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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영남권 둘레길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꽃밭도 세평인 승부역 가는 길

by 강가딩 2012. 8. 31.


오직 기차만이 갈 수 있었다는 승부역

올 여름 가기전 그 곳에 꼭 가보고 싶었다.

 

가기 힘든 곳이라 큰 맘 먹고 나선 길

이왕이면 오랫동안 머물면서 여기저기 걷고 싶었지만 현실은 이를 허락치 않는다.

 

그나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큰 아들과 함께 2박 3일로 영양과 봉화, 그리고 승부역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분천역에 차를 세워두고,

열차를 타고 석포역에 내려,

승부역까지 걷고,

다시 열차를 타고 분천역으로 돌아왔다.

 

분천역, 승부역, 석포역

걷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런 오지마을 간이역을 어찌 알 수 있을 것이며, 가볼 수 있었으리......

 

▲ 코스: 석포역~영풍제련소~굴현교~결둔마을~마무이마을~승부역

거리/시간: 12.5km, 약 3시간 40분(이상 GPS 기준)

▲ 언제, 누구와: 2012년 8월 24일(금), 큰 아들과 함께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꽃밭도 세평인 승부역

지금은 열차표도 팔지 않은 오지 간이역이다

 

어떻게 갔다 올까 고민하다 승부역 바로 전의 분천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분천역 역시 오지마을,

역장님께서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도 트래킹 하기에 매우 좋은 길이라고 추천해 주었다.

 

 

 


9시 57분 열차를 탔다

혹 여러분은 열차의 기본요금을 아는가?

(궁금한 분 끝까지 읽어보길)

 

열차에서 바라본 승부역 가는 길

 

약 20분 후 석포역에 도착하였다

 

봉화군 최북단에 위치한 석포면은 강원도의 동해시, 삼척시, 태백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조금 올라가면 강원도인 셈,

걷기 좋은 길로 '석포역~삼척 덕풍계곡(25km, 7시간)이 추천되고 있는데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인구는 2,000여명이고,

세계 3위의 아연 생산 업체인 영풍제련소가 있는 광산 마을(?)이라 할 수 있다.

 

석포역 바로 앞에 가게가 몇개 있는데 여기서 빵과 음료수를 구입하였다.

이번 2박 3일 걷기를 하는 동안 적당한 식당을 만나지 못해 제대로 점심을 챙겨먹지 못했는데,

혹 이 지역을 오는 도보꾼들은 미리 요깃거리를 준비해 올 것을 권한다.

 

승부역까지는 12km, 3시간 가량 걸린다.

해서 얼마나 천천히 느긋하게 경치를 감삼하면서 승부역에 도착하는가가 오늘 우리의 숙제이다.

 

승부역 걷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인증샷을 날리자고 했더니,

'또, 저에요' 썩소를 지으면서도 순순히 응해준 오늘의 길동무이자 포터 큰아들

 

제련소를 지나고

 

최근 내린 비로 생겨난 폭포도 보고

 

낙동강 상류를 따라 난 국도를 걷는다

 

굴현교에 도착했다

 

그 옛날 시멘트 포장길이 생기기 전 승부역 가기 위해선 바로 저 철로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고 힌다.

 

지금은 하루에 한두차례 공영버스가 지나간다고 한다...

 

기찻길, 강길, 그리고 사람과 차가 다니는 길이 사이좋게 함께 간다...

그 위에 한 점이 지나간다

 

우린 행운아인지 모른다

이처럼 곁에서 큰소리로 말을 건네주는 낙동강의 속삭임을 들으면서 걸었으니....

 

더군다나 중간 중간 며칠후면 사라질 실폭포도 실컷 볼 수 있었으니.....

 

빗방울 머금은 잔대(?) 꽃이 우릴 반겨준다

(잔대가 맞긴 하나?)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물소리 뿐이다....

아무도 없다.

그 적막함이 나를 불렀나?

 

역시 승부역 가는 길은 외롭다

 

우리의 산천을 가다 보면 왜 그리도 슬픈 전설들이 많은지......

 

삼국시대 軍의 집결지였다는 데서 유래한 결둔마을,

저 다리(결둔교)를 지나 우린 빵 몇개, 과일 몇개, 그리고 커피로 점심상을 차렸다.

오늘 걷는 중 처음으로 만난 주민이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승부역 갈려면 먼데....' 하시면서

'왜 그 멀리까지 사서 고생하면서 걸어 갈려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고갯마루에 올랐다.

공영버스 정류장 표시판이 서있다

마무이 마을이다

'마무이'란 뜻이 뭔지 몰라 인터넷을 뒤져보니

'옛날 태백의 동점에서 구리를 싣고 결둔마을로 오다 보면 고갯마루를 넘어서는 입구

즉 마문(馬門)이, 변이되어 읽기 쉬운 마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승부역으로 가는 길은 고개마무를 에둘러 올랐다가

다시 강길과 만나 걷기를 반복한다

 

비가 오락가락 한다.

걷기엔 이런 날씨가 오히려 더 좋다.

하지만, 난 여름의 강렬함이 막 지나가며 그 끈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뙤약볕 아래서 승부역을 걷고 싶었다....

 

외로움은 그리움을 낳는다

 

승부역 가는 길은 그리움이 쌓이고 간절해지는 길이다

저 철로 끝에 다달으면 그리움이 끝날까?

 

무언가에 쫓겨 올빼미 한마리가 전봇대 위로 날아들었다

가까이 가서 사진에 담으려 하자 후다닥 날아가 버렸다

 

투박하지만 앉고 싶게 만드는 통나무 의자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면 펼쳐지는 광경이 바로 저런 모습이면

이 곳이 仙景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곳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승부리 마을

 

부추

 

그리고 더덕

 

승부리 마을을 지나 고갯길을 내려가면 승부역이다

 

승부역 들어가는 현수교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인 승부역

 

 

 

그렇게 천천히 올려 했는데...

아직도 1시간 30분이나 남았다

해서 승부역 플랫폼에 있는 휴게실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여유를 찾았다

비우기 총무 커피삽에서 가져온 더치커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승부역 바로 앞역인 분천역, 뒷역인 석포역까지 가는 요금은 2,600원

굳이 열차의 기본 요금을 말한다면 아마도 .....

 

승부역 플랫폼을 잠시 구경해보자

 

 

우리처럼 10시 20분 도착의 석포역 열차에서 내려

승부역까지 걸은 후 15시 30분 열차로 영주방향으로 돌아가는 도보꾼은,

승부역에 도착한 후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뒷산에 올라도 좋을 듯 하다.

 

아니면 승부역 앞에 펼쳐지는 먹거리 장터에서 막걸리 한잔은 어떨까요?

 

 

먹거리 장터 들어가는 세월교의 턱까지 물이 찼다...

세월교 왼편 산중턱에 용관바위가 있다.

용관바위를 향해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시길...

 

10~11월 환상선 단풍 열차, 12~1월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행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간이 민속전시관, 귀신 나오는 집,...

 

그 옆으로 먹거리 장터,

먹거리 장터 위로는 산책로와 비봉산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이제 돌아갈 시간 

 

나를 싣고 돌아갈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온다

 

석포역~승부역~분천역 일대의 지도

 

분천역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 자동차에서 나오는

햇빛촌(고병희)의 '유리창엔 비'가 오늘따라 더 가슴에 다가왔다...

 

유리창엔 비 / 햇빛촌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 놓고서
밤이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이 밤 빗줄기는 언제나
숨겨 놓은 내 맘에 비를 내리네
떠오는 아주 많은 시간들 속을
헤매이던 내 맘은 비에 젖는데
이젠 젖은 우산을 펼수는 없는 것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리고 있네


이 밤 마음 속엔 언제나
남아 있던 기억은 빗줄기처럼
떠오는 기억 스민 순간 사이로
내 마음은 어두운 비를 뿌려요
이젠 젖은 우산을 펼수는 없는 것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려 놓고서
밤이되면 유리창에 내 슬픈 기억들을
이슬로 흩어 놓았네

.........

 


실제 걸은 길(G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