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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영남권 둘레길

대구 팔공산 왕건길 5~8코스

by 강가딩 2019. 7. 26.


過猶不及


태풍과 폭우가 지나고 남긴,

습한 무더위에 오르막도 아닌 길에서 숨을 퀙퀙거리며 주저 앉았다


아마 이 길 위에서 왕건도 그러했으리라


▲ 언제/어디를/얼마나 : 2019년 7월 23일(화), 백안삼거리~평광종점~첨백당~요령봉~매여종점~초례봉~안심역, 약 19.5km, 약 8시간

▲ 참고 : 대구 팔공산왕건길 1~4구간(2019년 4월), http://blog.daum.net/hidalmuri/2292

▲ GPX 파일 : 팔공산 왕건길 5~8구간.gpx





팔공산 왕건길을 솔바람길이라 바꿔 말해도 전혀 이상치 않다

걷는 내내 우린 소나무와 친구가 된다




팔공산 왕건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초례봉, 635.7m

결코 낮지 않은 고도,

오늘처럼 습기 많은 무더위에 나를 많이도 괴롭혔다




지난 4월에 왔을 때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커피용기 모양의 쓰레기통 2개 한 세트

동대구역 버스 정류장 앞에 있다


한데, 최근 언론보도에서 이 쓰레기통 가격이 무려 냉장고보다 바싼 250만원,

세금낭비 지적을 받은 장본인




지난 4월, 1~4구간을 걷기 위해 왔던 경험을 살려

대전에서 이른 시간에 출발, 동대구역에서 급행 1번을 타고

백안삼거리에 도착하니 8시가 채 되지 않았다




백안모텔을 끼고 왕건길로 들어서서 개울을 건너면

좌측으로 산으로 올라서는 들머리가 보이고,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서 오름질이 시작된다




깔딱재에 이르러서 오름질이 그친다

그나마 솔바람길이어서 다행이다

발밑도 촉촉하고 솔향기도 좋고......




5코스 고진감래길은 백안삼거리에서 평광종점까지 5.2 ㎞로,

깔딱재를 오르는 힘든 길이 지나면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돼지코 능선을 지난다

왜 돼지코란 이름을 붙여는지 연유는 모르겠지만




오늘 길에서 유일하게 눈길을 잡은 야생화(?),

녀석의 이름을 모르겠다




평광지를 지나 집짓골 넘어가는 대나무 숲 고갯길

나는 왠지 이런 고갯길이 좋다

마치 저 고개 너머에 외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도 좋고




팔공산 왕건길을 걷는 내내 대구 올레길과 길이 겹친다

다시한번 온다면 비슷한 코스의 대구올레(팔공산 올레)를 걸어도 좋을 듯 하다

추억과 새로움을 함께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평광 종점

난, 이 멋진 소나무가 광복소나무인줄 알았다




마을 안을 통과하면 만나는 삼거리

여기서 우측으로 조금 진행하여 첨백당을 보고 되돌아 나와 좌측길로 가면 된다




왜 광복 소나무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이름만 들으면 추측이 가능할 듯




제 6코스 호연지기길에서 빠트리지 말고 볼 것 중 하나가 

우효중의 효성과 우명식의 절의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첨백당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 사과나무인데

이른 시간이어선인지 재바우농장의 문이 잠겨 있다

해서 사과나무 밭으로 대신한다




마을을 지나 다시 산길로 올라서면,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에 해당되는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6코스는 평광종점에서 시작해 옻골재, 요령봉을 거쳐 매여종점까지 이어지는 5.2km인데

약 2시간 20분 정도 걸린다고 소개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면 바로 요령봉 올라가는 길에 힘을 빼야 함을 알 수 있다




6코스를 호연지기길로 명명한 것도

요령봉으로 이어지는 힘든 길을 올라서면 멋진 조망을 보며 호연지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난, 호연지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패배를 느꼈다




어젯밤 잠을 설친데다가

산악회 버스였으면 가는 동안 잠이라도 잤을텐데

이른 아침 열차를 타고 오면서 별로 쉬지도 못해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해서 요령봉 올라가는 길에 맥이 빠졌다

여름이면 나타나는 숨의 벅참이 오늘도 영락없이 엄습한 것이다


맘 속으로 수십, 수백번의 결정을 지우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다가

매여종점에서 끝내기로 맘먹었다




오늘 길에서 두번 째 오르막 끝에 나타난 봉우리. 요령봉

첫번째는 앞서의 깔딱재였다




요령봉에 올라서면 대구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둘레길은 봉우리를 올라서고 나면 다시 평지로 내려가 마을을 만나고,

다시 처음부터 올라오는 경우 많아 높이는 낮아도 힘은 훨씬 든다

오늘도 그랬다




매여종점에 들어서니 폭염 주의보가 내렸다는 재난문자가 들어왔다

그래서 시내버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11식 49분 버스가 있었다

실제 내가 맘을 바꿔먹고 매여종점을 떠날때 시내버스가 들어왔다





내가 맘을 바꿔먹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요기 암반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두개 있었기 때문이다

물을 떠가는 분은 한말에 500원을 기부해달라는 애교어린 안내문이 달려 있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물통을 들고 와서 떠가고 있음이다




걷기가 끝나고 돌아올 때 곧 잘 하는 후회

바로, 저기와 같은 가페를 만났을 때 왜 여유를 갖고 커피한잔 못하고 왔을까 하는 자책이다


스스로 정해놓은 시간에 끝내기 위해서 그 시간에 갖혀 여유로움을 잊어버리면

아무 목적없이 그저 걷는 것에 불과하거늘....

아직은 혼자서 커피를 즐기는 그런 낭만, 멋도 어색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자에서 쉬는 동네 어르신들이 냉수 한사발 하라는 권유를 마다하고

길을 나선다




뙤약볕 도로를 10여분 올라온다


마저 걷고 싶은 맘이 더 앞섰다

대구까지 또 와서 7~8코스를 걷고 싶지 않았다 걸을 길도 많은데

또 12시가 되지 않아 시간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고,

 매여종점에서 동대구역 가는 교통편이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 반면

좀 더 고생해서 8코스까지 마치고 가면 되는 안심역에서 동대구역까지는

20. 30분이면 충분하여 그 시간만큼 걷는 것이 더 낫다고 합리적 판단을 한 것이다 그 순간에는




제 7코스는 초례봉 가는 길이다

경북학술림에서 2.7km다


제 7코스  가팔환초길은 대구를 둘러싼 가산산성, 팔공산, 환성산, 초례산의 앞 글자를 딴 것이란다

초례봉에 올라서면 이 네 산봉우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경북대 학술림을 통과하다가




좌측의 사방댐을 지나 산길로 올라선다

사방댐 상류에는 대구 시민들의 여름 휴식처인 듯 했다

어린이를 데려온 가족 나들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막상 산길로 올라섰는데 숨이 가프다




7코스는 왕건이 견훤의 군사에 패해 파군재에서 도주하다가

초례봉에 이르러서야 정신을 차리고 의관을 수습해 하늘에 제를 올렸다고 전해지는 길이다




그래서였을까

힘들게 올랐다




조망도 별로 위안이 되지 못했다


 


오로지 선답자의 블로그에서 보았던 헬기장이 나오길 바랬을 뿐.....




한데 헬기장에서부터 정상까지도 300미터나 된다




드뎌 정상

정상 주변에는 나무 계단 공사를 하고 있었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내가 걸어온 능선




내려갈 방향




하산길

GPX 트랙을 보면서 더 이상 큰 오름이 없음을 확인하고 쉴 곳을 찾았다




첨 만난 휴게 의자

난, 여기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서 마셨다




이제 내려가면 된다는 안도감으로 살짝 맘을 놓아서였을까

GPS 따라가기를 했음에도 경고음이 나오지 않았다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제 방향으로 가기 위해 돌아서 오는데 오르막이다

조금 걷다가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혁신도시 방향으로만 내려가면 되니까...

혁신도시는 내가 평가하러 온 적이 있어서 그나마 지리를 좀 알고,

실제 팔공산 왕건길을 걸어야겠다고 맘먹은 것도 평가를 오는 길에 만난 팔공산 왕건길 표지판이 계기가 되어서다 




길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한데 진이 다 빠졌는지

미세, 미세한 오르막에서도 숨이 차서 걷기가 힘들어 주저 앉기를 몇차례 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창피했다

그 무모함과 과유불급이




더 겁나고 조심해야 할 것은 망각이다

그 때 힘들었지만 해냈지 하는 경험으로 쌓일지 모르고....


드뎌 혁신도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 만들어진 도시들은 참 돈이 많다

인프라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내 눈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낭비로 보인다

누군가 100년을 내다보고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왕건길 1~8코스 종주가 끝났다




언제, 또 평가할 기회가 주어지면

오늘 내려온 길보다 좌측으로 올라서 그냥 패스한 8코스로 내려와 봐야 겠다

자칭 혁신도시 둘레길을......


오늘 걸은 길(오룩스앱, 좌에서 우로 걸었다)



산길샘 앱. 한장으로




고도표

세번의 콘 오름이 있고,  자질그레한 오름들이 중간에 섞여 있다




팔공산 왕건길 5~8구간.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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