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비우라는 날인데 욕심을 부렸다
어제 백두대간 약 20km, 9시간 30분 가량 힘들게 걷고 와서 쉬어주어야 함에도,쉽게 갈 수 없는 길이어서 무리를 하였다.
부처님 오신날에만 개방하는 암자도 끼어 있어서 더욱 욕심을 부렸다
아니라 다를까, 어제 대간길보다 더 힘이 들었고,
기기암과 서운암은 들리지 않고 그냥 내려왔다
약간은 서운했지만 버리고 나니 훨씬 편했고
걷는 맛, 보는 맛이 느껴졌다.
은해사 칠암자길은 버리고 비움을 실천하고 오는 길이었다
▲ 어디를: 은해사~운부암~백흥암~만년송/삼인암~중앙암~묘봉암~(기기암~서운암)~은해사
▲ 거리/시간: 약 14.5km, 약 5시간 40분(처음에는 힘들게, 나중엔 놀멍 쉴멍)
▲ 언제/누구랑: 2015년 5월 25일(부처님 오신남), 안내산악회(금강산악회) 따라 신샘님과
부처님 세안드리는 모습
중앙암 올라가는 길의 삼인암에 있는 만년송
은해사의 반영
무리인 줄 알면서 욕심을 부렸다
은해사 7암자길은 안내산악회에서 좀처럼 상품으로 내놓지 않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일부러 와야 하고,
백흥암은 부처님 오신날만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때문에
덜커덩 안내산악회를 따라 나섰다
팔공산 은해사 일주문
오늘 길에는 신샘님과 동행했기 때문에 사전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전례에 비추어 신샘님을 따라 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신샘님과 함께 걷지 않고 각각 개별적으로 걸었다.
그 때문에, 목적했던 7암자를 다 들리지 못했고
또 그 때문에 오늘 버리기를 실천하고 돌아왔다
두나무의 가지가 하나로 이어지는 연리지
원래 계획은 운부암~(산길)~백흥암~중앙암~묘봉암~(능선)~기기암~서운암의 코스였으나
묘봉암에서 능선길을 놓치고 도로를 따라 바로 은해사로 내려왔다
바로 왼편 기기암, 서운암 가는 길로 내려와야 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은해사 자체적으로,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각 암자로 가는 차량편을 제공해 주고 있었다
운부암, 중앙암, 백흥암, 묘봉암까지 일반 신도들이 걸어가기엔 사실 만만치 않은 거리이기에
혹 이른 아침에 도착해서 차량에 여유가 있거든 그 차를 이용해도 좋을 듯
우린 먼저 은해사 우측편 산쪽에 홀로 동떨어져 있는 운부암에 들려 나오기로 했다
가는 길은 포장길이다
가는 도중에 저수지 옆으로 묘봉암, 백흥암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난, 바로 저 왼쪽의 포장길로 내려왔다
나무가 양편으로 우거져 있지만 시멘트 오르막 임도는 사실 걷기에 많이 불편하다
신샘님과 산꾼 상당수는 중간에 트럭을 얻어 타고 올라가버렸다
물론 중간에 이런 풍광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더운 날 땀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것은 고역이다
해서 운부암까지 염치불구하고 차량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을 것이라 권한 것이다
운부암에 도착했다
운부암의 연혁을 알아보고,
불이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올라서는데,
대웅전을 바라보고 있는 뒷편 대청마루(?)에 신도들이 모두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매우 경건했다
죄송한 맘에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운부암에서 나와 백흥암 가는 길은,
산길을 찾아 가야 했다
길은 희미하고 거칠었다
약간의 알바와 우여곡절 끝에 백흥암에 도착했다
이미 신샘님과 헤어진 나는 함께 갔던 전혀 모르는 산꾼들을 열심히 쫒아 갔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백흥암 담벼락에는 마가렛이 한참이었다
난, 여기서 부처님 세안을 드리는 흔치 않은 광경을 또 목격하였다
백흥암 보화루
은해사 일주문에서 바로 여기 보화루까지는 걷기꾼이 썩 내켜 하지 않은 포장길이어서 그렇지
멋진 숲을 갖고 있었다
난, 본의아니게 하산길에 이 길로 내려갔다
중앙암으로 올라선다
중앙암 가는 길은 산행이다
오르막도 제법 있고, 심지어 로프도 있다
어제 대간길에 힘들지 않았다면 그럭저럭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역시 대간 하루 전후에는 쉬어 주어야 하는데.....
쉬고 또 쉬고, 쉬고 또 쉬고를 반복하면서 올라갔다
천년송도 아니고 만년송....
그 푸르름이 영원하길 기원해 본다
중앙암 법당 뒤를 지키는 바위 3개, 삼인암
삼인암에는
애가 귀한 집에 시집을 간 새악씨가 애를 낳지 못해 애태우다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이곳에서 기도를 드린 후 삼형제를 낳았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중앙암 내려오는 길에 극락굴에 들렸다
겨우 한 사람 지나갈 수 있는 틈
살이 쪘는지 날씬한지는 여기를 지나가보면 알 수 있다
3층 석탑과.
탑돌이
탑돌이는 몇바퀴를 돌아야 하나....
중앙암 법당은 바위를 지나면 있다
공사중이었다
난, 중앙암에서 공양 보시를 받았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에서 공양을 받을 수 있는데 바보같이 도시락을 싸왔다
중앙암을 나와 묘봉암으로
여기서 준비를 해오지 않음을 실감했다
중앙암에서 묘봉암 가는 길이 산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
멋진 조망을 품고 있었다
팔공산은 은해사를 품고 있었다
저 멀리 은해사가 보였다
묘봉암에서는 신도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묘봉암을 나서서,
기기암은 은해 능선을 타고 가야 하는데,
난 아무 생각없이 저 표지판 따라 은해사로 내려갔다
포장길이었다
묘봉암에는 컴프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묘봉암 내려가면서 중간에 기기암 가는 산길 입구가 있겠지 하면서 내려갔다
나타날 때가 넘었는데도 들머리가 보이지 않아
잘못 들었음을 알고
준비해 오지 않음에 대해 책도 하고, 조금은 섭섭도 하고 그랬지만....
때죽나무 꽃
때죽과 쪽동백을 동시에 만나는 행운도 얻고
쪽동백꽃
계곡에 들어가 발 담그면서
가져간 막걸리를 거진 다 마시는 여유도 느끼고
오히려 버리고 나니 더 편해졌다
술도 한잔 마시니 발도 편해졌다.....ㅋㅋㅋ
아마 이 길로 오지 않았으면 보지 못햇을 은해사의 멋진 반영도 만났다
올라갈 때는 들리지 못한 은해사를 느긋하게 둘러 보았다
마침 행사가 있었는데, 도지사/도의장(?) 등이 축사를 했다
성보박물관도 들렸다
은해사 보물 목제 나한도
지옥의 염라대왕이 인간의 행업을 비추어보는 업경대
12지상 중, 나의 띠 조각상에 동전을 올려 놓았다
천천히 일주문을 나서니 때마침 신샘님도 내려오고 있었다
신샘님이 막대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도로 양 옆으로 개천을 만들어,
산꾼, 걷기꾼, 구경꾼들이 족욕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아이디어가 빛났다
그동안 돌아본 암자길이다
지리산 칠암자 순레길, http://blog.daum.net/hidalmuri/488
통도사 암자 순례길, http://blog.daum.net/hidalmuri/1101
범어사 암자길, http://blog.daum.net/hidalmuri/1241
그밖에 기회가 되면 명성이 알려진 암자길들을 다 돌아보고 싶다
청도 운문사 암자길
화엄자 연기암 가는 길 등....
오늘 걸은 길(오룩스 앱)
묘봉암에서 은해능선을 타고 기기암에 들린 후 임도로 내려와야 하나,
그냥 산길을 버리고 포장길로 내려왔다
고도표
제법 표고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GPX 파일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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