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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 걷기/대청호 오백리길

한반도 지형 보러 둔주봉 올랐다 대청호에 갖히다

by 강가딩 2010. 9. 20.


태어나서 처음으로 119에 신고를 해봤다.

큰놈이 공익으로 소방서에 근무하고 있는데,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둔주봉에서 피실로 내려와 호반길을 걸어 독락정으로 나올 계획이었는데(3코스),

고성을 지나자 물이 불어 대청호로 호반길이 사라졌다.

꼼작없이 대청호에 갖혀 버렸다.

 

고성으로 돌아가 역으로 둔주봉으로 올라 안남초로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니,

여자 행님들 표정이 끔직하다

 

일단 119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근처 마을의 배를 보내 줄 수 없는지 문의를 했다.

최근에도 우리와 유사한 사건이 있어 안남면사무소에 안내판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119에서도 난감한 모양이다.

통화를 하는 사이, 아까 보았던 보트가 지나갔다...

모두들 "도와줘요".........

 

야속하게 보트는 들은체 만체 그냥 지나가버렸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보트가 돌아왔다.

아마도 우선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나 보다.

 

여자들이 먼저, 그리고 뒤에 남자들,

2차례에 걸쳐 무사히 구조를 받는 해프닝(?),

아니 멋진 경험을 했다..

 

더 공교로운 것은 백수십명 밖에 안되는 직장동료중 한명이,

우리 뒤에 꼬리를 달고 내려와 함께 고립되는 말이 안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김박사는 딸네미까지 데리고 왔었다

 

무사히 빠져 나오자 모두를 언제 그랬냐는 표정이다.

 

오늘 계획은 둔주봉에서 내려온 후 안남초에서 종미리 경율당을 들려 가덕교까지 금강천변으로 걸을려 했는데,

종미리에 들어가보니 천변길이 물에 잠겨 사라지고 없었다...

 

이 길, 역시 담에 한 번 더 오라고 한다....

 

▲ 코스: 안남초~점촌고개~둔주봉~피실~고성부근~(보트)~독락정~안남초~종미리(경율당)

▲ 산행 시간: 13.2Km(배로 이동 거리 포함), 약 6시간 50분(점심,  배 기다리는 시간 등 포함)

▲ 언제, 누구와: 2010년 9월 19일(일), 인도행님과

 


둔주봉 길, 3코스 피실로 내려가 독락정으로 내려올 생각이었다

 

점촌고개 넘어가는 길

 

둔주봉 가는 산길....

 

 

둔주봉

 

참가자 중 오늘따라 연구단지 연구원들이 유독 많이 나왔다....해서 한판, 그리고 배낭님 부부의 멋진 연출

   

 

둔주봉 정상

   

 

지난 5월, 걸었던 석탄리에서 걸어 들어왔던 농장이 보인다. 청보리밭도 보인다

 

피실로 내려왔다

 

건너편 석탄리 농장이 보이고,

 

멋진 호반길이 이어졌다

 

 

 

 

보트가 지나갔다...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저 보트의 도움을 받아 여기서 탈출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호반길 바로 옆까지 물이 차 있더니,

 

호반길 일부를 덮기 시작했다. 길 옆으로 물을 피해 걷다가,  길이 물에 잠긴 곳에서 산길을 개척해서 걸었다....

   

 

끝내는 고성을 지난 부근에서 대청호로 호반길이 사라졌다...

물 속으로 걸을 수 있는지 시험삼아 들어가 보았다.

점점 깊어져 포기했다.

 

다시 돌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 정말 절망적이었다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이 아까 지나갔던 보트가 되돌아 오고 있었다....

도와줘요.....

대청호에 갖혔던 끔직한 경험이 오히려 즐거운 해프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경황없이 내리다 보니 배를 태워준 분께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이 지면을 통해 감사를 드립니다

   

 

보트에서 내려 보니, 우리가 걸어와야 할 길이 아예 사라지고 없었다

 

 

안남초 돌아가는 길, 마을 버스가 매우 깜직하다

   

 

깜직한 것은 버스 정류장 표시판도 마찬가지다

   

 

메밀밭에서, 바로 전에 있었던 끔직한 기억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여심이 발동한다

   

 

안남초에서 청주팀을 보내고, 종미리까지 좀 더 걸었다.

논두렁 길을 따라 걸었다.

 

종미리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