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소소한 아침 산책

 

 

영춘화가 아닙니다.....5개 꽃잎을 가진 개나리

네잎 클로버처럼 행운을 가져다 줄까?

 

둔산에서 관평동으로 이사를 오고난 후 게을러져 출근이 늦어졌다

하지만 오늘은 좀 일찍 나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회사 뒷산 산책길을 찾았다

 

요 며칠 사이 기온이 내가면서 봄이 왔다가 주춤거리고 있다

그 덕에 예년보다 일찍 피었던 봄꽃들이 덩달아 주춤거리면서,

봄날의 향연을 길게 즐기고 있는 듯 하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란 배추꽃

 

三冬을 참어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윤동주의 ‘봄’)

 

식당 늙은 벚나무에도 꽃이 만개했다

옆을 지키던 두 그루는 싹둑 잘렸지만....

이 친구는 질긴 생명력으로 봄날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잔을 들면 소주보다 먼저/벚꽃 잎이 날아와 앉고/저녁놀 비낀 냇물에서.......

벚꽃무더기를 비집으며/늙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신경림의 ‘봄날’)

 

한 쪽에서는 벌써 봄이 지고 있다

 

김훈은 ‘자전거여행’에서 봄 꽃의 죽음을 다양하게 서술하였다

동백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매화는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산슈유는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목련이 질 때는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이 글 월강님 블로그를 보고 재인용하였다)

 

어떻게 나이가 들것인지......

박혜란의 “다시 나이 듦에 대하여”를 꺼내 봐야겠다

 

자연은 참으로 경이롭다

여기서 난 또 배운다

노인이 아니라, 어른으로서의 삶을....

 

  집 안에 심으면 아녀자를 바람나게 만든다는 산당화/명자꽃,

지금 당장은 책보다 바람을 맞으러 가야겠다

 

4월 둘째주....회사 뒷산 올라가는 산책길에서

늙은 휴대폰으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