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계룡산 : 갑사 원점회귀 코스 - 100대 명산(17-4)
자연성릉에서 만난 산꾼이 말했다
"단풍 보러 왔는데 낙엽만 밟고 간다"고
그럼에도,
난 늦가을 계룡산을 만끽하고 왔다
갑사에서 연천봉 올라가는 계곡길에는 만추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찾는 이도 거의 없어 호젓했다
▲ 언제/어디를/얼마나 : 2021년 11월 7일(일), 갑사 주차장~갑사~연천봉~관음봉~자연성릉~금잔디고개~원점, 약 10km, 약 5시간(총 소요시간 6시간), 나홀로
어제 다녀온 왕눈이가 말하길
"단풍은 없다"고 했는데
연천봉 올라가는 계곡길에는 아직 晩秋가 남아 있었다
게다가 나홀로 호젓하게 걷다보니
늦가을 속에 빠질 수 있었다
금잔디 고개에서 갑사 내려오는 길에도
그럴듯한 늦가을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계룡산은 역쉬,
자연성릉을 빼놓고는 말하기 힘들다
한토 회장이 10월말로 끝나,
가끔은 사람구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외가집에서는 제일 큰 형의 딸네미가 결혼한단다
늦은, 매우 늦은 개혼을 축하해주러 어제 서울 다녀오느라 한토 산행에 빠졌다
커피내리고
달걀후라이 부쳐 간단하게 식사하고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선다
며칠있으면 가버릴 늦가을을 놓치기 싫어
어제 빠진 한토의 진행코스를 다녀오기로 했다
지난 5월,
계룡산 3사4봉을 할 때 종주는 못해도 4봉은 할려 했는데,
장군봉과 삼불봉만 찍고 그만두었다
https://blog.daum.net/hidalmuri/2766
오늘은 그 때 못간 연천봉과 관음봉을
갑사 원점회귀 코스로 마무리한다는 겸사겸사 생각을 겻들였다
자연관찰로로 들어서니 단풍색이 완연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주차장은 여유가 있었고
갑사 올라오는 길도 번잡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상황이 완전 바뀌었다
지하철 출근풍경을 바로 갑사에서 만나고 말았다
어제 갑사에서는 국보탱화가 들어온 날을 기념하고
임진왜란때 맞서 싸운 '호국의승 천도 위령제' 라는 행사가 열렸단다
그 기념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어제 다녀온 옆지기가 단풍이 없다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갑사에서 연천봉까지는 2.2km
연천봉 올라가는 길은 참 오랫만이다
늦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벨이 울렸다
카톡으로 보내준 파일이 안보인단다
분명 보내줬는데 없단다
왕눈이는 안보내 줬단다
전화를 끊고 찾아보니
왕눈이 카톡방에 분명 보내져 있었다
다시 전달해주고 전화를 하니
내 목소리에 짜증이 가득하다
요즘 짜증이 목소리에 더 늘었다고
하루에도 몇번 주의를 듣는다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몸이 먼저 짜증으로 반응한다
폰 너머 톤이 바뀐 목소리로
힐책하고 나무라는 투로 요점만 말해란다
하긴, 짜증어린 투로
서론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가딩 말을
평생 듣다보니 그런 반응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고는 내가 치고 뒷수습은 왕눈이가 했으니
내가 천에 구백구십구는 잘못했으니 할말도 없다
그럼에도
조은말도 열번 들으면 듣기싫다고 하지 않은가
한데 평생을 들었으니
잘못해서 혼나는 말투를.....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원인제공은 내가 했으니
하지만 듣기 싫을 때도 있다
몸이 반응하기 전에 끊어주면 좋으련만
오늘 새벽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주제로 한 대담에서,
모개그우먼이 말하길
자기는 평생 남편에게 사과만 받았지,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고 했다
당연히 사과는 남편이 하는 거고
자기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너무도 당연하게
한번은 남편이 네가 잘못한 것도 있는데 너는 왜 안하냐는말에
막상 사과할려니 입에서 나오지 않더란다
사과는 못하고 대신 여행가자고 했단다
그럼, 남편들이 여행가자고 하면
한마디 더 들을거다
말 돌린다고
나도 왕눈이가 잘못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오늘따라 숨가프고 가슴통증도 있는 것 같다
짜증 그만내라는 말을 들어서 그랬을까?
무더위가 가신 후 숨가뿜이 사라져서 좋았는데
한여름처럼은 아니지만 조금 걷다가 쉬기를 반복했다
내려 갈려다가 일단 올라가 보기로 한다
파킨슨으로 고생하는 울 엄니
요즘 신체적으로는 건강해졌는데
정신적으로 마니 망가졌다
말도 참으로 밉게 한다
내가 성깔나서 똑같이 할 때가 있다
다음날 말을 걸면 본능적으로 대답하는 말에 가시가 있다
왕눈이가 말하길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고
가까운 사람은 가깝게 살아야 하는데,
가깝게 옆에 있어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고
상처를 받고 주지 않기 위해 떨어져 살 수는 없지 않는가?
귀연의 예쁜 총무 단비님을 만났다
코로나로 지난 3월 커피숍을 폐업했단다
이제 귀연도 문을 열겠지....
연천봉 올라가는 길이 이렇게 날이 섰었던가?.......
그럼에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山 (김용택)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봐
인생은 일허게 흔들리는거야
(중략)
내 평생
산 곁을 지나 다녔네
산은 말이 없네
한마디 말이 없네
말을 안하면 좋으련만
몸이 먼저 반응하니.....
연천봉
연천봉 서각
계룡저수지
연천봉에서 바라본 자연성릉
그리고 비등구간인 천황봉
어제 연천봉에서 찍은 사진을 소환해 왔다
관음봉 가는 길
관음봉 삼거리
난, 여기서 20여분을 푹 쉬었다
관음봉
정상 인증삿을 찍으려는 줄이 너무 길어서....
이제부터 자연성릉
은선폭포 방면
당겨본 동학사
관음봉에서 삼불봉까지 1.4km
바로 이런 암릉 길을 오르 내린다
이제 출발
바위길이 제법 미끄럽다
뒤돌아 본 관음봉 방면
삼불봉이다
지나쳐온 자연성릉
숨을 가다듬고
자연성릉도 다시 돌아보고
내려갈 갑사 방면으로 눈에 넣고
삼불봉 못미쳐 삼거리에서 금잔디고개로 내려간다
금잔디고개
여기서 이거저거 싸온 점심거리를 푼다
갑사 내려가는 길
신흥암
절집 뒤로 천지보탑(바위)이 보인다
아직 남은 가을을 빠져 나간다
용문폭포
실폭포다
갑사에는 출근시간 지하철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다 온 것처럼 붐볐다
주차장 1km 이전까지 차들이 밀려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보니
아침에 등산화를 갈아신고 슬리퍼를 벗어놓은 채 그냥 올라갔다
이제 정신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오늘 걸은 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