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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강원권 둘레길

인제 수산리 자작나무 숲길, 황홀 그 자체였다

by 강가딩 2014. 11. 2.


황홀했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비그친 후 더욱 짙어진 단풍색과

폐부 깊숙이 파고드는 청량한 공기,

그리고 놓고 오기에 아까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길이었다

 

그야말로 마지막 가을이 타고 있었다

 

코스: 자작나무 숲 입구~자연학교 캠프장~갈림길 우측 임도~전망대~오토캠핑장~(한반도 숲 왕복)~원점회귀

거리/시간: 17km, 6시간(느긋하게)

언제/누구랑: 2014111(), 인도행 대전방 식구들과

 

 



인제 수산리 자작나무 숲길의 상징

한반도 지형

 

 

겨울로 갈수록 수피(樹皮)가 하얗다 못해 은빛을 발하는 나무.
누군가 "나무 중에 가장 수줍고 귀부인다운"이라고 노래했던 나무.....(퍼온 글)

 

북반구 한대지역에 자생하는 자작나무는

남쪽에서는 강원도 인제의 원대리와 수산리 두 군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인제 수산리 자작나무 숲길 입구

 

원대리는 자작나무 숲속을 산책하는 데 적격이라면,

수산리는 멀찍이서 자작나무를 바라보면서 걷는 맛이 일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우천예보로 일부 신청자들이 주저했으나,

 땅은 말라 있었고 공기는 매우 청량하여 걷기에 최적의 기후 조건을 제공하였다

 

해서 도보꾼 입장에서는 수산리 자작나무 숲길 걷기가 선호되며,

게다가 산불방지기간이 시작되는 11월 1일부터 원대리는 원칙적으로 입산이 금지된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비가 그친후 단풍색이 더욱 도드라져 그야말로 오늘 걷기는

누군가의 표현대로 '단장의 미아리 고개'였다.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자연학교 캠핑장

 

우리가 입수한 인터넷 정보에 따라 자작나무 숲길 입구에서 하차하여 걸어 들어 왔는데,

 자연학교 캠핑장까지 대형버스가 진입 가능하였다(회차, 주차 등 가능)

 

'체력은 국력'

 

자연학교 캠핑장은 철수 혹은 폐쇄되었는지 출입이 자연스러웠고 대형버스 한대가 들어와 주차하고 있었다

 

삼거리

우린 여기서 우측으로 걸어 좌측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약 1키로를 걷자 비포장 임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누군가가 쳐다는 보는 듯 하여

뒤를 돌아보니 만산홍엽이 따로 없다....

 

길섶 너머 산자락에 박혀 있는 자작나무들이

영락없이 액자 틀이 없는 한폭의 풍경화같다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최근 한국작가회의 40주년 기념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60명의 시인에게 스스로 대표하는 시가 무엇인가의 질문에,

고은선생과 정호승 시인이 '자작나무' 관련 시를 꼽았다.....

 

자작나무를 보면 시상이 절로 떠오르나 보다...

 

자작나무에게(정호승)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

나는 새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웠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

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다

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을 견디는 스승의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다

 

자작이여

새가 날아오기를 원한다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신 자작나무여

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새의 제자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고은)

 

광혜원 이월마을에서 칠현산 기슭에 이르기 전에

그만 나는 영문 모를 드넓은 자작나무 분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가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는지 나는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만 눈발에 익숙한 먼 산에 대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게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들이

이 세상을 정직하게 한다 그렇구나 겨울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 스스로 달래어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후략)

 

저 멀리 자작나무 오솔길이 차마고도처럼 펼쳐진다

 

마치 숙명처럼 그 길이 다가왔다.

저 길 끝에 가면 방황이 끝나겠지......

 

그 길 앞에서 선 두 길벗의 표정은 정반대다

새침....그리고 파안대소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못난이(?) 세자매에서

 

고독을 씹는 사추기 남정네까지도 모두를 품어버린다

 

오늘 이 길을 오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했을까?

 

정답은 '아니다' 이다

 

평생 이 멋진 길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을테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전방의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오지 않은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 귀퉁이를 돌아서면 뭐가 있을까?

 

이제 궁금증이 사라질 때도 되었건만 걸을 때면 또다시 일어난다

 

늦가을을 온몸으로 태우고 있었다

 

이 시기를 맞출려고 얼마나 재고 쟀던가....

 

단풍색이 짙어지더니 어느 사이엔가,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만추의 한반도 지형

 

하얀 속살과 노란 단풍이 황홀경을 선물한다

 

평생 다시 볼지 모를 멋진 경치를 담는데 이정도의 수고쯤이야.....

 

각도를 달리하며 한반도 지형을 감상해 보자

 

 

 

그저 나무인데  '고혹적인 속살' 느낌이다

 

외국의 나무 숲을 옮겨놓는 듯한....그러면서도 어딘지 익숙한 숲길

 

일본잎갈나무

 

오늘 걷는 길에서 내가 꼽은 최고의 명장면

 

작품명 "자작나무 반영"

 

자작나무 가지끝을 보려고 하늘을 쳐다보았는데...

겨우사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내려간다

 

자작나무 숲속에 오토캠핌장이 숨어있을 것이라 생각치 못했다

 

오토캠핑장 지나

한반도 지형의 숲속에 직접 다녀오기로 했다

 

왕복 1시간, 약 3km 걸렸다

 

개천 속에 빠진 가을도 만났다

 

작은 폭포도?

 

이 길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지 않은 듯 하였다

 

내려올 때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멋진 경치들이 펼쳐졌다

 

그 멋진 풍경을 안도현의 시

'자작나무의 입장을 옹호하는 노래'로 대신한다

 

도시를 활보하는 인간들을 뽑아내고

거기에다 자작나무를 걸어가게 한다면

자작나무의 눈을 닮고

자작나무의 귀를 닮은

아이를 낳으리

 

봄이 오면 이마 위로

새 순 새록새록 돋고

가을이면 겨드랑이 아래로

가랑잎 우수수 지리

 

그런데 만약에

저 숲을 이룬 자작나무를 베어내고

거기에다 인간을 한 그루씩 옮겨 심는다면

지구가, 푸른 지구가 온통

공동묘지 되고 말겠지

 

나머지는 여운으로....ㅋㅋㅋ

 

 

후미에 오던 시민대학 목공예팀이 영화를 찍는다

 

자작나무는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 해서 붙여진 이름..

내려오는 길에 갑자기 그 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인제 수산리 자작나무 숲길 개념도와 오늘 걸은 길(나들이앱과 오룩스앱)

 

인제 수산리 자작나무 숲길의 위치

 

 

GPX 파일을 첨부한다

Track20141101인제수산리자작나무숲길.gpx

Track20141101인제수산리자작나무숲길.gpx
0.31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