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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걷기/해외 트레킹

오이타현 오쿠분고 코스....규슈 올레(2)

by 강가딩 2014. 2. 21.


제주 올레 7코스처럼,

규슈 올레 중 가장 많은 걷기꾼들이 찾는 오쿠분고(奥豊後) 코스를 걸었다.

 

오늘 걷기는,

30센티 가량 수북히 쌓인 설국의 땅을 걸은 가슴 벅참과,

그 많은 눈이 가져온 길끊김으로 제 코스를 일부 걷지 못한 약간의 아쉬움이 함께 했다.

그래도 너무도 행복한 걷기였다.

 

▲ 코스:  JR 아사지驛(朝地駅)~유자쿠(用作)공원~후코지(普光寺)~소가와(小川) 주상절리~오카성주차장(~JR 다케타역)

▲ 거리/시간: 약 11km, 약 5시간(공식적으로 11.8km, 4~5시간)

▲ 언제/누구랑: 2014년 2월 16일(일), 인도행 대전방님들과

 

 



오쿠(奥)라는 접두어가 시사하듯

오쿠분고 코스는 규슈 올레가 아니었으면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채 여전히 남아 있을

일본의 전형적인 산골 모습을 보여주는 소박한 길이다.....

 

오쿠분고의 출발점은  JR 아사지역(朝地駅)이다.

 


아사지역에는 우리말 간판의 올레 안내소가 설치되어 있어

가장 많은 걷기꾼들이 찾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내소에는 각종 자료가 비치되어 있고,

조랑말 인형, 올레 뱃지, 간세다리 인형 등도 판매한다.


 

오늘 걷기는 이 지역 관광협회 직원이 안내를 맡았다.

그리고 현지 중할머니 두 분이 자원하여 따라 나섰다.

한데 이 두 분은 눈트레킹에 대한 전혀 대비를 하지 않고 오셔서

오히려 우리가 모시고 다니는 꼴이 되었다.....ㅋㅋㅋㅋ

(기념으로 인증샷)

 

내가 가장 유의깊게 본 것,

그리고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것은 올레가 이 시골 마을을 약간 부산스럽게 만들고,

특히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를 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출발이다

 

 아사지 역에서 노란색의 두칸 짜리 열차가 여기를 지나간다고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오쿠분고는 오이타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전형적인 오지 산간마을이다.

 

일본 사람들도 이 마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라 하니,

 벽촌 깡촌임에 분명한 듯

 

참,  분고(豊後)는 오이타현(大分県)의 옛 이름이다

 이 분고가 눈에 잠겼다

 

동네 주민들이 이 곳에 오는 우리 걷기꾼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환영 작품

 

 

우리가 가야 할 유자쿠공원과 후쿠지 마애불

 

유자쿠 공원(用作公園)  들어가는 천국문

 

유자쿠 공원 들어가는 입구부터 연못 둘레에는 온통 단풍나무가 심어져 있어

가을 단풍지로 인기가 높다고 현지 안내인은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다 

 

에도시대 오카번의 우두머리 신하의 별장지로 만들어져 영빈관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건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정원의 잔재로서 한자의 「心」과 「丹」의 모양을 한 연못이 위와 아래에 두개 있다.


 

 

위쪽에 있는 心字池


 

심자지에는 이 곳을 지키는 고마이느(こま犬) 두마리가 있다.

고마이느는 절이나 신사앞에 세워놓은 사자형상을 한 동물이다

 

일본 현지가이드는 이 동물의 눈이 주인이 살았던 집을 향해 있다고 설명을 했다

 

심자지를 나와 후쿠지로 가는 마을길

대나무가 폭설에 무너지고 부러졌다

 

헤치고 지나가느라 시간과 힘이 배로 들었다

 

비록 눈에 덮였어도 이제 꽃길이다

 

 

 

 

 멋진 꽃길에 눈이 팔려 미끌어져 넘어져도 마냥 즐거워한다

 

담벼락 너머로 이 모습을 훔쳐보는 어린애의 모습이 너무도 귀엽다

손을 흔드는 그 천진난함이.....


 

마을을 지나

 

후코지로 들어선다

 

 동백이 먼저 발벗고 환영한다

 

 

 

후코지(普光寺),

우리말로 보광사라는 절은 꽃이 피지 않은 겨울에 찾아가 보아도 아담하고 포근했다

 

이 절은 유난히 음악을 아끼는 주지스님이 불당 안에 한 대의 피아노를 놓고

피아노 연주로 예불을 한다고 해서 유명해진 곳이다.

 

단 한 손으로의 연주와 연습은 금지라고 하며,

불행하게 입구에 너무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직접 보지는 못했다

 

  대신 약간의 시주를 하고는 나데호도케를 하였다

 

나데호도케는 아픈곳을 만지고 문지르면 낫는다는 일종의 의식이다

 

보광사 절 왼편으로 돌아나가면, 

거대한 절벽을 파낸 암굴 안에 동굴당이 있는데

이 동굴안에서 불공을 드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린, 눈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만 보고 왔다.


암굴 옆 벽면에는 높이 11.3cm의 거대한 부동명왕 조각이 있다.

 

백제의 미륵마애불이 전해진 듯한 느낌이다...

 

올레 화장실 앞

본디 화장실 앞이 가장 볕이 잘 드는 곳이다

 

이제 소가와 주상절리를 가야할 차례....

 

한데 완전 눈길이다

 

오겐끼데스까~~~가 절로 나온다

 

 

눈이 그렇게 쌓였어도 노란, 빨간 열매는 제존재를 뚜렷히 알리고 있다

 

 

소가와 주상절리에 거의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소가와 주상절리(十川の柱狀節理)

아소산의 분화 때 분출한 화쇄류가 굳어진 암반을 강이 지나면서 형성되었다고 한다

 

무슨 작은 개천에 주상절리가 있을까 했는데

이곳이 화산지역이었다는 것을 잠시 망각했던 탓.....

심지어 예전에는 바다에서 이 곳까지 배가 들어와 물건을 내렸다고 한다

 

이제 오카산성 후문으로 올라 오카산성터(岡城跡)를 지나가야 한다

한데 오카산성 후문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길이

폭설로 넘어진 대나무로 막혀버렸다

 

지금까지 잘 치우고 왔는데

얼마나 눈이 많이 왔는지 차도 대나무에 깔렸다

 

안내를 맡은 관광협회 직원에게,

우리나라 도보꾼들을 안내해 준 적이 많이 있는 지 물어보았더니 '거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은 여행사의 의뢰도 있었지만,

이틀전 내린 폭설로 길이 끊기거나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 많을 것 같아 직접 안내를 나섰다고 했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만일 현지 안내를 해준 관광협회 직원이 없었더라면 우린 매우 난감했을 것이다

 

점심이라도 대접할려고 했는데 극구 사양한 현지 안내인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린다

 

우리가 올라갔어야 할 오카산성터가 저기 보인다

깎아지른 산 위에 지어진 오카산성은  현재 건물은 없지만 돌담의 규모로 그 당시의 위용을 전해준다

 

부득불 우회도로(일부 차도 포함)를 걸어 목표로 한 오카산성 주차장까지 가기로 했다

 

정말 오래전  타키 렌타로(瀧 廉太郎)라는 유명한 작곡가가

 이 성에서 영감을 얻어 '황성의 달(荒城の月, 고죠노 스키)'이란 명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단풍과 낙엽이 지는 성터의 모습이 천년 영예를 누리다 사라진 영주의 모습과 겹쳐 쓸슬함을 더 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의 옛궁궐 만월대를 대상으로

왕평작사, 전수린 작곡, 이애리수 노래의 황성옛터와 시기적으로나 정막이 매우 유사하다...

 

우리는 비록 오카산성을 지나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멋진 경치를 선물받았다....

 

드뎌 오카산성 주차장에 도착했다

참, 오카 산성터는 입장료가 필요하다

 

오쿠분고 코스는 오카산성 주차장에서 약 1.2km를 더 걸어 다케타(竹田)역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이후 길은 비록 역사적 유적지가 많은 곳을 지나기는 하나

 시내를 지나가는 포장길이어서 생략하였다

 

우리가 생략한 것이 아니고,

현지 관광협회 팀이 알아서 제외하였다

 

많은 눈이 내려 막힌 길을 치우고 가느라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힘도 더 들었다

게다가 다음날 걸은 가미아마쿠사(上天草) 지역은 여기서부터 4시간 이상 버스로 가야 했기에,

큰 미련없이 종료하였다

 

<오늘 도보에 대한 나의 평가>

 

이날 숙박한 미사키테이(岬亭) 관광호텔에서의 호텔 회정식은

그간 도시락 식사로 인한 약간의 느글거림을 한번에 다 날려버렸다

 

게다가 야외 온천욕으로 장시간 버스 이동에서 오는 노근함도 깨끗히 씻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