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얻었다
대신 몇개를 희생했다
얻은 것은 가보지 못한 운장산, 그것도 멋진 운해였다
그 댓가로 난 눈길에 미끄러져 발목을 접질렀고, 장갑도 흘리고.....
오늘 산행은 굼벵이 애벌레처럼 시작하였으나
뒤에는 물찬 제비 짓 덕분에 무사히 도착했다
물론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오르막에서의 숨참보다
어딘지 모르게 신경쓰이는 번잡함이 오히려 사고로 이어짐을 또 깨우쳐 주었다
▲ 언제/누구랑: 2019년 1월 19일((토), 한토따라서
▲ 어디를/얼마나: 약 14km, 약 7시간 45분, 피암목재~칠성대(서봉)~운장산~동봉(삼장봉)~갈크미재~곰직이산~구봉산~바랑재~구봉산 주차장
▲ 참고 : 하늘에 걸쳐있는 진안 구봉산 구름다리(2015년 9월), http://blog.daum.net/hidalmuri/1420
▲ GPX 파일 : 진안 운암산 구봉산 종주.gpx
바로 이 녀석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멋지게 잡아주신 필카님께 감사드린다
(이하 나의 인물사진은 모두 필카님 작품이다)
운장산 능선에 오르면
왜 진안고원이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운장산,
가고 싶었다
구봉산은 두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운장산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기에.
시간만 넉넉하게 주어지면 길게 가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에 쫒기는 안내산악회가 아니기에 더욱 좋은 기회가 아닌가?
오늘 산행대장인 사손님
후미대장인 모기님
오늘 나의 수호천사가 되어 주었다
걷기 시작하는데 가슴에 통증이 있다
조금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후미에 함께한 길벗들이 걱정해 주고
후미대장 모기님은 "산대장이 산대장을 책임지고 가야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투덜댔다...ㅋㅋㅋ
길지 않지만, 그렇타고 결코 짧지 않은 산행/트레킹을 해오면서 말썽(사고)이 나는 경우는
힘들고 어려웠을 때보다 어딘지 모르게 번잡함이 괴롭일 때다
컨디션으로 핑계를 댔지만 오늘도 그랬다
오르는 동안 우측으로 조망이 열렸는데 미세먼지 주의보가 있었지만 조망을 기대해도 좋을 듯 했다
활목재에 도착할 때까지도 통증이 계속되었다
중간에 내려갈까 무척이나 고민도 되고 망설였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날선 오르막 때문에 숨이 차서 오는 흉통이 아니었다
뒤에는 등 쪽이 더 통증이 심했다
오늘의 경험은 나중에 그닥 좋은 선례가 아닐 것이다
내려간 것이 정답이었을 지 모르기 때문에
올해 눈을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운장산에는 눈길이 군데군데 이어졌다
번잡함은 그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힘든 나만 느끼는 어떤 징크스라 할까?
이런 날은 엄청 조심해야 한다
몸이 무겁고 잘 넘어지고
지나고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없는 곳에서 꼭 말썽을 당하는 것을 보면
연석산에서 오는 길과 만났다
담에 기회가 된다면 이 길로 운장산에 올라봐야겠다
오늘 만난 운장산의 운해가 나의 맘을 이렇게 이끌었다
어찌어찌 서봉에 도착했다
운해를 보는 순간 통증이 사라졌다
아니 그 전에 사라졌는지 모른다
이 하나의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
오늘 산행은 그 가치를 다하고도 남았다
서봉(칠성대)
서봉에서 바라본 산줄기
우리가 가야 할 운장산 정상 방면
운장산 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운해가 걷혀가고 있었다
운장산 정상
함께 한 후미 그룹
나도 인증삿을 한 장 남겼다
통증이 사라져셔였을까
멋진 운해를 만나서였을까
긴장이 풀려셔였을까
운장산 정상에서 동봉으로 막 내려가는 길에 미끌어졌다
발목을 접질렀다
운장산 정상 부근에 미세먼지가 하늘에 띠를 형성했다
운해는 사라지고
동봉(삼장봉)
필카님이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후미에 남으셨다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갈크미재
갈크미재는
진안고원길 8구간 운장산넘는길(삼조~마거, 17km, 6시간 30분)이 지나간다
곰직이산 올라가는 길에 바라본 진안고원길 8구간 임도길
운장산 동봉 방면
곰직이산
구봉산을 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 애벌레 걸음으로 걸었다면 지금부터는 물찬 돼지가 되어야 한다
부득불 상황이 수호천사에서 악마조교로 변신시킨다
모기 트랜스포머
북에는 개마고원이 있다면
남에는 진안고원이 있다
머지않아 북에의 여행이 가능해지면
난 진부령에서 멈춘 백두대간 이어걷기도 탐나지만
그보다 더 개마고원 트레킹을 먼저 해보고 싶다
북두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벌써 10여년이 지난 2010년여름 날 이 운장산 임도를 넘었었지,
운일암반일암에서 운장산휴양림 갈거계곡으로....
그 때 빨강양파와 미소를 소개시켜주었고,
2년 후 둘은 한 이불을 덮고 지금도 알콩 달콩 잘 살고 있다
http://blog.daum.net/hidalmuri/24
그 때 언젠가 복두봉 올라갈 기회가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그 기회가 실현되었다
복두봉
복두봉에서 바라본 구봉산
그 너머로 용담호도 보인다
운장산 자연휴양림 내려가는 임도가 뚜렷하다
그 아래 갈거계곡은 반대편 운일암 반일암 못지않게 계곡 걷기하기 좋은 곳이다
복두봉에서 구봉산까지는 약 2.7km
마지막 1키로를 남기고 날선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구봉산
이런 호사가 어디 있나
봉우리마다 작품을 남길 수 있다니....
천왕봉에 바라본 구봉산 출렁다리 방면
출렁다리만 당겨봤다
시간 관계상 바랑재에서 내려갔다
이 길은 급경사 하산길
운좋게 눈이 없어 내달렸다
내려가는 길에 접지른 발목 통증이 괴롭힌다
윗양명 마을로 떨어진다
주차장까지는 도로를 걸어야 한다
도로를 걷기 싫어하는 것은 걷기꾼이 더 할 지 모른다
예정시간보다는 늦었지만
선두그룹보다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 시간에 들어왔다
시간만 조금 넉넉하게 주어진다면 조금 길게 타도 좋을 것 같다
오늘 걸은 길(오룩스 앱)
집에 와서 보니 왼발 복숭아뼈 근처가 제법 부었다
맨소래담과 얼음 찜질을 했으나 담날 아침,
여전히 통증이 있어서 무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인도행 걷기는 아침에 취소했다
내가 오늘 주관 산행대장인데
고도표
고도차도 제법 있고 오르내리막도 있었다
난, 오늘 그 오르내리막보다 번잡함이 더 힘들었다
배터리가 다 되서 충전기를 꼽는데 삽입부가 헐거워서 충전이 잘 되지 않았다
폰과 밧데리 접속이 떨어지지 않도록 손에 들고 다니다가 장갑을 흘렸다
번잡함은 톨톨 털고 버려야 하는데 좀처럼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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