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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둘레길/영남권 둘레길

통도사 암자 순례길, 성찰과 힐링이 저절로 따라 오는 길...

by 강가딩 2014. 7. 4.

 

통도사 암자 순례길을 다녀왔다

 

통도사에는 본절 외에 17개의 암자가 있는데,

이를 연결하여 통도사 18암자길이라 한다.

 

우리는 오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백운암을 제외하고 17개 암자를 걸었는데,

입구에 있는 관음암은 시간을 절약하는 차원에서 도보 종료후 자율적으로 갔다 왔다.

 

통도사 18암자길은 지리산 7암자길처럼,

불교 신자들의 순례 목적보다는 도보꾼이나 산꾼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듯 하며,

오늘 우리는 이 길의 전도자라 할 수 있는 부산방 백일봉님의 안내 덕분에,

일반인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암자와 암자를 잇는 숨어있는 오솔길을 걷는 호사를 누렸다

 

▲ 코스: 지산마을~축서암~비로암~극락암~반야암~금수암~서축암~자장암~사명암~백련암~옥련암~서운암~수도암~안양암~사자목오층탑~취운암~보타암~통도사~영축산문~(관음봉)

▲ 거리/시간: 약 16km, 약 7시간 30분

▲ 언제/누구랑:  2014년 6월 29일(일), 인도행 대전방 식구들과(부산방에서 안내해 주었다)  

 

 

 

 

고맙게도 점심 공양을 받은 반야암

 

암자와 암자의 숨은 오솔길,

오늘 걸은 이유다....

 

통도사 암자 순례길은 

불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고 신심을 굳게 하기 위해 찾아가는 길이다.

 

하지만 도보꾼들의 로망인 산티아고 길이 그렇듯,

통도사 암자 순례길도 종교적 의미의 순례보다는  

힐링과 걷기 열풍에 편승하여 사색하고 마음을 비우기 위해 찾아간다.

 

물론 나처럼 그저 길이 좋아 찾아가는 걷기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통도사 본절과 영축산 자락에 흩어져 있는 17개 암자를 한바퀴 돌아온다.

그 중 축서암과 관음암이 영축산문 밖에 있다

 

암자 순례길은 영축산문에서 시작한다

우린 여기서 오늘 걷기를 안내해 줄 부산방 백일봉님과

부산방 운영자 준혁짱님 일행을 만났다

 

하루에 18개 암자를 돌기엔 거리상, 시간상 무리가 있어 보통은 두번 나누어 걷는다고 한다

하지만, 대전에서 또 가기는 여간 쉽지 않을 듯 하여,

조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가능한 한번에 걷기로 했다....

 

산문밖 주차장 근처에 있는 관음암은 도보가 종료된 후,

자율적으로 다녀오기로 하고

버스로 이동하여 지산마을부터 걷기 시작한다

 

비우고 오라는 성찰의 순례의 길에 욕심을 잔뜩 집어넣었다

그 욕심,

오늘 길을 기획한 신샘님의 욕심에 우린 무임승차하여 행복했다

 

처음 들린 곳은 축서암

 

축서, 독수리가 사는 곳이라는 뜻

영축산의 옛이름 '축서산'에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축서암에서 나와 산길로 올라서면

영축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비로암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비로암으로 가는 1.3km의 이 길,

놓치고 오면 정말 후회할 길이다

 

오늘 이 길에,

인도행 대전방이 맺어준 양파와 미소 부부가 울산에서 수박을 한통 짊어지고 찾아왔다.

고마버....

 

1345년(고려 충목왕 원년) 영숙대사(靈淑大師)가 창건했다고 한 비로암

 

오늘은 불교에서 백중기도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가 찾아간 암자에는 많은 불자들이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노랑 어리연꽃이 눈을 끌었다

 

비로암은 참 예쁜 암자였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백운암은 생략하고....

 

다녀오면 좋겠지만 올라갔다 오기엔 힘에 부치는 일행들이 적지 않고,

설령 다녀온다 해도 나머지 암자를 다 들리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빡빡해질 것이 분명할 터이다

 

깃발 신샘님의 고민과 배려가 함께 읽히는 부분이다

 

극락암

근현대 고승으로 추앙되는 경봉 스님이 주석했던 곳이다

 

산문 내에서 가장 큰 암자라 한다

공양도 받을 수 있고...

 

영축산 봉우리가 비친다는 극락영지

 

 순례길은 빌빌 꼬인 나의 맘을 푸는 길

 

반야암

 

우린 여기서 이른 점심 공양을 받았다

공양을 받은 후 자신이 먹은 그릇은 직접 씻어 놓아야 한다

 

 

 

반야암에서 금수암 가는 솔바람길

 

일반인들이라면 알지 못할 이런 멋진 길을 걷고 싶어서,

통도사 암자길의 전도자라 할 수 있는 부산방의 백일봉님에게 안내를 부탁드렸다

 

비우고, 스스로를 성찰하고 오라는 순례길에

욕심이 하나 더 추가하였다

 

그것도 커다란 욕심을,

남들은 모른 숨은 좋은 길을 걷고 싶다는 욕심

 

금수암

 

예쁜 정원과 십이지신상을 갖고 있었다

 

 

서축암을 나와

 

불심이 깊은 사람들에게만 모습을 보인다는 금와(金蛙)보살로 유명한 자장암에 들렸다

 

금와보살을 볼려고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자장암은

마침 공사중이어서 더욱 혼잡스러웠다

 

금와보살,

법당 뒤편 암벽에 뚫어놓은 조그마한 구멍에 사는 개구리를 말한다.

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금개구리를 살게 했다고 알려져 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고,

대신 돌개구리로 만족하고 발을 돌렸다

 

자장암은 보수중이어서 그 뒷편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걷지 못하고

해우소 앞편 산길을 개척하여 걸었다

 

이 모든 것이 오늘 길을 안내해준 백일봉님의 노고 덕분이었다

 

사명대사가 수도하면서 통도사 금강계단을 수호한 암자로 알려져 있는 사명암 

 

반야암에서 우리가 편하게 점심 공양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주고,

암자에 들릴 때마다 준비해간 공양물을 올리고 오느라 손이 열개라도 바빴을 푸름님....

덕분에 우린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사명암 올라오는 계단 앞에는 예쁜 연못이 만들어져 있다 

 

사명암은 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이 주석하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고 한다

 단청은 청 적 황 백 흑 등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건축물과 공예품에 무늬와 그림을 그려 채색하는 것을 말한다.

 

 무작정 아무 생각없이 쉬었다 가고 싶었는데,

17암자를 다 돌고 가겠다는 그 욕심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

 

백련암

만해 한용운이 머물었다고 한다

 

욕심이 버리라고 그리도 가르쳤건만,

이 놈들도 우리처럼 욕심이 많다....먹을 욕심이

 

아마 여기에서 수도하는 스님들도 잘 모를 듯한 산죽길을 지나

 

옥련암에 도착한다

불당의 현판이 매우 독특하게도 한글(큰빛의 집)이었고,

 

주렴도 '중생이 함께 성불하도록 하여 주소서',

'중생의 무명을 지혜로 바꾸어 주소서' 처럼 한글이어서 그 뜻을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좋았다

 

16만 도자 대장경이 봉안된 장경각

 

장경각 앞,

영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축산은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한 인도의 영축산과 그 모습이 닮았다 해서 이름붙여졌다고 한다

 

 장경각 앞에서 바라본 서운암

 

서운암 내려가는 길은 황매화 길이다

 

공작새 두 마리가 나무 위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서운암은 삼천불전이 있고

 

 

약된장이 유명한 곳이다

 

수도암

 

수도암 너머 산길은 금강송 길이다

 

안양암은 약간 비켜져 있어 일부러 들렸다 나오면 된다

 

사자목 오층석탑

 

오층석탑에서 바라본 통도사 금강계단

우리가 내려갔을 때는 금강계단 관람시간이 끝나 여기서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통도사는 예쁜 계곡도 품고 있다

 

취운암 앞

카톨릭 신자가 예불을 드리도 있는 듯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취운암을 나와

 

보타암에 들렸다

이제 거의 다 온 듯 하다

 

 

 

우리 꽃은 아닌 듯 한데, 무슨 꽃이지

오른쪽은 만데빌라 같기도 하고....

 

 오늘 암자에 들릴 때마다 드리고 왔던 공양물은 바로 표고 버섯이었다

 

 저 다리를 건너면 통도사로 들어선다

 

 금강계단과 대웅전

위에서 보면 '정J자'형으로 앞면, 뒷면, 옆면이 모두 정면처럼 보여

동쪽 대웅전, 서쪽 대방광전, 남쪽 금강계단, 북쪽 적멸보궁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소금이 들어있는 항아리

건물의 각 모서리에 올려놓고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이 불에 타지 않도록 기원하는 상징이라고 한다...푸름님 설명

 

 

잠시 경내를 둘러보고

 

 

 

통도사를 나선다

 

영축산문으로 나가는 무풍한송로 솔밭길이 

오늘 길이 걷기 좋은 길이었음을 마지막까지 시위한다.....

 

 무려 7시간 30분,

순례길에서 욕심을 가득 채우고 왔다

걷기 욕심, 좋을 길 걷고 싶은 욕심을

 

그럼에도 성찰과 힐링이 가득찬 길이었다

 

오늘 걸은 길의 지도(백일봉님 제공)

 

실제 걸은 길(나들이 앱) 

 

암자와 암자의 숨은 오솔길은 스님들이 불공을 드리러 다니는 길이다.

일반인들이 너나 할 것없이 몰려 다닌다면 아무래도 모양이 좋지는 않을 듯 하여 GPX 파일은 생략한다.

혹 필요한 분은 개별적으로 댓글로 요청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