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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백두대간

백두대간(28), 마구령에서 고치령 지나 늦은맥이재에서 어의곡으로

by 강가딩 2015. 8. 11.

 

산도 숲도 여름을 견디고 있었다

 

햇볕이 들지 않은 숲속을 걷고 있었음에도,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숨이 콱콱 막혔다.

 

하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는,

무더운 여름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코스(백두대간 28)/거리 및 시간: 마구령~미내치~고치령~마당치~늦은맥이재~어의곡리 주차장, 23Km, 9시간

언제/누구랑: 201589(), 귀연산악회 따라

 

 

 

숲도 더위에 지칠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럼에도 숲은 새로운 기운을 만들고 있었다

 

조망이라고 우기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마구령~늦은목이재 17km 능선에서 그나마 내세울 수 있었던 조망터,

마당치에서 배바위 가는 길 사이가 아닌가 추측된다

 

오늘 출발지는 마구령,

산행이 끝난 후, 땀으로 범벅이 된 심신을 차가운 계곡물에 담가

식혀주기 위해  늦은맥이재로 역방향 진행하였다

 

마구령까지는 트럭으로 올라왔다

걸어서 올라오면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린단다

고바위를 올라오지 못해 트럭에서 내려 밀고 밀어 올라왔다

 

마구령(馬驅嶺)은 장사꾼들이 말을 몰고 다녔던 고개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경사가 심해 논을 매는 것처럼 힘들다 하여 매기재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경북 영주와 충북 단양을 경계로 하는 고갯길로 

단양 영춘면의 의풍계곡에서 민초들이 부석장으로 가기 위해 이 고개를 넘었다고 전해진다(퍼온 글)

 

마구령에서 고치령까지는 8km

 

헬기장까지는 오르막 길인데,

평소보다 빠른 시간에 출발해서인지 아직은 큰 어려움이 없다

 

헬기장은 사라지고 산림 복원 작업을 하고 있었

 

4km 지점,

트럭을 두차례 나눠 타고 올라왔는데 2차로 올라온 선두팀에게 따라 잡혔다

고치령에서나 따라 잡힐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중간에 쉼없이 넘었다

 

고치령 산령각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도착했다

 

고치령은 남쪽 들머리에 고치(古峙)가 있고,

고치의 우리말은 '옛고개'로 이 옛고개가 차츰 부르다가 고치령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고치령도 차량 접근은 힘들듯 보였다

고치령에는 장승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누군가 갖다놓은 쇠주병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순하게 달려왔던 산행이

고치령부터 오르막을 만나면서 뻑뻑해졌다...

 

크로바님의 표현처럼 '잠자리 헬기장'을 지날 때까지도 다리는 팍팍했고

기온이 오르면서 숨까지 찼다

 

고치령에서 늦은맥이재 가는 능선 중,

제대로 이름을 가진 곳 '마당치'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걸은 마구령에서 늦은맥이재까지의 구간에서 이름표가 붙은 바로 요기 뿐이었다

 

지난 산행에서 만났던 하늘말나리, 일월비비추 등은 자취를 감추고,

참취, 은분취, 수리취 등 취꽃류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참취

 

은분취

 

단풍취

 

그러고 보니 오늘 구간에서는 별 특징이 될만한 나무, 바위, 조망터도 없었다

아마 다른 곳에서는 그냥 패쓰했을 것이다

 

요산요주님은 '우리가 지나온 곳이라' 했다

 

오늘 난,

혹여 무언가를 흘리고 나오지 않을까 미리 챙기고 챙겼건만

나의 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

폰을 놔두고 왔다

 

음악을 들을 수도

시간을 알 수도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지도와 GPS 기능도

심심풀이 서핑도 할 수 없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미련이 남았다

 

죽고 나면 알리 만무하거만,

세상에 미련을 놔두고 죽음을 맞이한다면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비우는 연습은 그래서도 필요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오다 보니 늦은맥이재 2.1km 전이었다 

 

그 사이, 야생화 이름을 불러주면서 왔다

김춘수의 꽃처럼,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이 되었다'

 

오늘 길에는 지난 산행에서 만났던 일월 비비추와 같이 '송장풀'을 유독 많이 만났다

 

모싯대도 길다란 고개를 내밀며 멋을 잔뜩 내고 있었고

 

수줍은듯이 '산박하(?)'도 꽃잎을 드러냈다

 

꽃망울을 품고 있는 쉽사리도 눈길을 잡았다

 

모처럼 후미 6남매가 다 모였다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털고,  마지막 된비알을 준비하였다

 

다리가 팍팍해서가 아니라

바람이 불지 않으니 가슴이 막혔다

그나마 늦은맥이재에 가까와지면서

자신의 절정을 놓지 못하는 녀석을 만나 위안을 삼았다

 

일월비비추

 

며느리 밥풀

 

그리고 등골나물

 

이질풀까지....

 

막 지고 있는 천상의 화원을 지나

 

늦은맥이재에 도착했다

7시간에 끊었다...끊었다는 표현이 정말 맞다. 자랑스럽게

 

을전을 날머리로 잡은 이유

 

바로 여름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우린, 지난번과 다른 길을 가보기로 했다

약간 길게 돌아가지만,

 

우회길은 산능선으로 치고 올라갔다

 

세밭교를 건너왔다

 

늦은맥이재에서 내려오는 저 길

언제 또다시 와볼 기회가 있을까?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아 트랙과 GPX 파일을 올릴 수 없다

 

대신,

여전히 구별이 잘 안되는 놈들....뚝갈, 어수리, 구릿대, 강활, 바디나물, 누룩치, 전호, 독활 등등 중에서

오늘 만난 녀석들을 꽃사부님께 물어보고 인터넷을 뒤져 봐야겠다

 

 참나물?

 

독활?

 

바디나물

 

(지리) 강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