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내가 회갑이 되는 해,
36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정년퇴임 했고,
장모님이 돌아가셨지만 큰 아들을 결혼시켰다
나에겐 역사적 전환점이었지만,
사회적으로는 코로나가 지배한 해였다
퇴직을 앞두고 주어진 6개월간의 휴식,
훼방꾼 코로나에 발목이 잡혔지만
며칠간 오로지 걷기 위해 떠날 수 있게 해 주었다
<구만산 계곡트레킹에서 만난 늦단풍>
1월
비금도 그림산과 선왕산, 약 5.1km, 3시간(빠른 걸음으로)
7박 8일의 규슈올레가 무산되면서 대안으로 찾았는데,
천사대교 지나 신안 3박 4일 있으면서
오히려 "국내가 더 좋아"라고 감탄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기적의 순례길도 좋았다
2월
장성호 수변길 - 수변길의 모범답안, 약 8km, 2시간 40분
2월은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만족은 기대를 하지 않거나 작은 기대를 뛰어넘을 때 나타난다
출발당일 취소자가 대거 나왔음에도
코로나가 크게 창궐하지 않아 다녀올 수 있었다
인도행 대전방의 2020년 마지막 버스 도보였다
3월
상주 노음산, 약 6.5km, 3시간 30분
위로가 필요했다
장모님이 돌아가시고
코로나가 심해 문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조심조심 심장을 달래면서 대전 인근 차를 몰고 홀로 다녀왔다
진달래가 위로 해주었다
높지도 거칠지도 않고 적당한 조망도 있었다
4월
군산 월명공원 둘레산(장계산~점방산~설림산~석치산~월명산), 약 13km, 5시간 40분(점심 등 포함)
어머니를 보낸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맘이 불편한 옆지기,
그럼에도 며칠 전 광주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뒷바라지 한다고 고생하고 있고,
오직 그 이유로 갔던 곳이다
만개한 벚꽃은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가정의 평화가 코로나블루를 이기는 가장 큰 무기다
5월
▲ 가지산 운문산 종주, 약 14.5km, 약 8시간
▲ 해남 두륜산, 약 9km, 약 5시간
정년퇴임을 앞두고 6개월 교육을 빙자한 휴가를 받았다
그동안 밀어놓은 산에 갔다
사흘에 두번 꼴은 산에 있었다
이 해는 유독 봄이 길었다
그 조은 봄날 한달 중 절반 이상을 산에 있었는데 하나만 선정하면 조금 섭섭하다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공평하게 하나씩 뽑아본다
6월
안성 칠장산~칠현산~덕성산 - 칠장산 둘레길, 약 10.5km, 5시간
6월은 애매했다
갔던 산들이 고만고만해서 눈에 안들어왔다
5월에 너무 조은 곳을 찾아 다녔나보다
옆지기 학교 모셔다 드리고,
퇴근후 모셔가기까지 남은 시간안에 다녀왔다
3개의 정맥이 지나갔는데
너무도 순하고 편했다
7월
상주 속리산 묘봉, 약 9.5km, 6시간 30분(이렇게 천천히 걸을 수는 없다)
토끼봉은 국공이 지키고,
웬만한 암릉길은 막고,
위험하다 싶은 산길은 나무데크로 대체하였다
손이 잘리고 발이 잘렸지만 조망은 그래도 좋았다
한토 답사 산행으로 다녀왔다
8월
태백 문지골 오지 트레킹 - 석개재~용인등봉~문지골, 약 13km, 약 7시간 50분
걷기에 입문했을 당시,
둘레길, 올레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걷기꾼들이 찾아가던 곳은 바로 옛길, 나이 먹은 묵은 임도, 그리고 오지길이었다
하늘재, 토끼비리, 문경새재, 죽령(희방사) 옛길, 구룡령옛길, 두로령 임도 등등
문지골은
혼자서는 범접하기 힘든 오지 중의 오지여서 그냥 침만 꿀꺽 삼키고 있었다
한토(주관산대장, 천이님)에서 그 버킷을 발로 차게 해주었다
9월
울트라 바우길 5구간, 강릉 선자령, 약 18.8km, 약 7시간 30분
야심차게 신청한 약 3주간 아이슬란드 트레킹이 취소되고,
플랜 B로 정선에서 강릉까지 이어지는 올림픽 아리바우길을 종주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 격상되어 휴양림 숙소가 모두 폐쇄되었다
즉흥적으로 마련한 플랜 C,
강릉에 베이스를 두고 바우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파란하늘에 풍차가 돌고
초록빛 그윽한 목장의 풀밭을 지나는 울트라 바우길 5구간은
내 생각에
강릉바우길의 최고 길이었다
10월
벽소령 연하천 지리능선 걷기, 약 15.7km, 약 7시간
문득 지리산 능선을 걷고 싶었다
코로나가 올해는 지리 한라 설악을 가보지 못하게 했다
산길을 많이 다니면서 음정에서 벽소령 지나 의신마을로 내려가는 임도걷기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래도 묵은 임도는 걷기꾼에게는 마음의 고향이다
11월
밀양 쇠점골 단풍 - 얼음골 케이블카 타고 오르다, 약 15.5km, 약 6시간 10분
5월에 이어 한번 더 영남 알프스에 갔다
이번에는 2박 3일 있는 동안
아직 남아있는 계곡 단풍을 즐기고 왔다
그중 가장 편하게 걸으면서
억새, 능선, 계곡을 모두 맛보았던 능동산 억새와 쇄음골,
호박소 트레킹이 기억에 남는다
12월
눈덮인 계족산 황톳길 - 강추위가 깨끗한 조망을 선사, 약 12km, 약 5시간
다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난 직접접촉자가 되어 2주간 격리되는 등 그 중심에 있었다
12월은 대전 멀리는 물론이거니와 산에 갈 기회마저 많지 않았다
강풍과 한파가 미세먼지를 몰아낸 날,
계족산성은 깨끗한 조망을 선사해 주었다
새삼 평범한 것이 가장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새삼 멀리 가지 않아도 멋진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참고>
▲ 2019년 내가 뽑은 12대 트레킹 코스
▲ 2018년 내가 뽑은 12대 트레킹 코스
▲ 2017년 내가 뽑은 10대 트레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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