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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백두대간

백두대간(17), 밤티재에서 문장대와 천왕봉 지나 갈령으로

by 강가딩 2016. 1. 11.

 

 

대간 길에서 가장 힘들었다

 

준비한다고 준비했는데 랜턴을 빠트리고 왔다.

휴대폰 플래쉬를 대용으로 사용했지만,

첨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 하나가 컨디션 난조를 가져왔고,

그렇지 않아도 가장 어렵다는 암릉구간에서 지금껏 나의 자만을 처참하게 이그러뜨렸다

山友의 도움이 없어으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을 지 모른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일을 망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려주었다

 

코스/거리 및 시간(백두대간 17): (밤티재~암릉구간~)문장대~천왕봉~형제봉~갈령, 16Km, 10시간 50(이동시간 8시간 15)

언제/누구랑: 2016110(), 귀연산우회 따라

 

 

 

천신만고 끝에 찾은 극락, 문장대

그래서 세번만 오르면 극락세계에 들어갈 자격을 준다고 했구나....

 

새벽녁에 나오게 되면 뭔가를 빠트리고 나와 낭패를 보곤 했던 경험은 그 전날 미리 미리 챙겨놓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랜턴을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고 말았다

 

랜턴 대신에 휴대폰 플래쉬에 의존하여 가는데 영 불편하다

신발 끈이 풀리고,

안경에 서리가 끼고

심지어 자연이 부르기까지 했다

조그만 나사 하나가 풀리더니 공장이 멈추는 격이다

 

날이 밝고 암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고생은 했겠지만 큰 무리없이 올라갈 첫번째 로프에서부터 버벅거렸다

 

속리산의 멋진 조망이 눈에 들어온 것은 첫번째 로프를 지나고 잠깐이었다

두번째부터는 아예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들지 않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발 디딜 곳은 보이지 않고

배낭을 벗어던져 올리고,

로프를 잡고 대롱대롱,

아마도 마지막까지 챙겨준 산벗들이 없었으면 난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함께 가주기 위해 기다려 준 산골타잔님, 단비님

미안해서 먼저 가라고 해놓고는

결국은 손을 내밀었다....조금만 기다려 달라고(두 분 다시한번 감사)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제 어머니 생신을 함께 하려고 광주에 차몰고 오가느라 힘들었나,

잠을 설쳐 그랬나,

심지어 온도가 내려간다고 가져온 로프와는 상극인 벙어리 장갑 때문이었나...

 

그다지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알바까지 하고 나서는 초반부터 진을 다 뺐다.

 

그리고 도착한 문장대....여기가 바로 극락이었다

 

바람이 거칠기로 유명한 문장대

한데 내가 올랐을 때 바람은 잦았는데 대신 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후미, 그것도 많이 떨어진 후미를 가는데 안도감이 든다

이제부터는 온 적이 있고, 그렇게 험한 곳이 없다는 것을 아니까

 

싸래기 눈발이 흩날린다

 

저 산죽밭 끝에 있는 신선대 매점

그 곳에 도착하길 맘 속으로 얼마나 기다렸나.

난 거기서 점심에 막걸리 한잔, 커피까지 온갖 호사를 다 부리고 나섰다

 

천황봉 가는 길

오늘 길에서 가장 멋졌던 곳이다

 

아마도 그나마 경치를 즐길 맘과 몸의 준비가 되어 있었던 구간이었는지 모르겠다

영락없이 어미 등에 업힌 두꺼비 모습...

 

천황석문

이 정도의 통천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천왕봉

 

천왕봉에서 피앗재까지의 5.6km,

정말 멀었고,

정말 지루했다

 

그 길 , 발이 가는대로 무념무상, 무아경지로 걸었다

비운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몸으로 느꼈다

그렇지만 피앗재에서 발길을 멈추고 채웠다

과일, 쵸콜렛, 커피까지.....탈진하지 않기 위해

 

피앗재에서 형제봉 올라오는 날선 오르막,

차라리 덜 힘들었다

 

 맘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일깨워주었다

 

운무가 거치고 조망이 거침없이 드러났다

저 멀리 우리가 걸어온 속리산 능선들....

 

형제봉에서 갈령으로 가는 길에,

허벅지에 쥐가 났다

 

후미를 찾는 총무님의 전화가 왔다

배신한 후미 5남매에 이어

새로운 다크호스 후미그룹이 나타났다....그 이름 '풍까요(풍경, 가딩, 요주)'

 

제주도에 3주간 장기걷기에 가있는 신샘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고생한만큼 성숙한다고

 

오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늘재에서 밤티재로 출발이 급변경되었다

만일 변경되지 않았으면 풍까요는 중간에 탈출해야 했을 것이다

 

오늘 걸은 길(산길샘 앱)

중간중간 코스를 벗어날 때 경고음을 날려주는 알람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구간은 눈이 없을 때

얼지 않아 미끄럽지 않을 때 통관한 것은 정말 운이 좋은 것이었다.

가능한 겨울에는 피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점심시간 1시간 가량을 제외하고는 열심히 걸었는데

휴식시간이 2시간 40분이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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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17.gpx

 

 

 

 

백두대간17.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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