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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호남권 둘레길

거치름이 오히려 정다운 길, 무등산 옛길 3구간

by 강가딩 2011. 2. 5.


남은 마지막 숙제 무등산 옛길 3구간을 이번 설 연휴에 끝마쳤다

 

무등산 옛길 3구간은 1구간과 출발지점이 거의 비슷하고,

충장사 너머까지 가는 도중 중간 중간에 서로 만나거나 평행선을 지으면서 가지만,

1구간이 평탄한 오솔길이라면,

3구간은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정다운 길이다.

 

크게 나무꾼길(5.6km)과 역사길(5.7km)로 나눠져 있는데,

나무꾼길은 이름 그대로 장원봉(386m)과 덕봉(448m)의 봉우리를 지나가야 하는 산길로,

안내 표지판에 산길에 익숙치 않은 도보꾼은 중간중간 만나는 1구간을 이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역사길은 충장공 김덕령장군의 생가, 풍암정, 도요지를 지나 환벽당 까지 광주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길로,

풍암정을 지나면 한적한 마을과 마을을 지나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가보기 전까지 나는 충장사 너머가 광주가 아니라 담양인줄 알았다

 

공식적으로는 나무꾼길 3시간, 역사길 2시간 등 5시간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산수 5거리부터 걷기 시작한 탓도 있지만,

아이젠을 신고 걸어야 할 완전 눈길은 아니었지만,

잔설이 많이 남아 있는데다 일부 녹은 곳은 얼어서 더 미끄러워 조심조심 걸어야 했다

 

산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미끌어지거나 넘어지는 것은 잠깐의 방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오늘 길에서 또 한번 배웠다.

 

전체적으로 3구간은 도보꾼보다는 산꾼들에게 어울릴 법 하지만,

걷다보면 가꾸어지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길에 정이 가고 오랫토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코스: 산수동 5거리~무등산 옛길 3구간(장원 삼거리~환벽당)~호수생태원 버스장류장

▲ 도보 시간: 14.7Km(무등산 옛길 3구간 공식거리는 11.3km), 약 5시간 20분

▲ 언제, 누구와: 2011년 2월 4일(금), 나홀로 

▲ 참고: 무등산 옛길 맛보기(1구간), 2009년 10월 2일, http://blog.naver.com/hidalmuri/70070894838

            무등산 옛길 2구간, 환상의 눈길을 걷다, 2010년 2월 13일, http://blog.naver.com/hidalmuri/70080479009

 



시내버스를 타고 환벽정에 가서 역으로 올려 했으나,

 버스 시간을 놓쳐 산수오거리부터 걸었다

산수 오거리에서 3구간 시작점 장원 삼거리까지는 약 1.2km,

올라가는 동안 1구간이 시작되는 곳도 있다보니 옛길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3구간 들머리인 장원 삼거리,

 

그리고 3구간 지도

 

입구에서 장원봉 올라가는 길, 설 연휴 잔뜩 먹어댄 후유증 탓일까?

헉헉 거리며 오른다

한 숨을 돌리고 보니 장원봉까지 800m,

어휴~~~초반부터 장난이 아니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0m만 오른 후 장원봉까지 가지 않고 옆 능선을 따라 걸으면 되기 때문이다

 

능선 벼랑길, 아이젠을 신어야 되나 고민이 된다.

아이젠을 신고 오는 산꾼들이 더 많다

 

 장원봉을 지나,

잔설이 남아 있거나 군데군데 얼어 있기도 해서

넘어지지 않을려고 매우 조심하여 걸었다..

하지만 꼭 한 두번 엉덩방아를 찧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여기서 한번 미끌어졌다.

 

장원봉에서 내려와 도로를 가로 질러 1구간이 지나는 길과 조우했다

 

덕봉 올라가는 길, 초보 산꾼은 1구간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고 있다

덕봉은 높이는 낮았지만 제법 거칠은 구간이어서,

 산길을 선호하지 않는 도보꾼은 피해 가는 것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여겨졌다

 

올라가는 중간 중간 1구간으로 빠지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아래 표지판을 보았다면, 덕봉이 거의 다 왔다

 

다만 앞으로 경사가 제법 있는 길을 올라야 한다

 

멀리 무등산이 보인다

 

덕봉 정상

 

덕봉 정상에서 바라본 제4 수원지(오른편)와 오늘 걸어온 장원봉길(왼쪽)

 

덕봉에서 내려와 충장사 근처....정말 오랫만에 편안한 길이 펼쳐진다

 

산에서 충장사로 내려오는 나무꾼길의 종료지점,

바로 그 잠깐의 방심의 순간,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산길에서 항상 배낭을 매고 있어야 된다는 이유를 몸으로 배웠다

 

충장사, 내가 (충장)중학교 다니던 내내 충장사는 봄소풍 코스였다

 

 

이제부터 역사길 코스이다

 

처음 만나는 유적은 사촌 김윤재 재실이다.

길을 걷다 보면 옛 명망높은 조상님들의 거처가 오래되고,

그 곳을 지키는 후손(?)의 삶이 팍팍한 모습들을 보게 되어 기분이 찹찹해질 때가 적지 않다

 

 눈 녹은 개여울 사이로 봄이 오고 있었다

 

 

개울을 끼고 걷는 이 길, 오래동안 기억이 남을 것 같다

특히 눈덮인 이 길이.

 

풍암정과,

 

풍암정 앞 멋진 풍광

 

굿당바위

 

눈길을 밟고 간 동물은 인간 뿐이 아니었다

 

인간이 밟고 지나간 길 위에는 밤톨이가 슬며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면,

 

마을길이 나온다....이제부터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이다

 

계속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겠지만, 여유를 갖고 꼭 전시관에 들렸다 가길 권한다

 

무등산 수박으로 유명한 수박마을을 지나고,

 

삼괴정을 돌아,

 

마을 뒷산을 넘어 환벽당으로 걸어 간다

뒷동산에는 정확한 수령을 알 수는 없지만 오래된 소나무가 마을 지켜주고 있다

 

저 마을을 지나면 3구간의 끝자락이 나올 것 같다

 

환벽당

 

환벽당 앞 뜰, 저뜰에 봄이 오면 조선 정원의 맛을 음미할 수 있을까?

 

 

오늘 무등산 옛길 3구간의 도보 종료지

 

광주호 호수생태원까지 걸어 나와 시내버스를 탔다...

산수 오거리까지는 불과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시간표를 알아두고가면 아마 매우 편리할 것이다

 

 오늘 내가 걸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