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하얗게 덮힌 대관령 국민의 숲을 걸었다.
자연이 구정물을 둘러쓴 인간에게 선물한 갤러리 설국에서,
그 사이로 점점히 박혀 있는 숲길 속,
나보다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 내놓은 길을 따라
마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신비로운 '어린왕자'가 되어 들뜬 하루였다.
오가는 버스에서 보낸 걷기보다 몇배나 훨씬 힘든 시간이,
충분히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을 그런 갤러리 도보였다.
▲ 코스: 대관령 휴게소~야생화숲길~ 능경봉입구(임도)~국민의숲 트레킹 코스 ~제궁골(이깔나무숲길)~바우길1구간 갈림길~ 바우길2구간 갈림길~대관령 휴게소
▲ 산행 시간: 약 12Km(공식거리 11km), 약 4시간 50분(점심포함)
▲ 언제, 누구와: 2013년 1월 20일(일), 인도행 대충방 식구들과
순백의 은세계를 걷다 보니 내 마음도 백지가 되어 갔다
혹시 열심히 사진 자르고 글써서 후기를 다 만들어서 올렸는데,
자신의 실수로
자동 저장도 없이 다음 날 날라가버인 경험이 있나요?
다시 쓰는 것도 번거롭고 짜증나지만,
어떤 감정으로 어떤 글을 썼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후기가 되어 버린 경험이 있나요?
이번 후기가 바로 그런 경우다
대관령 국민의 숲길 출발지 옛 대관령 휴게소에는 벌써 많은 산꾼들이 도착해 있었다.
들머리는 신재생 에너지관 뒷편 야생화 숲길 입구다
야생화 단지는 출입이 많지 않았는지 발이 푹푹 빠졌다
고속도로 준공기념탑 옆으로 올라오는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올라가는 산꾼들과 조우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산꾼들로 지체와 정체가 반복된다.
겨울철 강원도 유명 산에 가면 으례 만나는 현상이다.
임도삼거리에서 산꾼들과 이별하고
도로 옆으로 난 임도를 걷는다.
이제부터는 우리 걷기 팀 독차지가 되었다.
도로를 가로질러 국민의 숲으로 들어간다
국민의 숲길은 '우리나라 삼림 조성의 역사와 잘 가꾼 숲길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 숲길로 들어서자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멋진 고원 눈길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린애로 바뀐다...
철모르는 하룻 강아지보다는 그래도 낫다
누군가 앞서 내놓은 저 길을 따라 가면 무엇이 따라 나올지 궁금해진다
마치 봅슬레이 경주 코스처럼 깊게 파인 길이다...
인제 수산리 자작나무 숲길을 가보고 싶어진다
오늘 점심은 바로 요곳에서....
주말에는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닥쳐서.
우리가 간 날도 자리에 앉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비교적 신속하게 손님을 맞았고, 맛도 그닥 나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잠시 영화를 찍었다.
연출이긴 하지만,
다 큰 아들에 업혀본 감동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설국의 나라 홋카이도가 생각난다..
재궁골로 올라간다
눈이 펑펑 온 날 지리산 민박집에 며찰 파붙여 실컨 걷고 싶어했었던 적이 있다.
다음에는 강원도에서도 한번 해봐야겠다.
이왕이면 멋진 팬션에서
팬션을 지키는 수호나무를 지나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랏지가
여기고 깊은 설산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아니 사실 이 정도면 도보꾼에게는 에베레스트에 버금가고도 남는다
겨우사리 너머로 하늘이 쏟아진다
재궁골 삼거리에서 대관령 휴게소 방면으로 길머리를 잡는다
문경님 왈, '이렇게 찍으면 마치 DMZ 철책에 서있는 모습일 것이다'고...
근데 전혀 아니다
양떼 목장, 왜 이 단어를 들으면 멋진 풍경이 떠오를까?
멋지다....하긴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오늘의 날머리 대관령 휴게소 상행방면은
강원도 바우길 1구간 선자령 풍차길과 2구간 대관령 옛길의 들머리이기도 하다.
대관령 국민의 숲길 지도, 그리고 실제 걸은 길
오늘 걸으면서,
끝까지 올라가는 용은 반드시 후회한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가 떠올랐다.
옛 선인들은 하늘 끝까지 올라간 항룡에 대해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교만과 욕심이 하늘을 찌르고
더 이상 꼭대기가 없어 상대방을 존중할 줄 몰라 반드시 후회하게 되어 있다'고 가르친다.
'다 배웠노라고 교만해진 자는 반드시 재앙을 당하게 된다'고 경고한 공자의 가르침도 같은 얘기다.
(행복이야기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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