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오백리길 3구간 - 호반열녀길
오랜 옛 기억을 끄집어낸 길이었다
어렷을 적 놀던 골목길,
성인이 되서 가보니 왜그리 조그맣던가....
오랫만에 찾은 마산동 산성이 그랬다
마산동산성에서 호반길을 찾아 관동묘려로 오는 옛길은,
오래전 헤치고 지났던 그 기억처럼 거칠었다
10여년 전에도 분명 도로를 걸었을 것임에도,
오늘은 유난히 더 많은 것 같았다
아마도 그 전보다 더 도로다워졌음이리라
▲ 언제/어디를/얼마나 : 2020년 4월 26일(일), 대청호 오백리길 3구간(냉천골 종점~마산동산성~전망좋은 곳~관동묘려~미륵원~더리스~마산동삼거리, 약 11.5km, 약 4시간, 옆지기 옛학교 선생 부부와
▲ 참고 : 대청호 오백리길1(15), 2011년 11월
관동묘려
진사 송극기의 부인이자, 쌍청당 송유의 어머니, 그리고 동춘당 송준길의 7대(?) 할머니
그러니까 대전을 대표하는 지금의 송씨 가문을 있게 한 분,
그 분을 모신 재실이다
22살에 홀로 되서 4살 아들을 큰 인물로 키우신 공로로 열녀비를 하사받았다
바로 3구간은 열녀 유씨부인을 기리는 길이다
지금은 대청호에 잠겨 호반길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호남에서 서울로 가는 길목이었단다
아마도 제법 번창한 길이었으리라
3구간은 대청호 오백리길을 이어주는 이음길로 어딘지 부족하고 어색하지만,
이 대청호반이 있어 위안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제 2구간 찬샘마을길이 끝나는 냉천골 할매집에서 출발한다
다음달 둘째 일욜, 한토 대청호오백리길 팀과 함께 걸어야 하나
장모님 막제가 있어 부득불 예습을 하기로 했다
오늘 길에는 옆지기의 선생 동기였던 대전 H여고 선생부부가 함께 했다
3구간을 지도를 보면서 이전에 내가 다녔던 길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알수 있었다
거친 산길이 다 사라지고, 도로(?) 걷기로 대체되었다
양구례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들어가는 길
오래전 기억으로 대체하고, 지나친다
마산동 산성 올라가는 입구까지 가는 길을 도로다
오래전에는 이처럼 세련되지 않아서 그나마 걷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침 일찍 길을 나서야 할 듯 하다....오가는 차를 피하려면
한참을 왔다
거의 2km 이상을 걸은 듯 하다 도로를.
난, 지금의 3구간 길을 포기하고
옛날 기억과, GPX 파일을 안내삼아 마산동 산성 위로 오른다
산성 올라가는 길은 약간 가파르다
오래전 산성따라 걷기를 하면서 두어차례 마산동 산성만 온 적이 있다
그 때를 생각하면서....
누군가 세워놓은 첫번째 돌탑,
건너편 노고산성에 이어진는 산줄기가 보인다
그 산줄기의 정상(?) 함각산을 지나 소공원으로 떨어져 계족산으로 올랐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두번째 돌탑
돌탑 좌측으로 전망좋은 곳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잘 보이지 않았다
마산동 산성, 백제시대 만든 퇴메식 석축산성이다
대전은 산성의 도시다
신라와 백제의 각축지였던 탓이다
특히나 성왕이 전사한 백골산성이 바로 여기 대청호 건너편에 보이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한데 오늘따라 마산동산성의 흔적들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어제 네플릭스로 본 남산의 부장에서 누군가 좋아했던 노래 황성옛터의 잔영일까...
여기서 불가리스로 아침을 대신하고 일어서는데 길이 헷갈린다
길이 잘 나 있는 사슴골로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왔다
한참을 헤맨후 왔던 길로 조금 되돌아가 돌탑 옆으로 난 길를 찾았다
길을 제대로 찾아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아 묵었다
내리막 경사도 제법 있는데다
수북히 쌓인 솔잎이 미끄러워서 옆지기랑 나랑 땅을 샀다
한참을 내려오니 전망좋은 포인트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대청호 오백리길 표지판이 보인다
반가웠다
전망좋은 포인트로 내려가는 길은 다시 갔다 올라와야 해서 포기하고 그냥 우틀하여 진행하였다
한참을 가다 보니 웬 사내가 나타난다
여기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이상한데, "가딩"님하고 부른다
대청호오백리길을 주관하고 있는 비나무님이 담주 일욜 진행할 3구간 코스가 바뀌어
도로를 많이 걸을 것 같아 옛기억을 더듬어 답사를 왔단다
깃발, 리더는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을 기꺼히 감수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호반으로 내려왔다
옆지기와 가장 친구 옛동료선생 부부
앞으로도 가끔 기회를 더 가져보기로 했다
호반을 따라 나간다
이 때가 가장 기분 좋을 때다
사슴골입구에서 마산동삼거리까지은 3키로다
이제 관동묘려로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묘지가 많다
최근에 다듬은 묘지들이 이어서 나타난다
누군가의 묘지근처에서 만난 할미꽃
고흥 류씨 묘소
3구간을 호반열녀길로 명명하게 한 분이 모셔진 곳이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대전의 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송씨 집안을 있게 한 분이다
우암 송시열도 바로 여기 은진 송씨 집안이다
사슴골에서 고흥류씨 묘소로 넘어오는 산길은 예전에 힘들게 찾아왔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찾기 어렵지 않고 거칠음도 적어졌지만,
그래도 편한 길은 여전히 아니었다
은진 송씨의 회덕 입향시조인 송명의 선생 유허비
고흥 유씨부인의 시아버지다
관동묘려 뒤에 있다
쌍청당 송유가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만든 재실인 관동묘려(寬洞墓廬, 관동(마을이름)
류씨부인 남편 송극기는 젊은 나이에 성균관 진사로 선발돼 개성에 살았는데 단명하였다
남겨진 4살 짜리 외아들이 훗날 쌍청당 송유다
당시 법도는 청상이 되면 개가를 했나 보다
한데, 고흥 유씨부인은 시아버지의 개가 권유를 뿌리치고, 아들을 업고 시부모가 있는 회덕으로 오백리길을 달려왔다.
그래서 대청호 둘레길이 오백리길이 되었다...내 생각에
그후 류씨부인은
삼종의 도(三從之道, 여자가 어려선 아버지를 따르고 혼인하면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르라)를 쫒아
시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아들을 훌륭히 키워냈단다.
그 아들이 바로 쌍청당 송유다.
류씨부인의 정려비는 법동에 있다
난, 지난 1월 대덕구의 "덕을 품은 길과 동춘당 생애길"을 걸으면서 정려비를 만났었다
은골 할먼집은 오늘은 문을 닫았다
여기서 식사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제주의 유채가 코로나19로 싹뚝 짤려나갔다는 얘기를 듣고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특히나 큰사슴이 오름에서 따라비오름 가는 길목에 펼쳐져 있는 유채꽃 평원,
그 평원에 있는 유채들이 잘려나가는 장면을 티비로 보고 내가 좋아하는 뭔가가 하나 잘려나간 느낌이었다
미륵원
일종의 여관
없는 사람들을 위한 요양 쉼터
우리나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보여주는 표상
미륵원이 있는 곳은
영호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큰 길목이었단다
이 곳은 이전에 교통의 요지였다 지금은 물에 잠겼지만
(오래전 가을에 갔을 때는 들어갈 수 있었다)
미륵원에 나와서 한참을 또, 도로를 걸어야 한다
더리스를 가기 500여 미터 전에서,
마산동전망대로 들어가는 호반길로 접어든다
마산동 전망대
여기서 라면끓이면 딱이겠다
불멍이 아니라
물멍(물보면서 멍때리기) 하면서
제 4구간에서 가장 멋진 전망좋은 길이 물에 잠겨 있다
마치 토끼섬으로 변해 있다
최근 들어가는 길에 풍경들을 달아 놓아 풍경소리길로 탈바꿈했다
마지막이 좋으면 다 좋은 법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
오늘 3구간이 그랬다
마지막이 좋았다
더리스 앞을 지난다
호반길의 상징
쉬어가는 의자
잠깐멈춤의 삶
마산동 삼거리로 나간다
차를 한대는 마산동 삼거리 바로 요기에 세워두었다
도보를 끝내고 출발지 냉천골 할매집에 갔다
오늘 걸은 트랙
고도표
점심은 지난 2구간 끝냈을 때 먹었던 냉천골 할매집에서
여전히 반찬 인심이 좋았다
특별 서비스 엄나무 순은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
물론 내 좋아하는 민물새우탕도 사리를 추가했다