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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영남권 둘레길

오락가락 빗 속에, 김천 직지문화 모티길을 걷다

by 강가딩 2010. 8. 30.


김천 모티길 1구간 직지문화길을 다녀왔다.

 

시간이 빈 일요일이면 고민없이 의례 가는 곳,

마치 외갓집 가듯 편안하게 가면 되는 곳,

시내버스 타거나 멀어도 대전 외곽에서 벌어져 부담없는 '대둘'이,

이번 주 산행대장의 고향행사로 쉰단다.

 

보루 하나가 무너졌다.

그래도 기대고 믿을 곳 하나가 남아있다. 바로 옆지기.

다만, 3시간 이내 내리막이 심하지 않은 곳이면 된다.

그래서 전날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서 비교적 거리가 짧은 곳,

조치원 오봉산의 맨발산책로, 완주의 '편백숲길'과 '수변숲길'을 뒤로 하고 정한 곳이 김천의 모티길이다.

직지사 앞 산책백반 정식도 생각나고....

 

추풍령 IC를 빠져나오면서 옆지기에게 말했다.

아마 걷는 내내 우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불행하게도 그 예측은 그대로 맞았다.

더욱이 비가 오락가락 했으니...

 

꼬불꼬불 돌고 돈다고 해서 붙여진 모티길,

그중에서 1구간 직지문화길은 개인적으로 준비를 좀더 한 후에 오픈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임도를 끼고 있는 길이 그렇듯,

햇볓에 노출된 여름보다는 가을이나 겨울에 다녀오면 맛과 느낌이 달라지겠지만.....

 

시골 마을이나 굳이 마을을 끼지 않더라도 강이나 전답을 휘감아도는 임도는 전국에 얼마든지 있다.

어찌보면 직지문화 모티길도 별다른 특색이 없는 그런 길 중에 하나다(그 정도 모퉁이를 도는 길도 힘들지 않고 찾을 수 있다).

들머리(혹은 날머리)에 있는 천년고찰 직지사와 연계하여 김천을 찾는 또다른 기쁨을 줄 수 있는 의도는 매우 좋은 것 같다.

 

우선은 방하재를 지나 정상(?) 부근에서 내려오는 길이 너무 가파르다.

가파른 산길을 조금 지나면 시멘트 포장을 해놓았는데,

아직는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빗물에 이끼가 끼거나 낙엽과 눈이 싸이면 훨씬 미끄럽고 다치기 십상이다.

분명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굳이 도보꾼들을 찾게할 목적으로 '모티길'을 만들고 홍보를 해놓고는 시멘트를 도로를 만드는 것은 무슨 심뽀인가?

길 전체적으로 비포장 흙길이 많지 않다.

도보꾼들은 '쌩얼"길을 좋아한다.

적어도 둘레길을 기획했다면 이 정도는 알고 또 조사했을터, 시멘트 도로를 일부러 더 늘리다니.....

 

또한, 자연재해로 빚어진 것을 탓할 수 없지만 돌모마을로 내려오는 길의 산불지역, 조성작업으로 길이 엉망이다.

게다가 비가 내렸으니 땅이 푹푹 빠진다.

나라도 하루빨리 공사를 권할 상황이나 적어도 들머리나 중간에 공사중이라는 안내판 정도는 시간과 노력이 들 지 않아도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는 아닌가 싶다.

어디로 갈까 망설일 수 있는 곳 중간중간에 설치된 길안내 표지판 덕을 톡톡히 보았다.

다만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얼마나 왔고 가야 하는지 조금만 더 친절하게 정보를 주었으면 좋았을터이다

 

903번 지방도에서 직지문화공원 가는 길은 차도이다.

오늘처럼 비가 오면 시야도 좁고 표지판도 잘 안보이고 인도가 없는 일방통행길을 걷게 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인도로 걸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안전장치이다..

비가 와서인지 난 찾지못하고 차도로 걸었다

 

마지막으로, 마을길을 지나고 포도농장을 지나면서 몇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 인사를 드리면 친절하게 받아주셨다.

한데, 한 분이 인사를 드리니 대번에 하는 말 '등산로 막아야 돼' 한다.

오늘 걸는 길에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 올레처럼 사유지를 지나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줄만한 곳을 지나친 적이 없다.

아직 도보꾼 사이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길, 오늘 내내 걷는 동안 도보꾼이나 등산객 한 사람도 만나지 않는 길,

이유야 어쨋든 우선은 이 길을 만든 기관에서 주민에 대한 홍보와 이해를 구하는 것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고,

있는 그대로 놔두고 보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몰지각한 일부 도보꾼의 행태도 현지인의 반감을 키우고 경원시하는데 일조를 했을터이다.


한편으론 이방인들이 동네를 지나치다 보면 여기저기 쓰레기 버리고, 집단속과 농작물 단속에 많은 신경이 쓰일 것이고,

본인들은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쁘고 정신없는데 건강챙긴다고 놀러(?)온 이방인들 보면 결코 좋지않은 생각이 드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하더라도,

첨 본 사람에게 인사대신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 짓는 "포도"는 "농작물"은 천만금을 준다해도 안 먹을 것이다.

김천의 농작물이 가는 동네에서 똑같이 "오지마" 하는 것과 뭐 다르리...

 

늦가을엔 2구간 수도녹색 모티길을 걷기 모임 회원들과 함께 갈 생각이다.

거기는 좀 더 나을려나.

이 길도, 혹여 가을에 오면 달라졌으면 좋겠다.

직지사 앞 산책백반집의 풍성한 반찬은 여전했다.

오는 길에 포도 한상자도 사서 왔다


 

▲ 코스: 직지초~방아치~방아재~돌모마을~직지문화공원~(직지초)

▲ 산행 시간: 10Km/11.3km(걸은 거리), 약 3시간 20분

▲ 언제, 누구와: 2010년 8월 29일(일), 옆지기와

 


직지문화 모티길 개념도(월간산에서 가져옴)과 실제 걸은 길

   

 

직지문화 모티길 들머리, 직지초등학교를 지나면 아래 보이는 갈래길에서 왼쪽편으로 올라간다

   

 

전형적인 시골길이다...다만 임도가 시작되는 곳까지 시멘트 길이다. 그래도 한적하고 어렷을 적 외갓집 풍경이다

   

 

그렇게 더웠는데 가을로 넘어가나 보다

   

 

과수원이 있는 마을 끝을 지나자 임도가 나타난다

   


 

이 길 문화직지 모티길에는 유난히 오동나무가 많이 있다...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꾸불꾸불 이어진다는 모티길....

 

 

방하재 부근 삼거리에서 처음으로 얼마나 왔는지 알 수 있었다...온 길 4.3km, 가야할 길 5.8km....오른편으로 간다

   

 

정상부근 길, 햇볕에 노출되었지만 여기까지 왔다 아직은 돌아가는 것이 나을 듯

정상 부근 GPS를 보니 고도가 약 608m이다.

여기서 바라본 출발지점, 멀리 고속도로도 보인다

여기서부터 돌모마을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산길 내리막이고, 조금 가다보면 그나마 시멘트 길로 만들어 양생중이었다.

햇볕이 들지 않아 버섯들이 참으로 많았다..

   

 

양생중인 시멘 도로,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사진상으론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미끄러워서 엉금엉금 내려왔다

이 길 지나면 공사중인 절개지가 나온다.

비가 온 탓에 엉망이다

   

 

산불이 지나간 지역 보수공사가 한창인듯, 그런 탓에 길은 길이 아니다

   

 

그 와중에 절개지에 지어진 호두농장 관리사, 신발 둑돌 위에 놓여진 알림 글, 모티길 걷는 도보꾼을 위한 마음씀씀이에 배가 불러진다. 덩달아 내 맘도 훈훈해진다.

집 너머 산불이 난 지역이 눈에 확 들어온다

   

 

 돌모마을 지나다 눈길을 꽉 잡은 '울밑에 선 봉선화', 비가 와서인지 더 처량하다

 

바로 여기 직지사에 오면 항상 먹고가는 산책백반,

첨에 왔을 땐 1만원이었던 같은데, 그 뒤에는 1만 2천원, 오늘은 1만3천원.

가격에 비해 여전히 반찬히 풍성하다.

마치 경상도에도 이런 맛집이 있으니 무시하지 말라는 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