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걸어야 어울릴 남해 바래길 3코스 구운몽길을,
무더위가 푹푹 찌는 염천시하에 걷고 왔다.
구운몽길은 그 이름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쓴 서포 김만중 선생이 유배와서 삶을 마감했던 작은 섬 '노도'를 바라보며 걷기 시작한다.
남해바래길 홈피에서는 '구운몽의 성진이 팔선녀와 한바탕 꿈을 꾸는 듯하고,
신선이 된것 같은 착각에 젖게 하는 남해 바다의 절경들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걸은 구운몽길의 느낌은,
홈피의 설명처럼 분명 해벽의 절경을 질리도록 감상할 수 있는 길임에는 이의가 없으나,
높지 않은 표고에도 불구하고 업다운이 무척 많아 걷기에 만만치 않았고,
마을과 마을, 해수욕장과 포구를 잇는 연결도로를 제외하면 예상외로 산길을 많이 갖고 있어 더 좋았던 길이었다.
▲ 코스: 벽련마을~대량마을~비룡계곡~일몰 전망대~은모래비치 해수욕장~~금포항~천하몽돌해수욕장
▲ 거리/시간: 약 15.5km, 약 5시간 15분 가량(거의 쉼없이 열씸히 걸음, 공식적으로 15km/5시간 30분)
▲ 언제/누구랑: 2014년 7월 27일(일), 청솔산악회 따라
지중해의 해변이 결코 부럽지 않은 멋진 절경들이 굽이 굽이 이어졌다
지형이 연꽃처럼 닮았다 해서 이름붙여진 벽련마을,
그것도 짙고 푸른 연꽃의 벽련(碧蓮) 마을에서 오늘 걷기를 시작한다
구운몽길은 바로 서포 김만중 선생의 유허지 노도를 바라보며 시작한다
(노도로 들어가는 배는 벽련마을에서 탄다)
구운몽길은 약 15km,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외로 업다운이 무척 많은데다(맨 아래 걸은 지도의 표고를 볼 것),
남해의 멋진 해벽을 즐기면서 걷기 위해서는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그렇지 않으면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산악회 버스는 벽련마을 표지석이 서있는 도로에 걷기꾼들 부려 놓는다
날씨가 쨍하고 날이 서있다
도로를 따라 잠시 걷다가 벽련마을을 향해 밭사이로 나있는 급경사 지름길로 내려선다
앞서 가던 신샘님이 없는 길을 만들면서 해변가로 내려선다
몽돌 자갈 사이로 부서지는 바닷 소리에 잠시 귀기울이다 보니 꼴지다.....
벽련마을,
구운몽길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을 찾으려 했으나 못찾았다....아마도 마을 입구에 있나 보다
마을골목으로 올라 뒷산길로 들어선다
바람결에 조가 살랑거린다
참깨 꽃
모양을 키워가는 돌배를 보니 여름이 익고 있음이리라...
해벽을 따라 형성된 뒷산길이 제법 길고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마치 심산유곡에 들어온 듯 하다
뒷산을 빠져나오자 두모련 마을이 보인다
물이 얕고 맑아 가족단위의 해수욕장으로 적당하겠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듯 했지만,
이렇게 호젓한 곳을 그냥 놔둘리가 만무하다.....캠핑촌이 조성되어 있었다
하늘타리
누리장나무 꽃
건너편의 야트막한 산이 벽련마을에서 넘어오는 뒷산길이다
썰물이라도 해벽을 타고 해안트레킹을 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듯 하다
소량마을 올라가는 길은 도로다
잠시 경치 좋은 흔들의자에서 사진을 담고.....
소량마을을 지나
대량마을로 넘어간다
대량마을 지나면
구운몽길에서 가장 높은 고갯마루를 올라가는 시멘트 길을 걸어야 한다....
시멘트 길은 탄력이 없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데다,
열기를 그대로 내뿜는 탓에 걷기꾼에게는 가능한 피하고 싶은 기피 대상이다....
그 기피대상 오르막 길을 뙤약볕 속에서 걸어 올라간다
우린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이제 계곡길이다
구운몽길을 다녀온 블러거의 후기를 보면
구운몽길 코스가 포장길이 대부분인 듯한 인상을 받지만,
오히려 산길이 훨씬 많음에 놀랐다.
옛 군인들 초소가 보이면 무조건 내려가 봐야 한다는 것은 신샘님의 지론이다
그 곳은 조망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첫번째의 조망터,
이런 날씨에도 낚시를 하는구나.....하긴 낚시꾼이 보는 걷기꾼도 마찬가지일터
왠지 느낌이 좋다
아니나 다를까 저너머로 멋진 절경의 해벽길이 굽이 굽이 이어졌다
닭의 장풀
구운몽길의 멋진 뷰포인트
난 여기가 훨 멋지다고 했더니,
신샘님은 아래 경치가 훨 멋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살짝 가린 란제리 입은 여인과
멋진 몸매를 당당히 드러내는 여인과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럼 난, 여인과 꽃은 멀리서 보는 것이 예쁘고,
신샘님은 나태주 시인의 시구절처럼 '오래 봐야 예쁘고 가까이서 봐야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해벽.....
그 해벽을 감싸고 있는 멋진 절경들
장대냉이가 그 경치를 더욱 빛내준다
잠시 대량마을공원묘원을 지나는 시멘트 임도를 걸은 후 다시 해벽 산길로 접어든다
덕유평전의 원추리만 예쁜 것은 아니다
구운몽길의 참 맛은 해벽 위로 난 산길을 걸으면서
그 너머로 펼쳐지는 남해바다의 절경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길을 꿈속에 걷는 구운몽길이라 이름붙인 것일 것이다
일몰 전망대로 들렸다 나왔다
일몰이 내릴 때의 모습은 상상으로 남겨두고....
둥근배암차즈기(?)
구운몽길에서 가장 멋진 경치.....
신샘님은 이 경치를 보고는
여름날 지중해의 모습도 이보다 못할 것이라 극찬했다
꿈꾸는 섬
그 꿈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깨기 싫었다
하지만 성진이 팔선녀와 만나 부귀영예를 누리다가 끝내는 불교에 귀의한 것처럼
그 절경이 이제 끝나 갔다
구운몽길은 국립공원측과의 탐방로 지정 협의가 진행 중에 있어
이정표나 안전시설 등이 조성되어있지 않아 걷기에 불편함이 있다고 했지만 그리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해안 아래까지 내려가보면 좋을텐데 길은 해안 중간에 나있었다
GPX 파일을 받아 왔기에 무리인줄 알면서도 해안 아래까지 내려왔다 올라가곤 했다
그러다보니 맨 후미였다
절벽길을 나서자 은모래비치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왔다
은모래 비치 해수욕장은 부채꼴모양의 해안 백사장을 가진 남해에서 가장 빼어난 풍경의 해수욕장이다고 한다
우린 일부러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해수욕장 끝자락에 몽돌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이 이어진다
그 길은 앞서의 절벽길과는 달리 남해를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 고개를 넘어서면 금포항이다
간첩이 무려 3차례나 침투했던 곳이란다
저 멀리가 오늘 걷기의 마침점인 천하몽돌 해수욕장이다
앞산을 한바퀴 돌고 왔으면 좋았을텐데 시간관계상 생략했다
세월을 기다리는 중
천하몽돌 해수욕장
샤워장이 있어서 모처럼 럭셔리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오늘 걸은 길(나들이 앱)
표고는 높지 않으나 업다운이 무척 많았음을 알 수 있다.
GPX 파일(바래길 제공, 내가 실제 걸은 길 두개를 함께 올린다)
남해바래길3코스.gpx Track20140727구운몽길.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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