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9일,
나의 정년퇴임식이 있었다
이로써 36년간의 직장생활이 공식적으로 끝났다
돌이켜 보면
시간은 참 빨리 흘렀다
1985년 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소(원)에 입소하였고,
2003년 7월
정부의 연구사업 조정으로 우리 부서가
정보통신기술진흥원으로 이관되면서 첨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 이후 정권이 바뀔 때면
몸은 그대로 있는데
R&D 전담기관의 조정 및 통폐합이란 미명 하에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직장이름이 바뀌었고,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정년을 맞게 되었다
2020년 경자년,
회갑을 맞는 해이고
정년퇴임하는 해이고
큰 아들을 장가보낸 해다
나에겐 역사적 전환점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코로나가 지배한 해였다
더욱이 정년퇴임이 있던 12월,
정부는 특별방역대책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까지 내렸다
이처럼 엄중한 코로나 시국으로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연단에 올라 정년퇴임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괜스레 낯부끄러울 같았는데 다행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조금은 아쉬운 맘도 들었다
30여년 아버님이 정년퇴임 했을 때가 생각났다
어머니랑 가족들 초대하고 근속훈장도 주고....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라는 것을 알고도 넘치지만,
직장생활 마지막을 정리하는 자리가 코로나에 묻혀
너무도 초라하지나 않을까 내심 염려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한데 후배들이 이런 멋진 자리를 만들어 줘서 매우 기뻤다
그리고 뿌듯했다
정년퇴임식에서 소감을 말하는 나
함께 정년퇴임한 동기들
이중 5명은 ETRI에서 넘어왔다
30여년 이상의 직장 생활 중
가장 기뻤고 안타까웠던 때는 무엇이었을까?
석사 마치고 중단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던 일과
후배들의 도움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IMF 때 함께 일했던 분들이 강제로 나갔을 때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통부가 폐지됨에 따라
우리 기관도 四分五裂 찢겨 흩어졌을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직장생활 내내 행복했다
모든 것이
함께 한 동료, 선후배님 덕분이다
또한, 한(?) 직장에서 大過없이 정년을 맞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충분히 대견하고 자긍할 만한 일이다
이제 인생2막이 시작되었다
우선 2021년에는 정년후 재고용을 통해
재취업 기회가 주어져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까지 이런 행운과 행복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큰 바램보다는 지금처럼 늘,
변함없이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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