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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걷기/짜투리(골목·돌담)

시골의 소담함이 묻어나오는, 부여 반교마을 돌담길

by 강가딩 2012. 9. 20.


부여 반교마을 돌담길을 다녀왔다.

 

반교마을 돌담길은,

어딘지 고고한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고택으로 들어가는 정갈한 토담길 분위기보다는,

시골 농촌의 소박한 삶이 세월 속에서 그대로 투영된 투박한 돌담길이고,

마치 우리 이웃집에 들렸다 나오는 느낌을 주는 길이었다.

 

▲ 언제, 누구와: 2012년 9월 16일(일), 인도행 대충방 행님들과 벙개도보로

 



반교마을 돌담은 특정한 규칙없이 쌓아올린 막담이 특징이다

 

보슬비가 흩날리는 가을 초입,

반교마을회관에 차를 세워두고 걷기 시작한다.

 

마을 어귀 바로 앞에 있는 구멍가게 지붕위에서 이름모를 들풀이 꽃을 피웠다

생명의 끈끈함과 위대함이 동시에 다가왔다.

 

반교마을 돌담길은 문화재로 등록된 길이다

 

부여 아미산 자락에 자리잡은 반교마을은 1687년 숙종 13년 나주 정씨가 정착하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14년 행정구역 개혁시 널판으로 놓은 다리가 있다 해서 판교, 또는 반교라 불리웠다고 전해진다.

 

'흙반' '돌반'이라 할 만큼 돌이 많은 산자락에서 밭을 일구다 보니

지연스레 나오는 것이 돌이고,

그 돌을 이용해서 쌀은 것이 바로 이 돌담이다.

 

집둘레 돌담은 지붕에 닿을 정도나

그에 못미치게 나지막이 쌓아 올려 만들어져 있다.

 

돌담 아래로는 예쁜 꽃들이 심어져 있고

 

성인 키 절반 정도 오는 담장 옆으로는 감나무나 밤나무가 심어져 자연과 함께 호흡을 하고 있다..

 

어렷을 적 옆집에 있는 친구를 부를 때

꼬두발을 세우고 친구가 있는지 동정을 살피곤 했었는디.....

 

담벼락에는 조롱박, 호박 줄기, 담쟁이 덩굴이 어우러져 있다

 

 

 

집집마다 처마밑에는 마늘, 양파, 수수대 등이 달려 있고,

 

 

외양간에 있는 엄마소가 행여 새끼를 해꼬지하지 않을까

눈을 부릅키며 머리를 내밀면서 경계를 풀지 않는다..

우리가 지나가자 어린 송아지는 엄마품으로 얼른 달려갔다.

 

외양간을 지나면서 만난 할머니께

동네가 너무 아름다워 살기 좋은 곳이라 했더니.

'그럼 와서 살아'라고 하신다.....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비워진다..

한번 와서 살아봐

 

'아미산 원림, 휴휴당(休休堂)’

그 밑에 조그만 글씨로 편안히 쉬는 집이란 나무 팻말이 붙어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2006년 지은 집이다

 

막대기 하나가 놓여있다

주인이 없다는 표시인가?

 

실례를 무릅쓰고 들어갔다

 

휴휴당, 쉬고 또 쉬는 집이다

 

유 전 청장은 일주일에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이 집에서 지내고 있다(5도 2촌)고 한다...

 

쉬는 집답게, 정원 곳곳에는 정자나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정자안 기둥에 붙은 나무 액자를 보니 정자이름이 탁오대(濯吾臺)라 써있다 .

바로 옆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정자안에는 잠시 오수를 즐기라고 목침까지 놓여 있었다.

 

요며칠 사이 비가 많이 내려 시냇물 소리도 제법 크다....

 

탁오대에서 바라본 휴휴당

 

개천을 끼고 조성된 정원에는 많은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약간 철이 지났지만 배롱나무가 맵씨를 뽐내고 있고

 

꽃무릎도 여기저기 피워 있었다

 

이 아낙네 가을을 타기 시작했다

 

가을비 우산속에....

 

철지난 꽃사과꽃(?)이 빗방울을 머금었다

 

휴휴당을 나오는 길,

들어오는 길보다 오히려 더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