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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주변에서/가족 이야기

암은 아닙니다만......

by 강가딩 2019. 7. 19.

 

 

암은 아닙니다만......

 

내 나이가 되면 병원가기가 겁난다

아니 병원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어렸을 적부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병원과 친구가 되어 살아온 나도 검진을 받을 때면 겁이 많이 난다

 

우연치 않게 발견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1년에 한번 정도는 CT를 찍는데,

재활의학과에서 본래 볼려고 한 것은 정상인데 방광에 문제가 있어 보인단다

 

협진을 받은 비뇨기과에서 CT를 보더니만

첫마디가

"암은 아닙니다만......수술을 해야 합니다"

라고 했다

 

병명,

방광憩室

 

좀 더 상세하게 봐야 한다면서 방광내시경, 전립선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하고는

게실이 너무 커서 수술을 해야 하고

위치가 매우 고약하여 어려운 수술이 예상되고

로봇 수술을 할 것을 권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암이 아니라는 말에 안심을 했을까,

덜렁 좋다고 말하고, 날짜를 잡았다

나와서 물어보니 로봇 수술비가 1천만원이 넘었다

멘붕.....그리 비쌀지 몰랐다,

2, 3백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방광내시경으로 찾지 못한 요관을 수술 1주전에 찾는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에 앞서, 수술에 필요한 검사와,

내가 다니고 있는 재활의학과와

다닌 적이 있던 심장외과의 수술 동의를 받아 와야 한다고 했다

 

준비에 필요한 이런 물리적인 것들은 시간과 돈이 해결했다

하지만 심리적인 것들은 1차 시술 날짜가 다가오면서 오히려 조바심이 더 들었다

서울에 가서 할 걸,

괜히 한다고 했나 등등

시술은 방광 내시경 할 때 보다 더 아프다고 했는데.....

 

수술 받기로 결정하고 난 2주일 사이 난,

내가 주관하기로 한 산행, 회사 관련 업무 등등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부득불 알려야 할 사람 외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형제, 부모는 물론


울 왕눈이도 일부러 알리려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처형들로부터 또 한번 부실한 남편 만나 고생한다는 질책을 들어야 했다

딱히 변명할, 틀린 말도 아닌 것 같고

더욱이 수술비에 보태라고 송금까지 했단다

 

말이 시술이지, 수술실에서 들어가서 준비시간 포함 1시간 정도 걸리고 나왔다

병원과 친한 편이었지만 수술실은 첨이었다

겨우 겨우 요관을 찾아 부목을 넣고는 시술은 끝났다

 

수술 후 의사와의 상담에서,

요관이 게실에 있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로

위치도 안좋지만 복잡하고 여러 난제가 예상된단다


간단하게 말하면 게실을 제거하면 게실 안에 있는 요관도 상실되기 때문에,

요관을 떼어내어 방광에 붙여줘야 하는데,

붙일 수는 있지만 좌우 길이가 달라지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단다....그런 요지였다

이런 수술 사례가 많지 않고 등등


일단 수술 연기

과거에 찍은 CT를 가져와서 게실의 크기를 재보고 결정하기로

 

강남 세브란스에서 2, 3년 전 찍은 CT 2개를 복사하여 다시 찾았다

요속검사 등 간단한 검사와 함께 과거의 크기와 비교해보니,

"그냥 지켜보시죠" 였다


선천적 기형이고,

무증상이고

2~3년 사이 크기도 크게 변함없는데

수술 성공도 반반이고 부작용이 없다고 보장하지 못한 마당에,

긁어서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비록 잔뇨감 등 나이 먹으면서 불편함이 많아지겠지만


의사 역시 어려움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작용했으리라

합리적인 판단이다 그것은.

1년에 한번 정도 추적검사를 하고,

일단은 3개월 후 잔뇨감, 요속 등등을 다시 한번 체크해 보기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술을 하기 위해 요관에 넣어놓은 부목은 당일 뺐다

그러니까 2~3주 사이에 쪽(?) 팔리는 자세로 방광 내시경을 3번이나 한 셈이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3~4일만 불편함을 참으면 어찌되었든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리


분명한 것 하나,

수술이 결정되고 난 후 내가 든 보험을 뒤져보니

ING 종합보험은 입원비가 겨우 1만원에 암 특약 정도,

AIA는 암보험이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데 내가 5, 6년전에 들어놓은 보험 하나가 알고보니 실손보험(?)으로,

이번 수술을 하게 될 경우 비급여의 90%까지 보장이 된단다

로봇수술에 딱 맞은 것이었다


10여년 전 친구녀석에게 자동차보험을 옮겼다

IMF 전에는 정말 잘 나가는 녀석이었는데, 이후 힘들어졌다

멀리 살아서 1년에 얼굴 한번 보기 힘들고

크게 도울 일도 없고 해서 보험을 옮긴 것이다

그 속에는 친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약간은 바램을 함께 갖고

내 것, 옆지기 것, 아들 것 등등 다 옮겼다


5, 6년 전이었나,

퇴직을 앞두고 내가 유지하고 있는 보험을 보내주면서 추가로 꼭,

돈은 적게 넣고 필요한 것 하나만 채워달라고 했다

바로 그 녀석이 실손이었나 보다

보험을 들어 놓았지만 무슨 보험인 줄도 몰랐다


친구 녀석에게 혹시나 해서, 전화했더니

그 녀석 曰, "너, 그 보험이 뭔 줄도 모르지, 들여다 본 적도 없지" 했다


그렇게 나의 걱정을 날려주었다

내가 혹시나 도움이 될까 친구에게 옮겨놓은 자동차보험이 이렇게 박씨가 되어 돌아왔다

비록 수술은 하지 않았으나 심리적 안정찾기에 몇배 도움이 되었고,

나중에 검사비와 시술비를 청구할 생각이다


하이닉스에 다니는 둘째녀석 신상정보를 친구에게 보내면서

실손 하나 들어주라 했다

그렇게 시술이 끝나고 나니 입안이 다 헐었다

몸은 무척 힘들었다고 내게 신호를 보냈다

주말 내내 집에 틀어밖혀 있었다

주중 하루 쉬는 날도 틀어밖혀 미드를 봤다


이제 좀 움직여야지

한데 이번 주말 태풍과 장마가 올라온단다


이번 해프님(?)을 겪으면서 또 한번 더 가족의 귀중함을 깨달았고

건강한 삶, 아니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알았다


오늘은 시술하고 난 1주일째 되는 날

난, 퇴근 후 회사 길벗들과 뒷산 화봉산, 우성이산을 넘어 한밭수목원까지 약 7키로를 걸었다

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일로 딱 하나 다행인 것인 것은,

내 나이 남성들을 자주 괴롭히는 전립선 비대는 정상이라는 사실



엑스포 다리 건너면서, 일상의 소중함(7/18일, 저녁)





암은 아닙니다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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