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 다듬어진 도심 산책길이었다.
봉화산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동네 사방 어디에서든지 올라올 수 있고,
평지만 걷다 보면 오는 지루함을 결코 느낄 수 없도록 설계된 업다운 코스,
게다가 어딘가 부족하다 싶으면 봉화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까지
쏙 내 맘에 들게 만들어져 있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산꾼, 걷기꾼은 물론 몸이 성치 않는 동네 어르신들도 큰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었다.
▲ 코스: 죽도봉 주차장~업동저수지~죽림마을 내려가는 갈림길~봉화산~망북약수터~죽도봉 주차장~죽도봉 휴게소
▲ 거리/시간: 약 14km, 약 4시간 30분
▲ 언제/누구랑: 2015년 3월 14일(토), 신샘님과 그리고 초딩 동창 노고단님도 함께
오가는 사람들이 부딪치지 않고 교행할 수 있도록 나무를 칸막이로 만들어 놓은 상/하행선 길
다산초당 올라가는 길에서 만나고 두번째로 보았다
봉화산에 오르면 순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죽도봉 휴게소의 명물 '1년 후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통'
봉화산 둘레길은 죽도봉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둘레길 1"번 표지석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해준 오늘의 길벗 샘성
봉화산 둘레길은 봉화산의 3부 능선에 새롭게 조성한 도심 산책길이다
약 12.5km의 4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둘레길을 조성한 관계자들이 고심했던 것 중의 하나가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1구간의 스토리텔링 중 "신라시대와 과거"가 어딘지 어색하다.
과거제도는 고려 광종 때 처음 도입되었고, 신라시대에는 골품제도가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냥 벼슬길이라 하면 더 나을 듯....
오늘 길에는 초딩 동창 노고단님이 한시간 가량 길안내를 해주었다
2구간 신비의 길에는
초딩시절 우리 교가(순천 남교)에도 등장하는 '삼산'에 얽힌 전설이 어려 있다
죽림마을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봉화산에 올랐다
봉화산에서 바라본 삼산, 그리고 순천 시내
봉화산은 325미터로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었던 곳이다
우린 망북 약수터로 내려왔다
봉화산은 순천 도심 사방 어디에서든지 접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매우 손쉽게 정상 등산을 허락하지만도 않는 듯 하였다
그래서였을까?
봉화산 둘레길에서는 도심 산책길에서 주로 만나는 어르신보다 40~50대 아낙들이 많았다
젊은이들도 적지 않았다
저 아낙은 자기 배낭보다 더 큰 쓰레기 봉투를 옆에 달고 가고 있었다.
저런 분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당본마을에서 노고단님이 사다준 김밥과 싸간 과일, 음료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두, 세명 정도 함께 걸을 수 있는 정도의 폭으로 길은 만들어져 있다
해서 차량이 들어오기도 하는 임도가 아닌 걷기 전용 산책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3구간이 거의 반환점이다
3구간은 기존에 마을 주민들이 오갔던 산책로를 가장 많이 활용한듯 했다
봉화산 둘레길의 표지기
봉화산 둘레길 조성에는 100억 이상의 엄청난 돈이 들었다고 한다
중간 중간 쉴수 있는 벤치와 정자를 만들었고,
길을 깍아서 만든 군데군데에는 동백, 흰말채나무 등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을 식재하였다
여기에 아직 풍성하지 않지만 둘레길 걷는 동안 수시로 만나는 편백 숲에,
세월이 더해지면 분명 순천시민들이 자긍심을 가질만한 멋진 산책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겠지만
4대강 한다고 강을 파헤치고 헛돈을 퍼부운 것에 비하면
감히 말하건대 커다란 치적으로 치부될 것이다
표지판에 화장실 표시를 해주는 센스도 돗보였다
일부 환경론자나 산림학자들이 둘레길 주변에 화장실 짓는 것을 반대하지만,
난 생각이 틀리다
걷기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고 중요한 것이
여성 길벗들의 자연의 부름을 언제, 어디서 해결해 줄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 샘이 있어 굳이 식수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이제 마지막 구간이다
12km라 해서 봉화산 올랐다 해도 3~4시간 정도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업다운이 제법 있어서
열심히 걸어야만 4~5시간 안에 들어 올 수 있을 듯 했다
바로 길 아래로 도심 빌딩을 보고 걷노라니,
마치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서클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둘레길 번호 31번....더 있는지 모르지만 마지막 번호가 아닌가 했다
죽도봉 주차장으로 내려올 때 올라가는 길과 잠시 겹쳐졌다.....내가 길을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
이왕 온 김에도 죽도봉 휴게소에 들려 보았다
순천, 죽도봉의 상징 팔마비
내가 아는 누군가가 자기의 꿈이
삼성에 버금가는 "팔마 그룹"을 세우는 것이었는데, 지금 그 꿈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궁금해졌다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길
오늘 봉화산 둘레길 걷느라 제낀 여수 오동도의 동백숲을 보상해 주었다
약속이 약속이 아닌 시대의 산물
1년후에 배달된 편지,
20년 후에 열어본 타임캡술
50년 금혼식 때 아내가 건네준 젊은 시절의 연애편지.....
장대다리, 철다리, 새다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어렷을 적 철다리 밑에서 헤엄치고 엄청 놀았는데....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개의 감정
초딩 시절의 옛 기억에 대한 그리움과
봉화산 둘레길에 대한 설레임이 함께 한 길이었다
오늘 걸은 길(오룩스 앱)
GPX 파일을 첨부한다.....봉화산을 들렸다 온 코스이다
15-03-14 순천 봉화산 둘레길__20150314_0947.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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