색깔로 색칠을 해 놓았다

 

우리는 운좋게도 벚꽃이 한창일 때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내장 호수 산책로에는 산책하러 나온 사람보다 봄기운에 눌려 자리를 편 사람이 더 많았다

 

 내장 호수 건너편에는 조각공과 전봉준 공원,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탑이 있었고

벚꽃 너머로 보이는 내장산 능선들도 보기에 좋았다

지난해 12월 내장산 반바퀴 환종주를 했었는데,

그 때 저 능선을 걸었는지 기억이 도통 없다....

 

호수길을 절반 정도 걸어왔나 보다....

비행기 놀이도 하고

 

갈대 사이의 일렁이는 물결에 반사되는 햇볕에 상념이 깨기도 하는 사이

 

발은 도로로 빠져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도로를 걸어야 한다

만일 벚꽃이 없었다면 삭막했을까?

 

야생화 공원

아직 야생화는 보이지 않고 꽃잔디만이 꽃을 피웠다.....

 

이쪽 길은 도로여서 걷기에 썩 좋은 편은 못되었지만,

대신 내장 저수지를 배경으로 핀 벚꽃들이 멋진 길이었다

 

 

 

내장호수 휴게소로 돌아왔다

 

3코스는 정읍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

오늘 충분히 걸었고(?),

시멘트 길을 싫어한 지라 여기서 마치기로 했다

 

정말 운좋게도 버스시간을 맞추었다

지금 시간 4시 40분, 8분후면 정읍역으로 가는 버스가 들어온다

이번 버스를 놓치고 5시 38분에 있는 버스를 탔다면 우리는 아마 예약해 놓은 6시 08분행 열차를 타지 못했을거다

 

'자고로 깃발을 잘 만나야 행님들이 편하다'

---- 오늘의 명언 ----

 

정읍역, 약 25분 가량 걸렸다 

이제 대전을 향해

 

오늘 걸은 길(G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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