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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걷기/해외 트레킹

미야자키현 다카치호 코스.......규슈 올레(1)

by 강가딩 2014. 2. 21.


규슈 올레 걷기에 나섰다.

첫날 걸은 다카치호(高千穂) 코스는 20여년만에 내린 폭설로 뜨거운 환영인사를 대신했다.

 

3박 4일간의 규수올레 걷기는 深雪 트레킹에서 남국의 꽃길 걷기까지

한 겨울과 봄기운을 함께 맛본 가슴 벅찬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을 듯 하다.

 

▲ 코스:  다카치호 안내소/신사~다카치호 협곡~나카야마 캠프장~무코야마 신사~마루오노 녹차밭~옛 무코야마기타 초등학교

(오토노나니 현수교~가마타세 시장)

▲ 거리/시간: 약 9km, 약 4시간(공식적으로 12.3km, 5~6시간)

▲ 언제/누구랑: 2014년 2월 15일(토), 인도행 대전방님들과

 

 



미야자키현 북서부에 위치한 다카치호 코스는

웅대한 자연속에서 신화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멋진 힐링코스이다

 

 

대전에서 새벽 4시 25분 버스를 타고,

9시 30분발 아시아나로 구마모토에 도착할 때까지는 매우 청명한 날씨였다

 

하지만  다카치호로 가는 길은 20여년만에 내린 폭설로 온통 설국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처럼,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 펼쳐졌다

 

한데,

바로 눈앞에서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헛바퀴를 도는 자동차가,

마치 TV 속 딴 세상 모습처럼 다가오는 것은

다른 나라에 온 여행의 설레임이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일까?

 

다카치호 코스는 타카치호 신사(高千穂神社) 입구에서 시작한다

 

오늘 걷기에는 이 지역의 공무원이 안내해 주기로 했으나

많은 눈으로 길이 위험하여 걷기 중지를 권고해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

안내까지 하는 것은 부담스렀다는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미리 미리 우리가 이동할 곳에 와서 부러진 나무들을 치워주는 등 

본인이 해야 할 일은 뒤에서 묵묵히 해 주었다

 

다카치호 신사는 이천 년 전에 창건됐다고 하며,

 다카치호 지역의 88개 신사 중에 본사이다,

 

본전 옆 카구라전(神楽殿)에서는 신화를 춤으로 표현하는 행사가 매년 11월 중순부터 다음해 2월까지 열린다고 한다

 

이 춤은 몸에 붙어 있는 해로운 것들을 씻어 내는 씻김굿의 일종이라고 해도 될 듯

 

신사 뒤를 빠져나오면 울창한 나무 사이로 본격적인 걷기 코스가 시작된다

 

규슈 자연보도라는 표지판에 주의사항이 씌여있다

 

다친 무릎을 살살 달래면서 내려가자 협곡이 나타난다

 

눈길에 일부 길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었으나....

 

 

다카치호 협곡은 아소산 분화 때에 흘러나온 화쇄류가 긴 세월에 걸쳐 침식되어

깊은 계곡과 멋진 주상절리를 만들었다

 

 

 

협곡 위로는 세월의 때가 묻은 옛 다리에서 최근 개통한 쫙 뻗은 高架까지

3代에 걸친 다리 계보를 볼 수 있는 행운도 준다

 

그레도 다카치호의 하일라이트 마나이 폭포가 바로 이어 눈을 즐겁게 한다

 

동화에서나 볼 수 있는 판타스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나이 폭포

보트를 빌려 협곡 사이를 지나 부서져 내리는 폭포수를 직접 맞을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EBS의 세계 테마기행에서 보았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보트를 따라오는 오리 떼,,,,

그 모습에 반해 규슈를 꼭 갈려고 했었다

 

하지만 계절이 계절인 만큼

계곡 사이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떼는 눈으로 담고 왔다

 

그렇게 다카치호를 뒤에 남겨두고

 

이제 다카치호 다로 묘지를 향해 올라간다

 

규슈에 오기 전날 여행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가 걸을 이 곳에 눈이 20~30cm 가량 제법 많이 왔으니 아이젠, 스패츠 등 대비를 하라고......

 

전화를 들을 때만 해도 뭐 그 정도는 아니겠지 생각했다

 

한데 우리보다 하루 전날 이곳에 온 부산 산행팀은 다카치호 협곡만 구경하고 올레는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우린 행운이 저절로 굴러온 셈이다

규슈 올레의 심설 트레킹을 해본 몇 되지 않은 걷기 팀이 되었으니...

 

규슈에는 정말 대나무가 많았다

그것도 매우 굵은 대나무밭들이....

 

 

그리고 걷는 중간 중간 신들을 모시는 제단을 무수히 만났다.

일본인들은 죽음과 함께 살고 있는 듯 했다

 

나카야마 캠프장

 

잠시 지루해질려 했는데  눈이 시원하게 틔였다

 

우리의 시골 마을길과 흡사하다

 

 

이제 동네 뒷산길을 지나 무코우야마 신사로 향한다

 

올해 무릅을 다쳐 눈트레킹을 전혀 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그 한을 푼다....

 

무코우야마 신사( 向山神社参道) 입구

 

이곳 토리이(大鳥居, 신사의 시작을 알리는 門) 에서 무코우야마 신사의 본전 까지 왕복 1km는 옵션이다.

그 참배길도 좋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곳을 오신 걷기꾼은 한번 다녀와도 좋을 듯 하다

 

삼나무 군락

 

탐스러운 노란 유자의 유혹에 넘어갔지만,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절대 사절

 

마루오노 녹차밭 丸小野地区の茶園 )

 

녹차밭에 바람개비를 설치한 이유를 혹시 아는가?

 

일본 시골 마을에서 걷기꾼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우리말 '화장실'을 만난다

 

이 곳의 녹차는 가마솥에서 녹차를 덖는

일본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만드는 곳인데

요즈음 그 생산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지금 시간 오후 4시 30분

2월까지 일본 가정의 문앞에는 이런 금줄들이 달려 있다고 한다

 

오늘 도보의 종료지 폐교된 무코야마키타 초등학교

학교 안에는 농가 레스토랑 '채선'이 있다

규슈 올레가 가져다 준 선물인셈...

 

타카치호 코스는 여기서부터 3.5km를 더 걸어 가마다세 시장에서 끝난다

 

하지만 이후의 길은 시멘트 도로가 많고 시내로 들어가기 때문에 여기서 끝냈다

그리고 내일 걸은 오쿠분코 근처의 호텔로 이동할려면 2시간 이상을 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심설 속의 붉은 동백

오늘 나의 맘을 대변한다

 

내일 걸을 오꾸분코 근처의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