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의 계곡,
괴산 갈은구곡에 다녀왔다.
칡뿌리를 양식으로 삼아 은둔생활을 했다고 알려진 갈론 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2~3km 올라가면,
자연이 빚어낸 멋진 경관과 물길을 숨어있는 비경이 나타나는데,
옛 선인들은 이를 칭송하여 갈은 구곡이라 이름붙였다.
갈은 구곡은 상상밖의 멋진 여름 나기 계곡이었다.
아마 내년에도 오게 될 듯 하다...
▲ 코스: 갈론 마을~장암석실~옥류대~산중턱(선국암을 찾지 못함)~원점회귀
▲ 도보 시간/거리: 약 7km, 3시간(물놀이 포함)
▲ 언제, 누구와: 2012년 8월 26일(일), 인도행 대충방 식구들과
층층계단처럼 켜켜히 싸인 옥류대 아래로 여름이 흘러가고 있다
괴산댐
최근 비가 많이 내리고 담주 초 볼라벤이 올라온다고 하여 물을 빼고 있다
작년 봄, 갈은 구곡에 대형버스로 들어오려고 했으나
수전교 입구가 너무 좁아 못들어오고 포기할 정도로 은둔자의 계곡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와서 보니 수전교 입구가 확장되어 넓어졌고,
산악회 버스가 3대나 들어와 있었다.
1박2일팀이 지나가고 나면 은둔은 온데 간데 없고 시끌법쩍으로 둔갑되는 듯 하다..
갈론계곡에서 조금 올라오면 차량 통제 차단막이 있고
여기서부터 갈은 구곡이 시작된다
갈은구곡을 품고 있는 옥녀봉,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산악회를 따라 걸어 보아야겠다
계곡을 끼고 조금 올라가면
멋진 물길이 이 곳이 왜 비경을 감춘 구곡인 줄 금방 눈치채게 한다
그 옆으론 거대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암벽이 나타난다.
참으로 멋지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한참을 보고 있다보니,
암벽 위에 놓인 바위에 씌여 있는 갈은 동문이 눈에 들어왔다
갈은동문을 조금 지나면 갈은 구곡의 시작인 1곡 장암석실(場嵒石室)이다.
너무 높이 있어 눈으론 볼 수 없지만 안쪽 암벽에는 다음의 구곡시가 씌여있다고 한다
冬宜溫奧夏宜凉 겨울엔 따듯하고 여름은 시원하네
與古爲隣是接芳 자연과 이웃하니 즐겁기만 하구나
白石平圓成築圃 흰 암반은 평평하고 둥글어 채소밭을 이루고
靑山重聳繞垣墻 청산은 겹겹이 솟아 담장을 둘렀네(괴산군청 홈피에서)
포장산책로를 지나면 최근에서야 세워진 표지판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신선이 내려왔다는 제3곡 강선대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4곡부터 9곡이 있고 옥녀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이기도 하다...
묵밭을 지나 뒤돌아보니 괴산호의 건너편 산들이 바로 지척이다...
약간의 산길을 지나자
제 4곡 옥류벽이 나타난다
'마치 시루떡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절벽으로,
바위 아래 거울처럼 맑은 담(潭)에다 그림자를 드리운 층층바위 풍광은 매우 환상적이다'고 괴산군청은 소개하고 있다
옥류벽에서 바로 위쪽에서 계곡을 건너 길의 흔적을 따라 한참을 올랐지만,
5곡부터 9곡을 보지 못했다.
5곡 금병과 6곡 구암은 글씨가 씌여 있는 것이 아니라 황갈색 절벽과 거북을 담은 바위이다
7곡은 고송유수재는 오늘처럼 물이 많으면 계곡속에 잠기며,
8곡 칠학동천은 일곱마리의 학이 살았다는 곳이고,
신선이 바둑을 두었던 바둑판이 제9곡 선국암이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옥류벽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우리는 거의 산능선까지 올랐다
당근, 못찾고 내려왔다.
물속에서 여름과 이별하기 놀이를 하기 전,
명색이 걷기모임에서 왔는데 최소한의 명분이 될만큼의 걷기는 해야 하지 않았겠는가?
그 후 우리는 누가 먼저날 것 없이 물속에 몸을 담궜다
하산 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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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으로는 산막이에 가서 옛길을 걷기로 되어 있었으나
모두들 갈은 구곡의 옥류빛 계곡물에 반해 갈은계곡에서 여름과 이별하기를 좀 더 하기로 했다
난, 처음 올랐을 때 놓친 제 2곡 갈천정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 주었다
갈론계곡에서 나오는 길에,
바라본 괴산호 건너편 산막이 옛길
갈론은 내년에도 나를 이 곳으로 부를 것 같았다
오늘 걸은 길(G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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