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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걷기/삼남길·의주길

삼남길 충남구간(3), 차령고개길(4코스)에서 흥타령길(2코스)까지

by 강가딩 2015. 1. 20.


4코스 차령고개길 중간지점인 차령고개에서 출발하여,

2코스 흥타령길 마침점 근처인 두정역까지 걸었다

 

오늘 걸은 길은 삼남길 충남구간에서 옛길 형태가 가장 많이 남아 있었고,

그에 비례하여 흙길도 제법 많았다

 

더불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고,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를,

천안의 또다른 명물 버드나무길을 걸었으며,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산책도 하는 등 재밌는 이벤트도 가졌다

 

비록 일부 구간은 차량으로 이동했으나,

지난번처럼 차량도보가 아니라 차량회수를 위해 중간중간 건너뛰는 수준에서 마무리하였다.

이 길을 기획 만든 손성일대장님에게 조금은 면이 섰다.

 

코스:

- 차령고개길(4코스): (광정삼거리~)차령고개~쌍령리입구 12km, 3시간 30

- 쌍령옛길(3코스): 쌍령리입구~풍세면~가송3~천안삼거리공원, 14.7km, 4시간

- 흥타령길(2코스): 천안삼거리공원~천안향교~두정역(~직산역) 14.5km, 4시간

거리/시간: 20km(차량이동 포함 32km), 6시간 20

언제, 누구와: 2015118(), 삼남길 완주팀과



 

3코스 쌍령옛길에서 만나는 천안의 상징, 버드나무길

 

제 2코스 흥타령길은 재밌게도 고속도로 옆 산길을 오르내린다

 

충남구간 세번째 걸음에는 깃발 신샘님을 비롯,  해연님과 문경님이 함께 했다

 

철수한 차령고개 휴게소 옆, 금북정맥 입구가 들머리다

모처럼 산길이고, 경사가 있다

 

하지만 5분 정도 오르면 봉수산 임도가 나타나고,

좌측의 금북정맥길을 이별한다

 

임도 너머 태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에는 잔설이 선명하다 

 

임도에서 내려와 태화사 방면으로 45도 급좌회전하여 올라야 하는데,

길을 놓치고 천안추모공원 근처까지 내려갔다 왔다(길 놓침에 주의....)

 

무슨 시설일까? 정화 혹은 용수시설로 보이는데

 

쌍령고개를 오른다

 

어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갯마루 올라가는 길이다

 

 쌍령고개는 조선시대 때 공주와 여러 고을들의 조세진상품이 서울과 아산으로 운송되기 위해

넘나들던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한다(삼남길 홈피 소개)

 

쌍령고개에서 바라본 무학리

이제 천안 땅이다

 

무학2리 마을회관

 

둑방길을 지나 두남리로 들어서면

곡교천 둑방의 능수버들길이 여기가 천안임을 알려준다

 

잠시 이 길 위에서 봄을 생각했다 

 

눈이 내린다

흰 눈이 내린다

대지에 내리는 눈은

푸른빛을 띠고 있다

 

나는 믿는다

 

흰 눈 속에

얼음 속에

훨씬 더 밝은 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겨울 너머 절망 너머에

삼월 정오의 강인한 빛처럼

머지않아 언 세상을 뚫고 나올

푸른 힘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얼어붙은 침묵의 대지

흰 눈 속의 치열한 시앗

고요히 아우성치는 푸른빛의 겨울을”

 

-박노해 ‘푸른빛의 겨울’-

 

신샘님이 둑방 아래로 내려가서 사진을 찍으란다

깃발하기도 바쁠텐데 ㅋ....사진 구도까지 챙겨주신다

 

'해품달' 느낌이다

 

두남리 들판을 지나

 

구룡동 방면으로 넘어간다

 

돼지(?) 축사가 있고

구제역 방지를 위한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기차길 옆 포장되지 않은 길을 걸어나간다 

 

고교시절  등교길,

비가 오면 군데군데 패인 웅덩이 위로 차가 지나면 튀긴 흙탕물이,

하얀 하복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왠지 새롭고 정겹게 떠올랐다

 

배밭을 지난다

생각보다 열차가 자주 지나갔다

 

몇년후 이 길을 지나는 걷기꾼은 아마도,

 이 흙길을 밟지 못할 것이다.

그 때는 이미 개발에 치여 있을테니까

 

우린 바로 여기서 항아리 짬봉으로 점심을 먹었다

적당한 가격이 넘으면 피자를 한판 무료로 제공하는 등 솔깃하는 이벤트에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었으나

나이든 우리에게는 그냥 한번 들려볼 정도였다.

 

오후 걷기는 도로를 건너뛰고 바로 여기 천안 삼거리 공원내 산책으로 시작하였다

 

천안삼거리는 충청과 전라, 경상으로 이어지는 삼남의 길목으로,

삼남길을 걷는 도보꾼 입장에서는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인셈이다  

 

천안삼거리 공원내에는 흥타령관이 만들어져 있었고,  

흥타령관 길 건너편에는 천안박물관과 주막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다

 

삼거리공원에는 여러개의 설화들이 얽혀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첫번째 전설은 대략 이렇다

 

홀아비 유봉서가 변방에 수자리(국경을 지키는 병사)를 가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어린 능소를 삼거리 주막에 맡기고 가면서 버들가지를 하나 꽂고 갔다.

오랜 세월이 지나 돌아와 보니 버드나무가 자라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있고

그 아래 아리따운 처녀가 된 능소가 기다리고 있어 부녀는 감격의 상봉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때부터 ‘능수버들’이라는 이름이 생겨나고 삼거리일대가 능수버들로 에워 쌓였다는 이야기다

 

천안삼거리 공원내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능수버들

 

또 다른 설화는,

 

전라도 고부땅에서 과거를 보러 올라가던 선비 박현수가 삼거리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고,

밤이 되어 잠을 청하는데 어디선가 청아한 가야금 소리가 들려와서,

소리를 따라가 보니 '능소'라는 어여쁜 기생이 타고 있었다.

하룻밤에 백년가약을 맺은 박현수는 과거에 장원급제해 돌아왔고

흥이 난 능소가 가야금을 타며 흥타령을 읊조렸다는 것이다.

 

성춘향을 스토리텔링 한 남원의 광한루를 벤치마킹하여,  

유봉서의 딸 능소와  과거를 보러가던 박현수의 애뜻한 사랑으로 포장하여

 '능소와 박현수' 이야기로의 재탄생하였다고 한다

 

 '능소와 박현수' 테마공원

 

영남땅 밀양에만 '영남루'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삼거리 공원내에 있는 조선 중기의 목조 건물 영남루

영남루에서 바라본 건너편 산자락,

우린 저 아래 마을길을 걸어갔다

 

마침 삼거리공원에서는 한껏 치장한 애견들의 동오회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천안삼거리 공원을 나와 길 건너편 마을 길을 걷는다

 

천안 시내임에도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다

 

10여분 걸었을까

 '천안삼거리 휴게소'  뒷길로 연결된다

 

신샘님이 미인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려 커피를 마셨다

도보 중에 이렇게 우아하게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니...

 

이제 고속도로 옆 나지막한 야산길을 오르내린다

 

경부고속도로를 이렇게 가까이 끼고 걷는 것도 역시 색다른 경험이었다 

 

의외로 야산 길이 걷기에 푹신하였다

 

고속도로 옆 소롯길을 걷는데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펼쳐졌다

 

정말 멋진 센스가 아닌가?

 

이 역쉬 뒤떨어지지 않는 센스

하나의 행위 미술 같다

 

원성천변 산책길로 이어졌

어딘가 눈에 익어 곰곰히 생각해보니 몇차례 온적이 있는 옛 정보통신부 연수원 올라가는 길이었다

 

 천안향교 올라가는 길에 만난 120여년 된 소나무 보호수,

한데 소나무 줄기 사이로 어린 소나무 한그루 자라나고 있었다

 

천안향교 앞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 표지판

선경지명이 있었을까?

요즘의 애완견과 함께 사는 풍속도롤 미루어 짐작하여 '개'들도 다 내려서 걸을 것을 명하고 있다(깃발 신샘님의 말이다)

 

공자를 모신 대성전,

그리고 그 앞으로  동방의 18현자를 모신 동무와  서무가 있다

 

동무에는 설총·안향·김굉필·조광조·이황·이이·김장생·김집·송준길 선생이

서무에는 최치원·정몽주·정여창·이언적·김인후·성혼·조헌·송시열·박세채 선생이 배향돼 있다.

 

천안향교를 나와 뒷산 태조산으로 오른다

함께 간 해연님이 마치 대관령 옛길 오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수년전 옆지기와 함께 걸었던 태조산 솔바람길과 만났다

http://blog.daum.net/hidalmuri/254

 

이제 산길과는 이별이다

 

고속도로 아래 터널로 건너갔다

 

천안 IC 들어가는 입구 사거리에 있는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가게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어 손에 하나씩 들고 나왔다

 

이제부터는 도심을 걷는다

다행히 아파트 옆으로 산책길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두정역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바라본 풍경

20여키로를 걸어왔음에도 두정역 올라가는 계단은 모두들 싫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오늘 길의 마침점

도심을 일부 걸었음에도 함께 한 걷기꾼들 모두 만족했다

 

다음 충남구간 마지막은 차량이동없이 걷기로 마무리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기로 했다

 

오늘 걸은 길(나들이앱과 오룩스앱)

 

 

GPX 파일은 삼남길 홈피에서 다운받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