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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100대 명산

탄성을 연발하게 만든 한라산 눈꽃 산행

by 강가딩 2011. 1. 21.


2m가 넘는 누적 적설량을 기록한 한라산을 오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하루를 제주에 잡히고 얻은 값진 기회였다.

토요일 저녁부터 하늘을 뒤덮은 눈보라와 강풍은 일찌감치 담날 예정된 한라산 산행은 물론,

대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일로 교통편이 묶여 망외의 시간이 주어지면,

정말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두터웠다

 

월욜,

진달래 대피소까지 부분적으로 입산이 허용되어 찾은 한라산,

환상적인 설산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눈꽃을 보고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루가 아니라 이틀 발이 묶인다 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 코스: 성판악~사라오름~진달래 대피소~원점회귀

▲ 산행 시간: 16.8Km, 약 5시간 40분

▲ 언제, 누구와: 2011년 1월 17일(월), 토요산사모팀과

 



일욜, 숙소에 바라본 제주 해변,

강풍과 파고가 장난이 아니다

 

일욜, 제주시내 나가서 자연사박물관과 시장을 구경하고 들어왔다.

들어올 때는 손에 한라봉, 옥돔, 그리고.....모두들 한꾸러씩 들려져 있었다

과연 이럴 때 어떻게 보냈으면 더 좋았을까?

 

 

월욜, 기대치 않은 한라산 등산이 허용되었다.

비록 진달래 대피소까지였지만

 

시작부터 오늘 눈꽃 산행이 환상적일 것임을 예고했다

 

한 사람이 겨우 부딪치면서 오갈 수 있는 길이 어렵게 내져 있었다

 

 

아침부터 저 길을 내기 위해 누군가가 엄청난 고생을 했으리라

 

 얼마 오르지 않아 눈폭탄을 맞은 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 눈 속에 텁썩 주저앉고 말았는데....

어째 포즈가 쩝쩝~~~~

 

아기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는 모습에 감탄을 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내려오시는 한 산꾼 왈, 더 좋은 장관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과연 그 말은 사실이었다

 

 

 

모두들의 발길, 눈길이 멈추고,

방송사에서 이 멋진 광경을  담고 있는 것을 보면....

한데 인터뷰는 했는데 카메라 방향이 영~~~~ㅋㅋㅋㅋ

 

"이렇게 멋진 광경은 아마 살아생전 더 보기 힘들 것이다"고 나이가 드신 한 산꾼은 내려가면서 말을 던젔다

 

 "아니 앞으로 더 좋은 것 마니 보셔야죠. 여기서 만족하면 안됩니다"고 답을 했지만,

 

탄성이 계속 나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멀리 한라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덮인 한라산에서 과연 까마귀의 밥이 있을까?

 

오늘 산행의 종점 진달래 대피소, 아직 그 위로는 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겨울철에는 12:00 이전에 여기를 통과하지 못하면 백록담을 넘을 수 없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가볍게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하산....

 

 

올라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내려가는 길에 사라오름에 올랐다

 

꽁꽁 언 겨울 날씨 덕분에 물 한복판에 서 있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다

 

 한라산 백록담에는 못 올라갔지만,

사라오름 대피소에서 마음에 담고 왔다

 

 

사라오름 오르 내리는 길은,

눈 속에 깊이 잠겨 평소라면 고개를 그렇게까지 구부리고 가지 않을 길을,

한참을 구부리고 지나가야 했다

바로 겸손을, 섬김을 가르치는 길이었다.

어떤 산꾼은 바로 겸손을 배우라는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썰매를 탄다고, 미끄럼을 탄다고 내려오다 낭패를 당했다

 

하산...

다른 각도에서 본 눈길...

놔두고 오기에 아깝긴 했지만 발걸음은 빨라졌다

 

 

 

오늘 우리가 다녀온 길

 

비록 배가 뜰 정도로 바람이 충분히 잠잠해졌지만,

출항시간과 항해시간은 평소보다 늦어지고 길어져,

대전에 도착하니 새벽 2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