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이 아니라 대간령(大間嶺)을 아시나요? 대간령은 진부령과 미시령 사이에 있다는 뜻에서 '샛령', '새이령'이라 불렸으며, 옛부터 영서와 영동을 이어 주는 중요한 고갯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산꾼들 뿐 아니라 걷기꾼 사이에서도 꼭 가봐야 할 원시의 풍경을 가장 간직한 길로 회자되는 곳이다. 대간령 올라가는 첩첩산중에 그 옛날 말(馬)이 거래됐던 비밀의 장터, 마장터가 숨어있다 ▲ 코스: 박달나무 쉼터~소간령~마장터~대간령~마장터~합수베리~물굽이계곡~군계교 ▲ 거리/시간: 약 14km, 약 6시간 ▲ 언제/누구랑: 2015년 8월 29일(토), 인도행 대전방 식구들과 소간령 지나 마장터 가는 길에 만난 낙우송(?) 군락 마치 사관학교 생도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이 지나가도록 도열해 있는 모습이다
그 옛날 말(馬)이 거래됐던 비밀의 장터, 마장터를 35년간 지키고 계신 어르신과 함께
보통은 대간령에서 들머리인 박달나무 쉼터로 원점회귀하는데, 우리는 욕심을 부려 물굽이 계곡으로 물길 트레킹을 하였다 물이 많이 불었고 물살도 세찼다
박달나무 쉼터에서 오후 걷기를 시작하였다
날씨는 참 좋았다
싱아
얼마 되지 않아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다 물을 만나자 모두들 즐거워 한다 계곡을 끼고 걸었지만, 물길을 만나지 않으면 심심할 정도로 평이했다 30여분 걸었을까, 누군가 만들어 놓은 샘물을 지나면
성황당이 나타난다 여기가 소간령, 작은 새이령이다
여기서부터 마장터까지가 오늘 길의 백미다 쭉쭉 하늘로 뻗은 나무 사이로 마치 개선장군처럼 걸어갔다
마장터, 영서지방과 영동지방 사람들이 모여 시장을 열었던 곳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을 팔았던 곳이라 한다 한때는 30여 가구가 살았다고 하며, 35년간 이 마장터에서 지키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할아버지의 정원에는 참당귀, 부추, 더덕이 꽃을 피우고 있었고 작약은 앙증맞은 열매를 맺고 있었다 정원은 더덕 향으로 뒤덮였다 마장터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길이 날을 세운다 하지만 그 날은 그리 날카롭지는 않다
대간령 신선봉과 마산봉을 연결하는 백두대간의 안부다 아마 내년에는 이 길을 지나갈 것이다 옛날 진부령, 한계령과 함께 영동과 영서를 잇는 주요 교통 통로였으나, 진부령과 미시령에 길이 뚫리면서 발길이 뜸해졌다고 한다 이전에는 오지여행가가 가끔 옛길을 걸으러 왔었으나 지금은 걷기꾼 사이에서 마지막 남은 오지의 걷기 좋은 길로 소문나면서 제법 많은 도보꾼들이 찾아오고 있다
대간령에서 원점회귀하지 않고 고성 도원리로 넘어가도 된다
그 길은 고성갈래길 중 8경인 '새이령(璽爾嶺)'길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도원리로 내려갈 생각이었으나,
참가인원이 많아지고 버스가 한참을 돌아가야 해서 원점회귀하기로 했다
사람들과 접촉이 잦는지 다람쥐가 도망을 가지 않는다
두마리가 방울토마토를 차지하려고 쌈박질을 하였는데, 그 장면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작은 폭포수
대간을 뛰는 산꾼들이 여기까지 와서 식수를(?) 떠가고 있었다
즐겁기만 했다...아직까지는
톱풀
나비나물
쑥부쟁이 계절이 시작되었다
눈개승마
삽주
그리고 노루귀 군락
우린 원점회귀 대신 물굽이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올 여름 그냥 지나친 물길 트레킹을 하고 싶어서였다
마장터에서 흘리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옆에 계곡을 끼고 가는 비렁길이다
약간 거칠지만 난, 마장터 가는 길보다 더 좋았다
특히나 원시의 상태가 훨씬 잘 보전되어 있어서였다
흘리계곡을 따라 진부령으로 내려가는 길을 버리고,
우린 물굽이 계곡으로 들어섰다
물은 맑았고 계곡 트레킹의 유혹에 빠졌다
기회가 된다면,
마장터에서 흘리계곡으로 물길따라 내려가면서 제대로 물길 트레킹을 즐기고 싶어졌다
종일토록....
하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체되었고,
앞으로의 길 사정을 예측하기 힘들어 아쉽지만 계곡 옆 산길로 내려갔다.
최근에 비가 왔는지 물살이 거셌고
물의 양도 많고 깊었다
길을 찾아,
물길트레킹이라기보다는 계곡 건너기를 하기 위해서 물속을 오갔다
아직은 순조로웠다
산꾼들이 그닥 많이 지나가지 않았을테지만
그나마 계곡 옆으로 나 있던 길의 흔적들이 폭우에 사라졌다
산길을 개척해서 내려갔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물살이 거세다 못해 건너는 것 자체가 위험했다
하지만 건너지 않으면 내려갈 수가 없었기에,
남자들이 미리 물에 들어가 물살이 약하고 덜 깊은 곳을 찾아,
여성 길벗들의 손을 잡아 주며 건너기를 도와주었다
그렇게 계곡 건너기를 무려 일곱차례나 했다
혹시 물굽이 계곡으로 물길 트레킹을 계획하는 분들은
비가 온 후에는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길 권고한다
계곡 건너기를 하는 동안,
무서움에 겁을 잔뜩 먹은 얼굴 표정,
평생 경험하지 못할 어드벤처를 만났다고 즐기는 얼굴 표정,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함께 내려갈 수 있을까 책임에 찬 다구진 얼굴 표정에 이르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 삼라만상을 보았다.
그게 바로 인생사인 것을,...
날머리에 도착해서 보니 예정했던 시간보다 1시간 30분 가량 늦어진 오후 7시 20분이었다
조금 지나서 어두어졌다
마장터, 새이령, 그리고 흘리계곡 가는 지도
물이 불었을 때는 합수계곡에서 흘리계곡으로 내려가길.....
우리가 걸은 길(오룩스앱)
그리고 고도표...마지막 대간령 챌 때가 날이 서있을 뿐 대체로 완만하다
GPX 파일은 물굽이 계곡으로의 진행을 권하지 않기에 첨부하지 않았다
물굽이 계곡 끝에는 길을 잘못들면 사격연습장을 만나게 되니 조심하길.....
혹 GPX 파일이 필요하신 분은 댓글을 남겨놓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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