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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 걷기/대전 걷기

역사 속으로 사라질 신동마을, 그리고 소문산성 회화나무길

by 강가딩 2015. 1. 24.

회화나무 꽃이 땅을 뒤덮을 때 다시 한번 갈려고 했던 소문산성 회화나무길을,

봄날 같은 겨울철에 찾아갔다.

 

때마침 가서 보니,

올여름이면 보상이 시작되고 과학벨트 개발이 본격화되면,

소문산성 입구인 신동마을은 이제 역사의 속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코스: 신동1통 노인정~소문산성~회화나무길 종점~금강변길~원점회귀

거리/시간: 6.5km, 2시간 40(놀멍 쉴멍)

 

 

숲해설사 동기들과 함께 찾아간 회화나무 숲길

 

여름철에는 초록빛 우산길을 만들어 준 회화나무 숲길과, 한번 비교해 보시길...

http://blog.daum.net/hidalmuri/1085

 

지난해 숲해설사 동기 송년모임 때

소문산성 회화나무길을 안내해 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오늘 출발지 신동1통 노인정

 

이런 저런 이유로 조촐한 모임이 되었다

몇번 왔기에 그냥 찾아갈 것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빙빙 돌다가 결국 네비의 도움을 받았다

 

마을에 들어서서 동네 어르신들과 잠시 얘기를 나누었는데,

올해 보상이 시작되고 6월경이면 이주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해서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머지않아 신동마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마치 봄이 온듯한 날씨였다

 

날씨가 따뜻해서일까

생강 꽃망울이 곧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소문산성에 잠시 들렸다

 

초록빛 우산을 벗어던지고 훤하게 드러난 회화나무길

 

길을 걷다 보니 시간을 만났다

 

별로 오래 되지 않았는데 참으로 아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 민족은 참 잘 잊는다'고

그래서 4년 후 선거를 할 때는또 다 잊어버리고,

사고가 터지면 일주일만 버티면 된다고.....

 

대전 가까이 이렇게 호젓한 길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올해는 꼭 회화나무 꽃 필무렵 한번 와보리라

 

우리 선조들은 회화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큰 학자나 인물이 난다고 믿었다

그래서인지 회화나무는 궁궐이나 서원, 선비의 집에만 심을 수 있었다.
양반들의 일그러진 소유욕이 나무에까지 미쳐있음에 조금은 씁쓸하다

 

오늘 걷기에서는 유난히 새소리가 귀에 잡혔다

 

회화나무길이 끝나는 곳에서 돌아왔다

언제가 봉산동 버스 종점 방면으로 걸어갈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금강변을 따라 걸어 올라왔다

 

잔디를 잘라 판 흔적들

 

공주보 아래로는 조류에 뒤덮이고 곤죽이 되어 몸살을 앓고 있다는데

여기는 생각보다 강물이 매우 깨끗했다

 

회화나무 길이 바로 옆이다

 

지지직 묵은 뼈에 금이 가듯

언 이마에 마른번개가 치듯

쩌렁쩌렁 통곡하는 겨울강

물의 그림자 단 한 번도 젖은 적이 없으니

흐르는 강물도 자꾸 목이 마르다

 

이원규 시, '강물도 목이 마르다' 중에서  

 

세종을 지나 공주를 지나 부여를 지나 하구언까지 흘러가겠지....

 

GPX는 이전 블로그를 참조하길

http://blog.daum.net/hidalmuri/1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